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학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단체 4곳은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장애학회 2017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 난상토론 방식으로 장애인운동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에이블뉴스

한국 장애인운동 속 가장 뜨거운 감자인 당사자주의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장애인운동에서 장애를 너무 심하게 내밀면 매몰된다”는 의견과 “장애인운동에서 장애인 빼면 뭐가 남냐”는 의견으로 팽팽히 맞선 것.

한국장애학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단체 4곳은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장애학회 2017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 난상토론 방식으로 장애인운동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1989년 장애인복지법 개정과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을 위한 투쟁으로 신호탄을 올린 이후 장애인 운동은 이동권 투쟁, 당사자주의, 자립생활운동까지 쉴새 없이 달려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장애인운동이 요즘 ‘삐걱’인다.

2000년 이후 장애인연금법 제정, 장애인차별금지법, 활동보조 법제화, 발달장애인지원법, 건강권 보장, 장애등급제 폐지 등 수많은 운동이 성과를 이뤘지만 서로 다른 단체들에 의해 주도되다 운동과정에서 일시적인 협력 뿐, 동지로서의 흔적은 퇴화되고 있다.

성신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승기 교수,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실장.ⓒ에이블뉴스

먼저 이날 성신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승기 교수는 장애인운동의 한계점을 "장애를 너무 심하게 앞으로 내민다"고 당사자주의를 비판했다.

이 교수는 "장애를 너무 심하게 앞으로 내놓다보니 본연의 추구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하는 것이 완전히 뒤로 빠져있다. 연대, 갈등 이런 것들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당사자주의는 결국 장애를 극복하는 것에 밖에 초점 맞출 수 없다“며 ”당사자주의를 말하는 순간 장애에 매몰되고 편협하게 된다. (당사자주의가)핵심적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에 매몰되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다 피해간다. 인간과 인간으로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은 "장애인운동에서 장애 빼면 뭐가 남는 지 모르겠다. 정체성 없는 운동은 있을 수 가 없다"며 "장애운동의 목적이라는 장애해방과 인간존엄성은 모호하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를 전복시키면 다 되는 것이냐. 정체성이라는 것은 중요한 문제고 핵심적인 문제로 가져가야 한다"고 받아쳤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 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주현 회장,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지혜 교수.ⓒ에이블뉴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당사자성은 누구나 갖고 있다. 노동자성을 잃게 되면 자본가 그룹의 노예가 된다. 우리사회에서 일으켜지는 문제는 거의 모든 집단들이 자신의 당사자성을 잃어서고, 그렇게 되면 목표가 사라지게 된다"며 "당사자성을 장애인운동이나 단체가 없애버리면 투쟁동력이 사라진다. 내가 가진 장애를 거세시키면 나를 설명할 수 없다"고 의견을 보탰다.

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주현 회장은 "장애인운동이 장애운동만을 고민해서는 한계가 있고 그 이후 인간해방까지 봐야 한다는 말은 동의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당사자주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여성이라고 다 페미니스트가 아니고 솔직히 자립생활센터장들도 당사자주의적 운동적 사고를 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런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당사자주의가 제대로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지혜 교수는 “당사자주의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생물학적 장애인이 당사자주의를 가졌다고 할 수 없다. 각각의 장애인이 살아온 시대와 배경과 상황과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인식과 그 저항 수준과 방식도 다를 수 있다”며 “생물학적 장애를 가졌다는 그 자체가 어떤 형태와 정도든 간에 장애인으로서의 억압과 차별을 경험할 수 밖에 없기에 생물학적 장애 자체가 갖는 당사자성의 힘을 생각해봐야할 필요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예전 운동이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생활, 이제는 권력으로의 투쟁으로 넘어가고 있다. 서비스 만을 얻어내는 투쟁이 아닌 당사자주의 중심으로 당사자들이 권력을 갖는 운동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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