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례씨와 8일 딸기찹쌀떡을 만드는 시각장애 이인서 학생.ⓒ에이블뉴스

“시각장애인들은 소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딸기찹쌀떡을 만드는데 방해가 되니 조용히 계셔주세요.”

8일 종로구청 한우리홀에서 열린 이색적인 행사. 어버이날을 맞아 시각장애아동들이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직접 만드는 ‘고맙습니다’ 행사에서의 특별한 전경이다. 봉사자와 국립맹학교 초‧중학생 총 120여명이 참여, 1시간여정도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것.

북스쿠스 정영순 대표와 시각장애인 차연지씨의 시연으로 딸기찹쌀떡 만들기가 시작, 가장 먼저 할 건 앞에 놓여있는 재료와 친해지기다. 더듬더듬 재료를 만져보는 장애학생들과 이를 지켜보는 봉사자들의 모습에서 훈훈함이 느껴지는데.

분주한 테이블 사이로 보이는 맹학교 5-1반 도예인(12세, 시각1급) 학생. 조근조근 얌전한 모습이지만 딸기찹쌀떡 만들기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도예인 학생은 “평소에 요리를 즐겨해요”라며 “무엇을 만들었냐면요. 계란말이, 떡볶이?”. 부모님의 기뻐할 모습에 벌써부터 신난 모습이다.

하지만 테이블 가운데서 “힘들어요”를 연발하며 말썽을 부리는 학생도 있었으니. 이인서(12세, 시각1급) 학생과 함께한 봉사자 유용례씨(54세)는 진땀 투성이다. 팥과 찹쌀떡을 7등분으로 나눠서 동글동글 굴리는 것조차 힘들다며 투정이다.

기자를 향해 “너무 힘들어요. 어려워요”라고 연신 말한다. “세상에 쉬운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하던 그는 “먼저 마중 오는 사람 (찹쌀떡) 줄 거예요”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시각장애1급의 어머니를 둔 문서연(12세, 시각3급) 학생은 떡을 만드는 시간 내내 야무지고 애교 넘치는 모습으로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계란 후라이와 밥을 해본 적 있어요”라고 웃어 보이는 그녀는 “다음에는 케이크도 만들어보고 싶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부모님 사랑해요!” 환하게 웃어보이는 국립맹학교 문서연 학생.ⓒ에이블뉴스

3일전 어린이날에 부모님으로부터 레고와 앵무새를 선물로 받았다는 문서연 학생은 찹쌀떡과 함께 ‘사랑해요’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단다. “엄마아빠 사랑해요. 사랑해요란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어디 있겠어요.”

문서연 학생과 짝이 된 봉사자 박예순씨(50세)는 “하나만 설명해주면 알아서 척척 한다. 아주 야무진 학생”이라며 “혼자서 뭐든지 할 수 있다”며 그녀에게 연신 힘을 북돋아주기도 했다.

1시간여 되는 시간동안 봉사자와 함께한 딸기 찹쌀떡 만들기. 재료를 하나하나 만져보고, 팥을 7등분으로 나눠 동그랗게 굴려 딸기와 함께 세팅한다. 이후 동그랗게 말아진 찹쌀떡 안에 넣고 전분을 묻히면 ‘완성’.

앞치마를 안 입겠다고 말썽, ‘웅성웅성’ 소리에 설명을 놓쳐 진땀을 빼기도 했지만 부모님을 위한 선물이 완성되자 학생들의 얼굴에선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

전지열(12세, 시각1급) 학생은 “어제 편지도 썼어요. 요즘 가족끼리 싸우지 않아서 너무 좋아요”라며 “부모님께 집에 가서 꼭 전해드릴꺼예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만든 딸기 찹쌀떡은 선물 상자에 담아 국립맹학교로 이동, 학부모회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는 학부모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내가 만든 떡 맛은 어떨까?’ 완성된 찹쌀떡을 맛 보는 국립맹학교 전지열 학생.ⓒ에이블뉴스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청에서 열린 ‘고맙습니다’ 행사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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