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연수중인 안전을 부탁해 팀. ⓒ김현정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는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안전을 부탁해 팀이 지난 8월 13일부터 24일까지 ‘위기상황 시 장애인 안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안 마련’을 주제로 미국 연수를 다녀왔다. ‘안전을 부탁해’ 팀은 휠체어 장애인 4명과 비장애인 청년 4명으로 구성됐다. 연수 내용을 연재한다.

사람에게 재난은 예고되지 않고 갑자기 찾아온다. 중도장애인에게 장애는 재난과 같이 예고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이는 누구보다 중도장애인들이 안전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비장애로 살아오다 교통사고 등 사고나 질병으로 갑자기 장애인이 된 중도장애인의 안전에 대한 불안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어쩌면 이번 “안전을 부탁해”팀의 주제는 팀원 각자의 당면과제이기도 했다.

이번 “안전을 부탁해”팀은 크게 3가지의 특징을 가진다.

첫째, 팀장을 비롯해서 팀원 7명 중 휠체어를 이용하는 척수장애인이 4명이었으며 이중 최중증인 경수손상(cervical spinal cord injury) 장애인이 3명이었다.

흉수이하 손상장애인과 경수손상 장애인은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흉수이하 손상장애인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상생활동작도 경수손상 장애인은 매우 어렵게 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팀을 구성할 때부터 가능한 가에 대한 의문이 스스로도 있었지만 장애인의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는 미국서부가 연수지역이고 팀원들의 열정을 재산으로 최중증장애인으로 구성된 팀이 꾸려졌다.

이러한 팀 구성에 대해 장애분야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팀을 구성해서 연수가 가능하겠냐는 반문이 이어졌었다.

두 번째, 팀장과 재활협회 직원을 제외한 모든 팀원이 여성이라는 특징이 있다. 경수손상 장애인 3명이 모두 여성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을 지원해 주기 위한 비장애 팀원도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었다.

경수손상 장애인의 경우 이동만 지원뿐 아니라 숙소생활과 기관방문 등 연수과정 전반에 걸쳐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수손상 장애인을 포함하여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4명이 포함되고, 여성이 대부분으로 구성된 연수팀은 어쩌면 지금까지 많은 장애당사자들의 해외연수팀 중에서 가장 어려운 조건의 팀으로 구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세 번째, 장애당사자들의 자기결정권이 최대한 보장되었다는 점이다. 연수팀을 구성할 때부터 장애당사자들이 주도해서 연수팀을 구성했다.

직장경험 등의 사회경험이 많으며, 3명 모두 대학원에 재학중인 장애당사자들이 주도적으로 팀을 이끌고 연수를 준비했다. 또한 팀장도 이들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드림팀의 주목적인 장애당사자의 역량강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장 목적에 충실한 팀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이동이 불편한 국내 현실에서 팀원들은 서울, 천안, 광주, 전주 등 장거리 이동을 하면서 소방서, 안전체험관, 학교안전시설 등 국내안전관련 기관을 방문하였고, 장애팀원 스스로의 일상생활공간에서 우리나라 장애인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그리고 연수기간 동안 방문할 기관의 섭외와 그 기관의 역할, 질문 내용을 꼼꼼히 챙겼다.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이 큰 최중증의 장애인이 포함된 팀이므로 실제 이동과 숙소생활에서 비장애인팀원과의 팀워크를 위해서 1박2일을 같이 보내기도 했었다.

연수팀이 방문한 기관은 크게 학교의 장애학생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의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학교에서 장애학생의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은 버클리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안전관리부서(Office of Emergency Management, OEM)였다. 이곳의 장애인담당자인 벤 프레즈(Ben Perez)씨는 경수손상 장애인이었다.

외국은 장애관련기관이나 부서에 장애당사자가 상당히 많이 근무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버클리대학교는 장애학생의 안전을 위한 훈련, 매뉴얼, 관련기관과의 연계, 대피장비 등을 준비해 놓고 있으며 본인들의 이런 시스템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장애학생들을 위해서 바로 도입해야 할 제도라는 생각을 했다.

지역사회의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으로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장애인안전담당부서(Cal OES)와 위기상황에서 장애인을 위한 비상대피계획을 세우고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도록 투쟁을 한 CALIF(Community Actively Living & Free), 이러한 매뉴얼을 실제 적용하고 있는 LA 비상관리국(EMD: Emergency Management Department) 그리고 장애인들이 실제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포메로이 재활센터(Pomeroy Recreation rehabilitation Center)를 방문하였다.

이러한 캘리포니아 장애인의 안전과 관련한 시스템은 국가를 대상으로 소송을 통해서 쟁취했는데 그 소송을 대행했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DRA(Disability Rights Advocates)을 방문하여 직접 소송을 담당했던 Sid Wolinsky 대표와 변호사 Sean Betouliere씨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캘리포니아도 장애인의 안전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장애당사자들과 관련자들의 노력이 필요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투쟁당사자단체인 CALIF의 대표 릴리베쓰 나바로(Lillibeth Navarro)씨는 장애당사자의 연대운동을 주장했고 한국도 장애당사자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마찬가지로 관련 소송을 담당했던 DRA의 Sid Wolinsky 대표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통해 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 받고 지켜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수팀은 기관방문 전후 시간과 휴일을 통해서 미국의 대중교통 및 편의시설과 안전시설을 경험하기 위해서 지하철, 버스, 국내선항공기, 차량렌트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보았으며, 야구장(Angel Stadium of Anaheim), 식당, 카페, 에드로버츠 캠퍼스(Ed Roberts Campus), 금문교(Golden Gate Bridge), 부두(PIER 39), 테마파크(Disneyland Park, Universal Studios) 등을 돌아봤다. 에드로버츠 캠퍼스의 장애인편의시설 유니버설스튜디오의 장애인편의시설, 그리고 시설 이용 시 안전관리 등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 올 수 있었다.

많은 것들이 우리나라와 비교되면서 우리도 빨리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지만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의 노숙자, 샌프란시스코 지하철의 악취, 경수손상 장애인들에게는 너무도 힘들었던 숙소의 편의시설, 휠체어를 이용하고 다니기가 어려웠던 LA 다운타운의 인도,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던 놀이시설들을 보면서 휠체어를 이용한다는 점은 같아도 소아마비장애인이나 흉수이상 장애인들이 느끼는 장애인편의시설과 경수손상 장애인이 느끼는 장애인편의시설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돌아 올 수 있었다.

그 동안 다른 장애관련 연수팀들이 그렇게 좋다고 하던 곳들도 경수손상 장애인들에게는 상당하게 불편한 점들이 있었다. 이는 장애인당사자의 연수 참여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장애인당사자라고 하더라도 경증의 장애당사자보다 중증의 장애당사자가 해외연수에 많이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의 재난안전과 관련된 세미나도 시작되고 관련연구들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참 다행으로 생각한다.

특히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개정을 통해 장애인 재난안전 종합대책의 수립을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아쉬움이 있다면 LA 비상관리국(EMD: Emergency Management Department)에 방문했을 때 한국정부에서도 재난 담당자들이 방문했었다고 해서 장애인 재난 관련한 것도 방문 목적에 포함되었었는지 질문을 해보았더니 장애와 관련한 어떠한 질문도 받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언론에 나타난 장애인의 안전과 관련한 보도를 보면 대부분 중증장애인들이 재난과 관련해서 미처 대피를 하지 못해서 사망한 사례가 많이 나온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장애인재난안전과 관련한 논의를 할 때 비장애전문가와 경증의 장애인들이 모여서 논의를 할 것이 아니라 경수손상 등 중증의 장애인들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다시는 화재 등 재난에서 대피를 하지 못해 사망하는 장애인이 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쉴 틈도 없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감기 몸살을 앓아야 했던 팀원들 덕분에 기관방문 전 사전회의와 기관방문 후 점검회의를 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향후 어떤 연수팀에서 중증장애인이 포함된다면 여유 있는 일정을 계획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많은 중증장애인들에게 해외연수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이 글은 ‘2017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안전을 부탁해 팀의 김현정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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