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나 병원 대형마트 아파트 등에서 출입구에 가까운 곳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설치되어 있는 것은 법으로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기존건물이나 신축건물이나 주차장에는 일정비율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장애인KS마크 시트지. ⓒ네이버쇼핑

그런데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일반주차장은 길이와 넓이를 재서 선만 그으면 그만이지만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법에서 정한대로 길이와 넓이를 재서 주차구역을 만들고 그 안에 장애인마크를 그려 넣어야 한다. 솔직히 사각형 안에 장애인마크를 그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는 장애인KS마크 시트지를 팔고 있어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누구나 시트지로 장애인마크를 쉽게 그릴 수가 있게 되었다. 필자가 장애인KS마크를 찾다보니까 장애인KS마크 시트지에는 2014년 5월 2일 변경되기 전의 장애인KS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하긴 필자도 변경사실을 잘 몰랐으니까.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현행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에서 제2조(편의시설의 세부기준) 에 관한 [별표 1]은 2011년 9월 2일에 개정되었다. 이 개정 별표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이때만 해도 장애인KS마크는 팔을 뒤로 돌린 기존의 휠체어 그림이다. 장애인KS마크가 변경된 것은 2014년이니까.

현재도 변경되기 전의 장애인KS마크를 사용하는 화장실. ⓒ이복남

이번에 변경되는 장애인주차마크는 2014년에 개정된 장애인KS마크인데 아직도 대부분의 장애인마크는 개정되기 이전의 장애인KS마크를 사용하고 있었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 제3조(안내표시기준)에 관한 내용이 [별표 2]에 명시되어 있는데 이 법은 1999년 6월 8일에 개정되었는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기본형이라는 것이 장애인KS마크는 아니다. 참고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은 2016년 8월 4일부터 시행되었다.

한국산업규격표준 즉 KS는 국제표준 ISO 규정에 따라 작성되었다는데 KS를 선정하는 ISO 위원들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의견일치를 못 이룬 것 같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잘못 했다고 소급할 수도 없고, 어쨌든 지금(기준)하고는 맞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볼멘소리를 했다.

장애인 편의시설 안내표지. ⓒ국가법령정보센터

아무튼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표시 된 주차장에는 대부분은 주차관리인이 있기 때문에 비장애인 차량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지 못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위반하는 비장애인 차량이 아니고 장애인차량이다. 장애인차량마크는 기존에도 사실은 4가지였다. 1.주차가능 2.주차불가, 3.주차가능 보호자 4.주차불가 보호자였다.

이 가운데 ‘1.주차가능’은 필자가 말하고자하는 대상이 아니므로 일단 제외다. 문제는 ‘2.주차불가, 3.주차가능 보호자, 4.주차불가 보호자’다. 필자가 운영하는 상담실에도 이 세 가지의 불법 주차 문제로 항의 내지 상담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온다.

세 가지 그림이 다 다른 장애인마크. ⓒ이복남

고속도로 휴게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는 주차불가 차량들도 주차를 하고, 관공서나 대형마트 등에는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은 보호자차량들이 주차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존에도 주차가능 마크는 바탕이 노란색이고 주차불가 차량은 파란색이었다. A씨는 ‘1.주차가능’ 운전자인데 고속도로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고 보니 옆에 파란색의 ‘2.주차불가’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일단 주차를 하고 ‘2.주차불가’차량으로 다가가니 운전석은 비어 있었다.

그 옆에서 몇 분을 기다리니 건장한 한 남자가 다가 왔는데 아무래도 보호자 같다고 했다. “아저씨 이 차는 여기 주차하면 안 되는데요.” 남자는 무섭게 A씨를 노려보더니 “당신이 형사요?” 하더란다. “형사는 아니지만…….” 남자는 다시 한 번 A씨를 째려보고는 유유히 떠나더란다. 그 후 부터 다시는 시비를 걸지는 않았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었단다.

B씨는 가끔 마트에 가는데 ‘3.주차가능 보호자’ 차량으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항상 만원이라고 했다. “주차가능 차량에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으면 주차불가가 아닙니까?” B씨는 하도 괘씸해서 한 번은 지키고 있었는데 비장애인 여자가 혼자 내리더란다. “장애인이 같이 안타면 여기 주차할 수 없는데요?” 여자는 B씨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당신이 무슨 상관이에요?”하기에 한바탕 시비가 붙기도 했었단다.

D마트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이복남

대형마트 주차장에는 주차관리인이 있는데 상부의 지시가 ‘손님들하고 시비를 일으키지 마라’고 해서 ‘3.주차가능 보호자’가 장애인 없이 혼자 와서 주차를 해도 모른 체 한다고 했다.

작년 12월 어느 날 대형마트에는 ‘3.주차가능 보호자’들이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은 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차지해서 주차할 곳이 없다는 몇 몇 장애인들의 하소연을 듣고 벼르고 별러서 2급 장애인 C씨와 함께 D마트로 나가 보았다. D마트 주차장에는 구청에서 장애인일자리창출로 E씨가 주 3일간 근무를 하고 있어서 필자는 E씨가 근무한다는 수요일에 맞춰 D마트로 갔던 것이다.

D마트에는 E씨 외에 또 한사람의 장애인이 같이 근무하고 있었고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20여개가 있었는데 차는 서너 대 밖에 없었다. E씨는 주말에는 꽉 차는데 오늘은 평일 오후라 한가하다고 했다. 그 중에 한 대가 학원 봉고차였는데 한 여자가 마트에서 생수 한 박스를 사서 들고 왔다.

비장애인 같아서 필자가 조심스레 다가가서 물었다. “혹시 장애인이세요?” 여자는 필자보다 더 의아한 눈빛으로 운전석에 오르더니 툴툴대며 장애인복지카드를 꺼내 왔는데 내용을 볼 새도 없이 다시 집어넣은 카드에서 필자가 천리안도 아니고 무슨 수로 여자의 사진과 장애급수를 확인하겠는가.

D마트에서 주차관리를 하는 E씨. ⓒ이복남

그렇게 여자가 떠나고 난 뒤 C씨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멀쩡하게 생수 한 박스(1.8ml×12개) 를 들고 왔는데 도대체 무슨 장애인일까요” 그러나 더 이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E씨가 자기는 차마 복지카드 보자고 말도 못한다고 했다. 복지카드를 보자고 하면 오히려 화를 내고 대드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한번은 어떤 여자가 혼자 와서 차를 못 대라고 했더니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주차방해 한다고 우리를 신고한다고 전화를 하고 난리였어요.” E씨는 그 날의 기억에 몸서리를 쳤다. 그날 그 여자가 어디에 전화를 했는지 잘 모르지만 E씨가 주차방해로 경찰이나 구청에 불려간 일은 없었다고 했다.

‘3.주차가능 보호자’ 차량에 보행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주차위반이 되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현장을 목격한 경찰이나 구청 단속반이 아니라면 현실적으로는 단속이 불가능하다. 이런 일로 필자가 보건복지부에 문의를 하니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았다는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신고하란다. 그렇다고 누가 일부러 동영상까지 찍겠는가 말이다.

이제 장애인주차마크가 변경되면 주차가능의 본인 마크는 노란색이고 보호자 마크는 하얀색이니 좀 구분이 되려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주차위반은 과태료가 10만원인데 작년 8월부터 주차방해는 과태료가 50만원이다.

때로는 과태료 50만원이 너무 과하다는 얘기들도 있지만 장애인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를 하고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그 앞에 물건을 쌓거나 평행주차를 하면 해당 장애인은 일종의 감금 상황에 놓이게 되므로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생활불편 신고 어플. ⓒ이복남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데 스마트폰에 생활불편신고 어플을 깔면 바로 신고할 수가 있다. 스마트폰 어플스토어에서 <생활불편신고>를 다운받아서 <불법 주정차 신고>를 하면 된다. 신고를 하실 때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첨부하시도록…….

아무튼 장애인주차마크가 변경되고 9월 1부터는 변경된 마크를 부착하지 않고, 기존 마크를 사용하면 주차위반으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한다. 따라서 9월 이전에 기존의 주차마크는 모두 새 마크로 변경하길 바란다.

예로부터 ‘적은 내부에 있다’고 했다. 굳이 적이라고 할 것까지야 없지만 장애인 부모나 아들딸 이름으로 세금을 면제받고 자동차를 구입해서 장애인은 나 몰라라 내팽개친 채 혼자서 자동차를 운행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런데 이들 보호자 차량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은 채 주차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당부컨대 이번에 바뀌는 하얀색의 ‘3.주차가능 보호자’차량에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은 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하는 일은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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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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