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4일 국회 앞에서 장애부모의 자녀살인사건에 대해 명복을 비는 모습.ⓒ에이블뉴스DB

단어만 봐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자살’은 우리나라 전체 사망 원인 중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은 4위로,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장애인 가족들과 관련된 자살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 속에서도 ‘최근 1년 동안 죽고싶다’고 생각을 해본 장애인이 19.9%로, 비장애인 4.6%보다 4배 이상 높다.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과 비교해 장애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 경제 활동 미참여로 인한 낮은 소득 수준, 추가적인 의료적 치료로 인한 추가 비용, 부족한 사회보장 서비스 등으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우며 이러한 여러 이유로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사고 나서 보험도 없고 집안도 어렵고 산재도 아니고 국가유공자도 아니고 완전 자기 자비로 내야 된다고 하면 그거는 진짜 극단적인 생각, 저도 만약 그 당시에 부모님이 재력이 없었으면 죽었어요. 일절 죽었어요. 왜냐하면 삶의 질이, 삶의 질이 아니라 꼴이죠, 꼴이.”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장애인 자살 예방을 위한 사례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16년 8월9일까지 신문 기사 속 ‘장애인 자살, ’장애인 가족 자살‘을 분석한 결과 장애인 자살 24건, 가족 자살 21건 등 총 45건이다.

장애인 자살 사례의 경우 주요 장애유형이 지체장애(9건), 발달장애(4건), 뇌병변장애(4건)였고, 장애인 가족 자살 사례의 경우에는 발달장애(9건), 지체장애(5건)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자살 원인 분석 결과 장애인 자살 사례의 경우 만성적 빈곤 및 직장문제(10건)와 신병 비관(8건)이 제일 많았고, 가족 자살 사례의 경우 만성적 빈곤 및 직장문제(16건), 외로움, 고독, 정신과적 증상(2건), 신병 비관(2건) 등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보고서는 장애인들은 장애로 인한 심리적·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러한 문제로 인해 자살을 시도하거나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장애로 인한 갑작스런 우울증, 소외감, 자괴감 등으로 인해 가족관계는 물론 대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또한 척수장애, 시각장애 등과 같은 일부 장애인들에게 있어 직업재활은 단순히 경제적·사회적 자립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사회참여로 인해 자존감, 책임감 등을 높여 심리적·정서적인 부적응 상태를 최소화해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도 짚었다.

장애인이 직업재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맞춤형 직업재활 서비스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직업재활과 관련된 서비스의 양을 확대함과 동시에 장애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나 단체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전달 체계의 개선

이 필요하다.

“대학교 졸업하고 취업이 조금 안돼서 남들처럼 열심히 할 수 있는데도 잘 안 되고 하니까 그러다가 행정 도움이라고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게 있거든요. 근데 그거 하면서도 그냥 구석에 있어서 복사나 스캔 그런 것만 하는데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힘들었고, 그때 선생님들이 저한테 별로 시키시는 것도 없고 그냥 다 다른 사람 시키고 그래서 그런 게 나를 조금 인정을 안 해준다는 느낌? 그런 거 때문에 죽고 싶었던 것 같아요.”

특히 기사를 분석한 결과,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불만 등으로 다수의 장애인들이 자살한 경우가 많았다. 그 중 의료적 기준에 의한 장애 등급제와 수급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부양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가족이 책임지고 노동능력이 없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부양의무제’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17세 지적장애 아들을 목 졸라 죽이고 자신마저도 투신했고, 오롯이 부모에게 짊어진 부양의 짐을 이기지 못한 50대 어머니가 지적장애 아들을 살해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부양의무제로 인한 장애인 및 장애인 가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애인 본인의 소득 정도에 기초해 서비스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자부담을 산정해 서비스의 정도를 결정하는 서비스의 경우 장애인 본인의 소득 정도에 따라 서비스의 양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사회활동 참여를 위한 평생교육 시설의 확대 역시 발달장애인 가족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라며 “성인 발달장애인의 경우 보살핌에 대한 가족의 경제적·심리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사회활동 및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발달장애인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발달장애인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의 자살 예방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장애로 인한 소외감을 줄이고 대인관계를 통해 소외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혼자 거주하는 장애인을 정기적으로 방문 혹은 연락하는 서비스를 실시, 중앙자살예방센터 상담자 대상 장애인 자살 사례 대처 방법 등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함께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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