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선형블록을 가로막고 있는 볼라드(오)노후화된 점자블록은 사용성이 떨어지며 많은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시각장애인 보행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도공사 설계시공 매뉴얼’로 다수 시각장애인들의 장애물 충돌 위험,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편의센터는 서울시 소재 시각장애인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시설 인근보도에 대한 선형블록의 적정설치여부와 보행장애물 요소를 조사했다고 14일 밝혔다.

조사 대상으로는 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도서관, 맹학교, 시각장애인단체 등 총 44개소의 인근 보도다. 조사방법은 조사 대상에서 가까운 지하철역 또는 버스정류장, 횡단보도에서 건물 접근로까지 선형블록이 적정하게 연속 설치되어 있는 유무와 보행상 장애물이 있는지 여부를 현장 조사했다.

결사 결과 총 44개소 중 선형블록이 적정하게 설치된 곳이 15개소(34%), 보행장애물 제거가 적정한 곳이 25개소(56%)로 조사됐다. 특히 선형블록의 부적정한 설치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선형블록의 미설치가 가장 많았다.

주요 부적정 내용은 인근 지하철입구, 버스승강장, 횡단보도에서 건물까지 선형블록이 연결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는 시각장애인이 대중교통을 통해 목적지까지의 보행에 불편함을 겪을 수 있으며, 서울시가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과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을 위반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시설물들이 생활도로(이면도로)에 면해 선형블록이 보행 도중 끊기는 일이 16건(36%)이 있었다.

생활도로(이면도로)에 접한 보행은 시각장애인이 선형블록을 통해 방향을 잡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차차량 및 각종 장애물들로 인해 보행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노후화된 구형 점자블록도 곳곳에 설치되어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블록과 보도를 구분하기 힘든 상황이 많았다.

부적정한 보행환경의 부적정 사례.ⓒ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 같은 문제는 ‘보도공사 설계시공 매뉴얼’ 때문이다. 매뉴얼 속 선형블록 관련 하위항목에는 “장애물을 피하게 유도하는 경우, 유도 경로가 복잡한 경우, 시각장애인이 빈번히 이용하는 경우 등에는 선형블록을 연속적으로 설치한다”고 선형블록의 설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유효 보도폭이 2.0m이상이고, 유효 보도폭 좌우로 위험요소가 없는 경우에는 점형블록에 연계해서 통행방향을 잡는데 필요한 일정한 거리까지만 설치 할 수 있다”라고 해 선형블록의 연속 설치에 반하는 단서 조항을 달고 있다.

‘위험요소가 없는 경우’와 ‘일정한 거리까지만’의 조건은 매뉴얼에서 세부적으로 제시가 되어 있지 않아 현장마다 주관적인 판단으로 선형블록의 설치가 판가름 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더욱이 상위지침인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국토교통부)에서 규정하고 있는 ‘장애물을 피하게 유도하는 경우, 유도 경로가 복잡한 경우, 시각장애인이 빈번히 이용하는 경우 등에는 선형블록은 연속적으로 설치한다’의 지침과 상충된다는 것.

결국 선형블록의 설치 목적과 시각장애인들의 보행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한 행정처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것.

센터 관계자는 “현재의 보도공사 설계시공 매뉴얼로는 시각장애인의 사회적 접근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수정 보안이 반드시 요망된다. 보도를 직접 이용하는 당사자를 위한 매뉴얼이 아닌 설계‧시공사, 지자체 관리자들을 위한 매뉴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행정편의주의식의 검증되지 않는 내용으로 시각장애인의 보행 기준선을 재단하며 관리 운영을 등한시하고 있는 실태는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된 상세내용은 센터 홈페이지(http://www.kbufac.or.kr)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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