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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분노 일으킨 '남원 평화의집 사건'

명목상 '관리' 폭행 버젓이, 인권유린 민낯 드러나

탈시설·자립생활정책이 '답'…복지부 의지가 관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12-19 14:49:45
[2016년 결산]-③ 남원 평화의 집

올해 2016년 장애계의 시작과 끝은 ‘투쟁’이었다.

정치참여가 물거품 된 제20대 국회에 대한 범장애계 투쟁을 시작으로, 30도가 넘나드는 더위 속 발달장애 부모들의 릴레이 삭발, 활동보조 수가 동결에 대한 삭발, 1인 시위, 12일간의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특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장애계는 시국선언을 통해 국가적 이슈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시외이동권, 장애등급제 등 풀리지 않는 장애계 숙제에 대한 투쟁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세 번째는 인권유린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의 민낯을 보여준 '남원 평화의 집 사건'이다.


여름의 문턱 5월. 남원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평화의 집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장애인이 어떻게 인권을 유린당할 수 있는지 확인한 사건이었다. 시설에 가두고 집단적인 수용생활을 시키는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이 ‘올바른’ 장애인정책이 아님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평화의 집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는 2016년 한 해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생활재활교사들은 자그마치 6년 동안 ‘관리’의 이름으로 상동행동을 하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지적장애인 거주인들을 폭행했다.

지적장애인 거주인에게 동전을 던지는 남원 평화의 집 생활재활교사. ⓒ전남지방경찰청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적장애인 거주인에게 동전을 던지는 남원 평화의 집 생활재활교사. ⓒ전남지방경찰청
한 생활재활교사는 지적장애인 거주인이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숟가락을 세워 거주인의 머리를 찍어 2주의 상해를 가했고 어떤 생활재활교사는 지적장애인의 머리채를 잡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넘어져 있는 거주인의 등에 올라타 발목을 꺾었다.

또 다른 생활재활교사는 지적장애인 거주인이 탁자위에 올라가는 상동행동을 제지한다는 이유로 100원짜리 동전을 이용해 거주인의 손등과 발등에 던져 맞추는 학대행위를 비롯해 수십 회에 걸쳐 폭행했다. 특히 한 생활재활교사는 지적장애인 거주인의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성기를 꺼내는 등 성추행을 하기도했다.

경찰은 생활재활교사 2명을 구속하고 원장을 비롯한 생활재활교사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혐의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및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이었다.

검찰은 일부 혐의자를 기소했고 재판부는 생활재활교사 6명에 대해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 1명을 제외한 모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1심 판결을 받은 생활재활교사 중 3명은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남원 평화의 집 사건이 장애계에 던진 파장은 컸다. 시설의 폐쇄성이 빚어낸 인권유린에 장애계는 분노했고,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 시민·사회·노동·장애인 단체가 모여 전국단위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전국대책위는 평화의 집 사건과 관련 남원시를 향해 “장애인 시설수용 정책이 지금처럼 계속 유지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 시는 즉각 문제가 발생한 시설을 폐쇄하고,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남원시장을 만나 폐쇄적인 장애인거주시설이 가진 문제점과 평화의 집 사건 대책마련을 위한 논의를 했다.

여기서 전국대책위는 평화의 집 거주인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 평화의 집 시설폐쇄, 사건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평화의 집 시설폐쇄 등이 받아들여져 진행되고 있다.

남원 평화의 집 사건은 인간의 존엄성이 관리라는 이름으로 무참히 짓밟힌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이다. 특히 장애인이 폭행과 학대를 당해도 거주시설 밖에서 알아차리기 전까지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남원 평화의 집 사건과 같은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유린을 방지·예방해야 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폭행 등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하면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만 할 뿐이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올해도 장애계가 요구하는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은 외면했다. 2017년 예산안을 통해 장애인 활동지원 예산을 5165억원을 편성해 올해 대비 156억원을 삭감했고 반면 장애인거주시설 지원예산은 4551억원으로 올해 대비 181억원을 증액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폐쇄적이고 통제된 거주시설에 있는 한 장애인을 상대로 한 폭행사건, 학대사건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해답은 가까이 있다. 장애계가 요구하는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장애인 정책의 기조로 삼고 지원을 하는 것이다.

복지부가 장애계의 요구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내년에도 투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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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범 기자 (csb211@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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