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사건을 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 ⓒ에이블뉴스DB

#지난 7월 충주시 오창읍의 한 축사에서 지적장애인이 20년간 노동착취를 당하고 장애수당을 편취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만득이 사건’이다. 비를 피해 인근 공장에 숨어든 지적장애인 A씨가 순찰을 하던 경찰에게 발견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9월 청주시의 내수읍에서도 지적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이 발생했다. 지적장애인 B씨는 타이어 가게이서 10년간 일을 하면서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했다. 타이어 가게 사장 등은 B씨의 장애수당과 기초생활급여 등을 마음대로 쓰고 심지어 B씨에게 매질을 하기도 했다. 일명 ‘타이어 노예 사건’이다.

최근 지적장애인 노동착취, 기초생활급여·장애수당 편취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사회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만득이 사건’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조사를 하거나 제보로 인해 발견한 지적장애인 사건들이 한 달에 한번 꼴로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노동착취, 장애수당·기초생활급여 편취 사건. 수많은 유형의 장애인 중 유독 지적장애인이 이러한 사건의 표적이 되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 '도덕적·윤리적 해이'=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 권미진 팀장은 가장 주된 요인으로 도덕적·윤리적 해이를 꼽았다.

지적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인지능력이 낮다보니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일으킨다는 게 권 팀장의 의견이다.

이렇다보니 가족이 없는 지적장애인은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다. 가족이 없으면 가해자들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지적장애인 사건의 피해자들은 가족이 없거나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아 소통이 단절된 상태였다.

가족이 없는 지적장애인은 지낼 곳이 마땅치 않다보니 범죄자들의 회유에 쉽게 넘어가기도 한다. 범죄자가 숙식을 제공하고 일을 한 대가는 나중에 모아서 주겠다고 구슬리면 지적장애인 피해자는 자신이 착취를 당하는 것을 모른 채 이용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족한 인권의식도 지적장애인이 사건에 표적이 되게 하고 있다. 시골의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식이 낮은 편이다. 이렇다보니 옆집에서 지적장애인이 노동착취를 당하거나 폭행 등을 당해도 특별한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권의식이 낮으면 가해자가 주민이 되는 경우도 있다. 노동착취 또는 장애수당 편취와 같은 사건은 아니지만, 경상북도 안동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노인 5명이 지적장애인 여성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접근해 성폭행을 한 일례가 있다.

권 팀장은 지적장애인을 대하는 재판부의 인식도 문제로 꼽았다. 노동착취, 장애수당 편취, 폭행 등으로 지적장애인가 피해를 입었어도 당사자가 진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재판부가 당사자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지적장애인 사건은 가중처벌이 돼야 하지만 당사자의 진술이 제대로 안 된다는 이유로 피해를 입어도 그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권 팀장은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도 낮은 처벌을 받기 때문에 가해자들이 의식 없이 범행을 일으키는 것 같다”면서 “재판부가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로 하여금 크게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 갖춰야"=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정훈 조직국장은 "지적장애인 노동착취·장애수당 편취 등 사건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동주민센터와 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한 복지서비스 전달기관들이 위험상황에 노출된 지적장애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를 못하고 있기 때문. 즉 기관직원들이 지적장애인들을 발굴하고 찾아가서 일상생활, 노동환경 등을 상담하고 현실을 파악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조직국장은 "위기상황의 지적장애인들을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2, 3의 만득이가 계속 발생한다"면서 "동주민센터 등 이런 곳에서 체계적으로 지적장애인을 케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범죄예방 위해 장애인권 교육 절실=충북장애인부모연대 민용순 회장은 "지적장애인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장애인 인권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장애인과 관련된 대표적인 교육은 장애인식개선 교육이다. 교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고 차별을 해서는 안 됨을 주 내용으로 진행된다. 공무원을 비롯해 다양한 직업군이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받고 있다.

반면 장애인의 인권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은 부재한 실정이다. 즉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동등한 인격을 갖고 있음을 알리는 교육이 진행되지 않다보니 범죄자들이 장애인을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민 회장은 지역사회 지도층의 장애인권의식 부재도 문제로 꼽았다. 지자체는 현재 지역의 마을이장, 부녀회장, 반장 등을 위촉할 때 별도의 장애인 인권교육과 보수교육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지역사회 지도층이 지적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의 범죄자로 언론을 타기도 한다는 것. 최근 발생한 지적장애인 노동착취 등 사건의 가해자 중에는 전직 도의원, 마을 이장이 포함돼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민 회장은 "지적장애인은 어릴 때부터 관련된 교육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받지 않으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지적장애인들이 노동착취 사건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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