29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의 장애인이 무릎을 꿇고 외면되고 있는 장애인의 이동권의 현실을 알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추석연휴 내내 이곳에서 고속버스표를 사서 무릎을 꿇고 우리의 간절함을 전할 겁니다. 우리의 마음을 많이 알려주시고 정부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함께 촉구해 주십시오. 고향에 잘 가세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장애인 십여명이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무릎을 꿇었다.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29일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가 제대로된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토로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이하 편의증진법)이 재정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내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의 법정 도입율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편의증진법에 근거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5개년 계획은 2016년까지 전체 시내저상버스의 도입율을 41.5%로 목표했지만 현실은 19%(2016년 말 기준)밖에 도입되지 않았다.

더구나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 5개년 3차 계획(2016~2021)은 2차 계획에서 달성하지 못한 목표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저상버스 도입율 41.5%는 이미 지난해에 달성해야 하는 수치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마을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 국토교통부는 시외이동 시범사업을 위한 사업비 16억원을 정부 예산안에 올리고 있지만 번번히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상황인데도 국토부는 지난해 시외이동 시범사업비를 훨씬 넘어서는 예산을 투입해 전세버스 활용방안 등을 담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일명 ‘프리미엄 버스’를 도입, 운영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장연은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국토부에 알리고 김현미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 21일에는 서울 광화문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현미 장관 면담은 물론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폐차 시내버스 저상버스로 전환도입, 특별교통수단 운영에 있어 국토부 및 도지사의 의무 부과, 전세버스 장애인 이용권리 보장, 차세대 대중교통 연구개발 시 장애인접근권 원천보장 의무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왼쪽부터)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권달주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사건 이후 장애인이동권 투쟁이 시작됐고 2005년에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됐다. 이 법이 제정되면 장애인도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수단을 이용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은 2016년까지 저상버스의 도입율을 41.5%까지 올리도록 했지만 19%에 그쳤다. 고속버스, 시외버스, 마을버스에는 저상버스가 단 한대도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외면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 장애인도 버스타고 고향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권달주 회장은 "장애인에게 고속버스는 그림의 떡이다. 비장애인들은 고향으로 가는데 우리는 그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다. 왜 대한민국에 같은 국민으로 살면서 이렇게 차별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로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오늘 국토부 장관이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고속버스터미널에 방문한다고 한다. 장관은 시민들 만나는 것보다 장애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면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할 수 있는 고속버스가 만들어질 때까지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고속버스터미널을 방문한 김현미 장관은 무릎 굻은 장애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전장연 관계자를 만나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김 장관은 "저상버스를 도입할 예산을 확보해 (도입을) 하고 있는데 대폐차를 할 때(저상버스로 교체하도록 하는)는 예산지원이 안되고 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가능한 고속버스 시범사업 예산) 16억원을 매년 (기획재정부에) 올렸는데 반영이 안됐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해결을 위한 명쾌한 답변을 이 자리에 가져온 것은 아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온 것"이라면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의 회원들이 국토교통부를 향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무릎 꿇은 장애인들' 5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장애인들이 무릎을 꿇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의 회원들이 국토교통부를 향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무릎을 꿇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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