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영리 법률회사 DRA를 방문한 안전을 부탁해팀. ⓒ김현정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는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안전을 부탁해 팀이 지난 8월 13일부터 24일까지 ‘위기상황 시 장애인 안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안 마련’을 주제로 미국 연수를 다녀왔다. ‘안전을 부탁해’ 팀은 휠체어 장애인 4명과 비장애인 청년 4명으로 구성됐다. 연수 내용을 연재한다.

캘리포니아 및 뉴욕에 지사가 있는 Disability Rights Advocates(DRA)는 미국의 장애인에 대한 민권 보호를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 법률회사이다.

미국 전역의 모든 유형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그들을 대변한다.

DRA의 15명의 변호사 중 상당수는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장애인의 교육, 고용, 비상 계획, 건강관리, 공공 및 민간 시설 및 서비스, 기술, 통신, 운송 및 퇴역 군인 혜택에 이르기까지 400건이 넘는 사건을 담당했고 대부분 승소했다.

로스앤젤레스 시는 심각한 재난을 경험 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위한 적절한 재난 계획이 없었다. 예를 들어 접근 가능한 응급 피난소, 피난처에서의 서비스 및 의약품 제공 계획, 접근 가능한 교통 및 대피 지원은 물론 통신 서비스 폭 넓은 범위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고 접근 할 수 있어야하지만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후에 나온 연구에 따르면 카트리나로 인해 사망한 사망자 중 85%가 장애인이라고 밝혀졌다. 이로 인해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 장애인을 위해 준비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009년 1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위치한 비영리 독립생활 센터인 ‘Communities Independently and Free’(CALIF)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모든 장애인을 대신하여 연방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법률 대리는 DRA가 맡았다.

Sid Wolinsky대표와 Sean Betouliere 변호사. ⓒ김현정

안전을 부탁해 팀은 소송을 담당한 Sid Wolinsky대표와 변호사 Sean Betouliere를 만나 소송 당시의 상황과 장애인 안전대피 계획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점 등을 인터뷰했다.

DRA는 장애인대피 계획에 있어 연방정부보다 시단위로 나누어서 만들 수 있도록 초점을 두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도시마다 각 주마다 연방정부 역시 각자 장애인대피계획을 가지게 되었다.

장애인을 위한 재난대피계획에 필요한 요소들은 첫 번째,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다. 위기상황 시 청각, 시각, 지적장애등을 갖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두 번째는 캔버싱. 탐색하기와 구조하기라고도 하는데 장애인의 위치를 확보하고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대피소의 위치를 확인하고 적합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휠체어나 워커 등을 사용하는 이동장애인도 접근이 가능해야 하며 또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사과 문자통역도 있어야하고 인슐린과 같은 의약품, 여분의 휠체어를 구비하거나 휠체어를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충전기 등이 제공되어야 한다.

네 번째는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피소까지 이동을 위한 운송수단이 있어야 한다. 응급상황에서는 운송수단이 매우 중요하며 이 모든 계획은 재난이 일어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장애인이 고층빌딩에서 대피하기 위해서는 계단대피용 휠체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맨하탄에서 일어난 월드 트레이드센터의 911테러 당시 82층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었다.

다행히도 그의 사무실에는 계단대피용 휠체어가 구비되어있어 건물이 무너지기 전에 계단대피용 휠체어를 타고 82층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현재 뉴욕의 911박물관에 가면 계단대피용 휠체어가 벽에 전시되어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장비 하나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고층빌딩이 많은 한국에도 계단대피용 휠체어가 많이 보급되고 훈련되어 재난 시 대피하지 못하고 건물 안에 갇혀있는 장애인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Sid Wolinsky 대표와 Sean Betouliere 변호사와 면담 중인 안전을 부탁해팀.ⓒ김현정

DRA의 경험상으로 장애인대피계획을 만들 때 비장애인전문가로만 팀을 구성하여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장애단체와 협력하는 것이 한 두 명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으며 재난대피계획이 장애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야하고, 장애당사자들이 모여서 정부와 협상을 하고, 변호사들과 함께 소송을 통해 정부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Sid Wolinsky 대표는 뉴욕에서 장애인 대피계획 관련 소송에서 승소한 뒤 "오늘 뉴욕시의 장애인 거주민은 법원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재난 발생 시 동등한 생존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시 관료주의의 무능함 때문에 비상사태 중에 고통을 당하거나 사망하는 사람이 없어야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한동안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장애인들은 과연 재난 발생 시 동등한 생존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이 물음표에 여전히 나는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모두가 안전한’의 ‘모두’에 장애인도 포함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이 글은 ‘2017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안전을 부탁해 팀의 김현정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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