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섭씨는 최근 영구임대주택에 당첨됐지만 이용하기에는 비좁은 화장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에이블뉴스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에 살고 있는 이광섭(40세, 지체1급)씨는 최근 영구임대주택에 당첨됐지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화장실이 중증장애인인 그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좁아 이용이 어려웠던 것.

이 씨는 지난 2002년까지 부모님과 함께 거주해왔다. 평생을 부모에게 의지하며 살 수는 없겠다 싶어 항상 독립을 꿈꿔오던 그는 정부가 임대로 공급하는 다세대주택 얻어 독립했다.

다세대주택은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이 씨가 살기에 불편했다. 집 앞에 놓여있는 7개의 계단 때문에 전동휠체어를 입구에 두고 활동보조인에게 엎혀서 집안과 밖을 오가야 했기 때문이다.

활동보조인이 없는 주말 외출은 항상 불가능했고 평소에도 도움을 받아야 집 밖을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늘 불편했다. 눈이나 비가 와 계단이 미끄러울 때면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불안했다.

이후 이 씨는 줄곧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영구임대주택 신청해왔다. 몇 번이나 거듭된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노원구 중계주공아파트 9단지에 당첨됐다는 우편물이 도착했다. 기쁜 마음에 입주 전 아파트를 찾았지만 암담한 현실이었다.

“현관 출입문부터 턱이 놓여있는 거예요. 그건 그렇다 치고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 이었어요. 화장실 입구의 턱이 25cm는 넘어보였고 간단한 세면은 방안에서 한다고 해도 목욕을 하려면 최소 1~2명의 도움을 받아야하는데 둘이 들어가기는커녕 혼자 들어가서 움직이기조차 버거웠어요.”

중증장애인인 이광섭씨가 사용하기에는 화장실의 높은 문턱과 비좁은 공간. ⓒ에이블뉴스

“화장실은 가장 기본적인 공간인데 접근이 안 된다는 건 말이 안돼요. 장애인이라 100% 맞춤형으로는 살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요건은 갖춰져 있어야 하잖아요.”

이 씨는 곧장 관리사무실을 찾아가 답답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씨가 분양받은 12평 아파트는 구조 상 아예 벽을 허물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답답한 마음에 몇 차례나 LH 서울지역본부를 찾아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끔 공간을 넓게 개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역시나 불가능하다는 말만 돌아왔다.

결국 이 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대기번호 순번을 기다리는 동안 그저 일방적으로 정해진 호수나 구조에 ‘그냥 살던지’, ‘선택을 포기해야 하는 지’를 결정하는 것뿐이었다.

이 씨는 몇 년 간 기다려온 꿈이 허투루 돌아가지 않도록 LH가 나서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향후 임대아파트 공급 시 장애인 소비자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씨는 “몇 년을 기다리면서 얻은 기회인데 포기할 수는 없어요. 입주신청 할 때 분명히 장애인이라는 것도 확인했고 가산점도 줘 놓고 막상 못 살도록 해놓은 건 무슨 말이냐?”고 토로했다.

이어 “LH에서 최소한의 공간인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같은 일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향후 임대아파트를 지을 때 중증장애인을 고려한 공간 일부도 계획해 보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현재 LH에서 공급하는 모든 영구임대주택은 화장실을 허문다 거나하는 구조적인 변화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대신 SH공사에서 공급하는 영구임대주택 일부가 무장애 주택으로 공급되고 있다. 7월말에 입주자를 모집하니 그쪽으로 안내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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