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장애인의 날 투쟁결의대회'에 참가한 장애인들. ⓒ에이블뉴스

굵은 눈발이 날리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은 장애인들이 모여들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 3개 단체가 개최한 '제23회 세계장애인의 날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전국 각지에서 온 150여명의 장애인들은 박근혜 정부를 향한 쓴 소리와 함께 한목소리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등급제 폐지 이행,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촉구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 장애인 관련 공약으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약속했지만 임기 절반이 넘도록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250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차별과 낙인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또한 작년 송파세모녀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빈곤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중인 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수급자의 권리성을 오히려 후퇴시켰다.

특히 빈곤을 대물림하고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부양의무제'는 그 기준이 미미하게 완화됐을 뿐 여전히 존치돼 가난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현실로 보여주듯 최근 들어 생활고를 비관한 장애인과 장애인가족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대구에서는 발달장애인 언니를 둔 동생이 '할 만큼 했는데 지쳤다'라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을 했고, 지난 11월 마포구에서는 한 정신장애인이 적절한 공적지원을 받지 못한 채 굶어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왼쪽부터)한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 자리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은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국회에서는 활동보조인 서비스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의 예산을 심의했다. 그러나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은 증액되지 않았다"면서 "복지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국회가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국회가 최근 장애인에게 필수적인 활동보조인서비스 예산을 증액하지 않았다. 그리고 부양의무제 폐지와 UN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도 안 되고 있다"면서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갈 때까지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투쟁결의대회를 마친 장애인들은 최근 박 대통령이 "복면을 쓴 사람은 IS와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풍자하는 퍼포먼스로 가면을 쓴 채 광화문농성장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투쟁결의대회에 앞서 전장연을 비롯한 11개 단체는 '2016 총선장애인연대 출범'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들은 내년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장애민중의 처참한 현실을 알리고, 보편적인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게 된다.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한 장애인이 전동휠체어 뒤에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 제공'이라는 피켓을 걸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UN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등의 펫말을 들고 있는 참여자들. ⓒ에이블뉴스

발달장애인공연단 '다름이 모여 예술의 꽃을 피우는 차이'가 공연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투쟁결의대회가 끝난 후 가면을 쓴 채 거리행진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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