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염전노예 사건 가해자 엄중처벌 촉구 및 법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대책위 모습.ⓒ에이블뉴스DB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학대를 인지하고도 방조를 했다면서 신안 염전노예사건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심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42부(부장 김한성)는 8일 오후 2시 원고 박모씨 등 8명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국가는 박 씨에게 정신적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염전노예사건은 지난 2014년 1월 28일 전남 신안군 신의면의 한 염전에서 감금으로 혹사당하던 장애인 2명이 경찰에 구출된 사건이다. 피해자 중 한명인 시각장애인 김씨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로 인해 세상에 알려졌다.

구로경찰서 실종수사팀은 피해자를 섬에서 구출하고 염전 주인 등을 입건했고 지난 2016년 12월 28일 재판부는 폭행 등의 협의로 기소된 염전 운영업자 홍모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홍씨에게 팔아넘긴 혐의(영리유인 등)로 기소된 직업소개업자 고모씨와 이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1000만원이 내려졌다.

하지만 염전노예사건의 피해자들은 인근에 파출소와 면사무소가 있었지만 지역에 만연한 관행을 묵인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염전업자들에게 협력했다고 주장하는 상황.

이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장애인단체 등 30여곳은 염전노예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자들과 함께 2015년 11월 13일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청구액은 피해자 1명당 3000만원씩 총 2억 4000만원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소송의 원고이자 사건의 피해자인 박모씨는 염전에서 노동력 착취를 벗어나고자 염주가 안보는 틈을 타 관할 파출소로 도망갔으나 해당 경찰관은 박씨의 ‘도와달라’는 요청에도 다시 염전주를 불러 학대의 현장으로 되돌려 보냈다.

원고 채모씨의 경우 염전에서 탈출하기 위해 유일한 통로인 선착장까지 여러차례 도망갔지만 선착장에서 그에게 표를 팔지 않아 염전주에게 잡혀오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원고 김모씨의 경우 관할 면사무소에서 장애인복지카드를 발급받았음에도 해당 사회복지공무원으로부터 사회보장급여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해 어떠한 사회보장도 받지 못했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단은 일반적인 손해배상소송과 같이 모든 것을 피해자에게 입증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가 및 지자체는 장애인 학대를 예방할 의무가 있고 장애인 학대가 발생하는 경우 적극적인 피해자 지원을 해야 하지만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 박씨의 경우 염전을 빠져나와 경찰에게 염주로부터 위법 부당을 당했다는 취지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이 이를 무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염주의 위법부당의 조사는커녕 염주를 파출소로 부르고 자리를 비워 둘이 있게 했고 원고는 염전으로 돌아갔다"면서 "이 과정에서 원고가 느꼈을 당혹감과 좌절감이 극심한 걸로 봐서 위자료의 액수는 3000만원으로 정했다. 피고 대한민국은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박씨와 함께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한 강씨를 비롯한 7명에 대한 청구는 기각을 했다.

8일 신한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법률대리인 김재왕 변호사가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에이블뉴스

재판부는 "신안군 염전의 염주가 지적장애인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거나 폭행 감금 위법사항이 형사판결로 인정된 바 있다"면서도 "경찰 공무원과 지방자치단체 복지공무원의 과실의 위법성에 대한 구체적 주장이 없거나 주장이 있더라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김재왕 변호사는 "우리는 경찰이 범죄행위에서 공권력을 행사를 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것의 책임을 묻고자 한 것"이라면서 "일반적인 손해배상에 기반 해서 판결했다. 이번 판결을 아쉬움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소송에서 패소한 강씨를 비롯한 7명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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