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1개 고속도로에 설치된 졸음쉼터에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사진은 경부선 부산방향 연곡졸음쉼터 안내판.ⓒ박종태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졸음쉼터 내에 장애인화장실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11년부터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31곳의 고속도로에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쉬운 졸음운전 방지를 위한 휴식 공간 제공 등의 목적으로 졸음쉼터를 지속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현재 31곳의 고속도로에 191개소의 졸음쉼터가 설치돼 있고, 이중 103개소에 남녀비장애인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문제는 일부 남녀비장애인화장실에 계단이 있는 것은 물론, 한국도로공사 담당자에 따르면 장애인화장실이 한곳도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로 장애인들은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

특히 졸음쉼터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14일 오전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이진국 편의증진국장과 경부선 수원IC~천안IC 상하행선 4곳의 졸음쉼터를 점검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4곳은 부산방향 남사졸음쉼터와 연곡졸음쉼터, 서울방향 원곡졸음쉼터와 오산졸음쉼터다.

점검 결과 모두 장애인화장실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연곡졸음쉼터를 제외하고 3곳은 장애인전용주차장이 마련돼 있지 않았고, 비장애인화장실 입구는 계단으로 돼 있었다. 더욱이 주차장에서 휴게 공간으로 향하는 곳에 경계석의 턱이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접근할 수 없다.

한국도로공사 담당자는 4곳의 공간이 좁아 장애인화장실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연곡졸음쉼터와 오산졸음쉼터는 공간이 넓어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진국 국장은 “공간이 넓은 졸음쉼터에도 장애인화장실 설치를 하지 않은 것은 처음부터 배려하려는 마음이 없었던 것”이라면서 “공간이 있는 곳에는 장애인화장실을, 공간이 없는 곳에는 최소한 비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졸음쉼터에 장애인화장실 등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천안논산과 서울춘천 민자 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퇴계원, 일산) 담당자에 따르면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된 졸음쉼터는 없었다.

남사졸음쉼터에는 장애인화장실이 없다. 더욱이 설치된 비장애인화장실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박종태

연곡졸음쉼터는 공간이 넓어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점검됐다. ⓒ박종태

연곡졸음쉼터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2면 마련돼 있지만, 휠체어를 내릴 공간이 없어 아쉽다. ⓒ박종태

연곡졸음쉼터는 공간이 넓어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점검됐다. ⓒ박종태

경부선 부산방향 남사졸음쉼터와 서울방향 원곡졸음쉼터, 오산졸음쉼터에는 경계석의 턱으로 인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휴게 공간으로 갈 수 없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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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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