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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가족의 비극, 박근혜정부에 묻습니다

연이은 자녀 살해…부양의무제 폐지 “예산 없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 부담, 비극적 결말 끊어달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11-24 15:19:47
24일 국회 앞 기자회견이 끝난 후 장애인들의 명복을 기원하는 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4일 국회 앞 기자회견이 끝난 후 장애인들의 명복을 기원하는 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
“내가 내 손으로 내 자식을 죽였습니다.”

경기 여주경찰서에서 50대 여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떨궜다. 지적장애 2급의 28세 아들을 키우며 부모로서의 짐이 너무나 무거웠던 그녀였다. 결국 지난 23일 아들을 목 졸라 죽인 후, 자신마저도 자살하려다 실패, 결국 남편에게 연락해 경찰에 자수했다.

목숨을 잃은 아들은 성남의 한 특수학교 졸업 이후, 복지관 등의 기관을 이용하긴 했지만, 활동보조서비스와 같은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 한 채 전적으로 어머니의 손에 자라왔다. 기초생활수급권자도 아니었다. 어머니의 부담은 결국 아들을 죽음으로, 자신은 살인범으로 체포되는 비극을 낳았다.

이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일에도 전주시 완산구에서 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신변을 비관, 17살의 지적장애 아들을 목 졸라 죽이고 자신마저도 투신했다. 올 봄에는 부산 경찰관이던 아버지가 자폐 증세가 있는 아들을 목 졸라 죽이고, 자신마저도 자살했다.

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천륜을 거스르는 행위에도 비난보다는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라며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현실.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다면 그 모든 부양의 책임이 가족에게 있는 부양의무제에 줄줄이 무너졌다. 또 지난해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염원이던 발달장애인법이 시행, 1주년을 맞았지만 세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내 자식보다 하루 더 살고 싶다”던 부모는 마지막 순간에도 이 사회를 원망하며 끝내 눈을 감지 못했을 것이다.

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명애 회장은 이 비극적 사건을 이야기하다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는지 끝내 눈물을 보였다.

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든 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든 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
박 회장은 “10살 전후 쯤이었나, 아버지가 술을 잡수시면 항상 내가 죽게 되면 너도 같이 죽어야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이 참 듣기 싫고 힘들었다”며 “그로부터 50년이 흘렀지만 변한 것은 없다. 부모가 정말 하나하다 못해서 자식을 죽이는 세상이다.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고 외쳤지만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광화문 농성장을 지킨 지 벌써 1556일. 국가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권을 주기 위해 조사하는 ‘수급권자의 1촌 직계 및 그 배우자’라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28세의 중증장애인의 생계 책임을 그 부모에게 떠넘겼다.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는 외침에도 언제나 정부는 “예산이 없다”는 답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커지며 정부의 “예산이 없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더 이상 믿는 국민은 없다.

빈곤사회연대 이지윤 연대사업국장은 “정부부양의무제를 얘기하며 가족 해체를 방지하는 제도라고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건을 통해 방지가 아닌, 해체하는 제도임을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예산이 없다며 뒤로는 자신들이 약 사는데 쓰는 정부를 더 이상 믿고 싶지 않다. 자식을 살해하고 목숨을 끊는 일이 없도록 부양의무제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수연 경기지부장은 “장애가 있어도 자녀니까 부모로써 잘 키워보려고 부모들은 항상 최선의 노력을 다 한다. 키워보지 못 한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정성과 노력”이라며 “하지만 경제적, 심리적 문제에 봉착해 연이어 자녀를 살해하는 비극적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발달장애인법이 만들어졌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악순환을 바라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중증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보자는 것이 그리 불가능한 일이냐. 언제쯤이면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국민으로 인정받으며 살아갈 수 있냐”며 “정부가 말하는 촘촘한 복지, 복지사각지대 해소는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속고 속는 현실에 가슴이 메어진다”고 외쳤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명애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명애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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