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학교 특수교육학과 김영일 교수가 9일 점자법 시행령안을 발표하고 있다.ⓒ에이블뉴스

내년 5월 30일 본격 시행을 앞둔 ‘점자법’이 국회 통과과정에서 삭제된 조항이 많아 시각장애 당사자들에 맞춘 실효성 있는 하위법령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

조선대학교 특수교육학과 김영일 교수는 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주최 ‘점자법 하위법령 제정안 마련 토론회’에서 내년 시행을 앞둔 점자법 시행령안을 발표했다.

점자법은 시각장애인의 문자 향유권을 총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당사자단체를 중심으로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지난 2013년 제19대 국회에서 최동익 의원이 ‘점자기본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지난 5월29일, 19대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은 조항이 일부 삭제되고, 예산이 수반되는 조항은 강제가 아닌 임의조항으로 적용됐다. 명칭 또한 ‘점자법’으로 수정됐다.

‘점자법’은 한글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문자로, 일반 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는 내용으로, 5년마다 점자발전기본계획 수립, 점자사용 실태조사, 점자교육의 기반 조성, 점자문화의 확산 등의 조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보다 실효성 있는 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구체적 하위법령의 제정이 필요, 한시련에서는 TF팀을 운영해 3차례 회의를 걸쳐 시행령안을 마련했다.

이날 김 교수가 발표한 ‘점자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먼저 점자기본계획의 수립과 점자규정의 제개정을 심의하기 위해 ‘점자심의위원회’를 설치토록 했다. 점자에 대한 지식이 충부한 사람 중 15명 이상 50명 이하로 위촉하며, 과반수 이상이 시각장애인, 점역사, 교정사로 구성된다.

또 3년마다 별도의 실태조사를 거치도록 했으며, 구체적으로 시각장애 및 관련 종사자의 점자해득·점자사용능력 현황, 점자교육 실시 학교·기관·단체의 교육과정 운영 실태, 국민의 점자에 관한 인식, 점자 관련 전문가의 양성, 일상생활 실태, 편의시설 조사 등이 포함됐다.

당초 발의된 ‘점자기본법’에 포함됐지만, 제정과정에서 삭제된 부분도 시행령안에 담았다. 박두성 선생이 한글점자를 반포한 11월4일을 정식 기념일로 지정토록 했으며, 점자 관련 전문 인력의 자격은 점역사, 점자교정사 및 점자지도사로 구분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점역·교정사 국가공인 민간자격은 업무 내용과 범위에 큰 차이가 있지만, 하나로 통합시켜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점자 관련 전문인력 양성 등을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리함과 더불어 점역사와 교정사를 분리시켜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점자지도사를 새롭게 양성, 중도 시각장애인들의 점자교육을 담당하는 자격제도가 필요하다는 것.

김 교수는 “2010년 한시련의 요청을 받아 연구를 수행했는데 전문가들이 점역사와 교정사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연구결과를 복지부와 접촉했는데 역시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점역사와 교정사의 업무 차이는 분명하다. 소관부처도 문체부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주최 ‘점자법 하위법령 제정안 마련 토론회’.ⓒ에이블뉴스

이외에도 점자출판 시설 기준, 점자정보화의 촉진, 점역 및 점자교정 검정시험의 실시, 업무의 위탁 등도 함께 시행령안에 담았다.

김 교수는 “점자법은 ‘시혜’에서 ‘권리보장’이라는 국내외 장애인정책 패러다임과 부합한다. 점자는 그동안 공식적인 효력이 있는 문자가 아닌 일반문자의 보조 수단으로 간주해오고 교육, 취업, 문화 등 전 영역에서 정보 제약 차별을 숙명으로 받아들어야 했다”며 “점자법이 시행된 후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이 모든 문서를 점자로 받아볼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시각장애인도서관협의회 김호식 회장은 "중도 시각장애인들이 점자가 어렵다고 하는데 전문가로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면 훨씬 쉬워진다. 쉽게 배워서 잘 사용할 수 있는 인구가 늘었으면 좋겠다"면서도 "점자자료를 만드는 곳들이 복지관, 맹학교 등인데 충분한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충분한 지원을 통해 많은 양을 잘 만들어 시각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속에서 사법, 행정, 교육 등 전 일상생활에서 점자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점역사와 점자교정사는 분리해야 하고 점자지도사 자격은 새롭게 신설돼야 한다. 아울러 점자 관련 전문 인력이 직업 사전에 등재되고 공무원 직렬로 인정돼 기계원이 점역을 하는 비상식이 해소되고 시각장애인의 직역 확대에도 기여해야 한다"며 "교과용 도서의 범위가 참고서와 문제집을 비롯한 참고 자료와 시험 문제지, 유인물, 공지문 등 모든 자료로 확대돼야 한다"고 시행령안에 대한 의견을 보탰다.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은 “점자심의위원회는 모법에는 없으나 점자발전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위원회 회의비나 연구비 등의 지원 근거도 필요하며, 위원회 구성에서 점자전문가는 어문전문가이지 기획전문가가 아니므로 보다 다양한 시각장애인 교수나 사회학자, 기관대표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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