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씨의 장례식에 참석한 장애인이 고인의 죽음 앞에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온 몸에 피멍이 든 채로 목숨을 잃은 이모(29세, 지적1급)씨의 장례식이 20일 오전 서울 보신각에서 열렸다. 사망한 지 83일만이다.

이날 장례식에는 인천 해바라기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인 의문사 진상규명 대책위 회원 등 4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참가자들은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며 영정 사진 앞에서 눈물을 쏟아 냈다.

지난 2011년부터 인천시 해바라기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을 해온 이용인 이씨는 지난해 12월25일 입원, 35일이 지난 1월 28일 경막하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이 씨의 몸 전체에는 피멍자국으로 가득했고, 이를 본 이씨의 아버지는 시설 측의 폭행을 의심해 시설을 신고했다.

폭행 의심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지난해 12월 25일 시설 내 CCTV 영상을 확보한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복원을 의뢰했다.

이 결과 45일치 영상을 복원했고, 이를 분석해 생활재활교사들의 폭행 의심 장면들을 확보했다.

인천중부경찰서는 확보한 영상을 통해 시설의 생활재활교사들에게 폭행 여부를 추궁했고 사건이 발생한지 110일 만인 지난 13일 이 씨를 비롯한 9명의 장애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9명의 전·현직 생활재활교사를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이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막하 출혈의 발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 대책위는 검찰의 추가 수사를 통한 죽음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시설 폐쇄, 이용자들의 자립생활을 지원을 인천시에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거주시설 중심 장애인정책을 폐기하고, 탈시설 자립생활 중심 장애인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장종인 집행위원장, 김명운 의장, 김순미 소장, 박김영희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대책위 장종인 집행위원장은 “고인은 죽었지만 그 피멍은 무엇 때문인지 아직 밝혀진 게 없다”면서 “장애인을 관리하기 위해 폭행이 불가피했다고 뻔뻔하게 변명하고 있는 시설을 함께 폐쇄하고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투쟁하자”고 촉구했다.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김명운 의장은 “시설이 장애인들을 얼마나 함부로 대하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면서 “죽기 전 고인의 모습은 온몸에 멍이 들어 자기가 자해했다고는 볼 수 없는 모습 이었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함께 싸우자고” 강조했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순미 소장은 “안타까운 죽음을 아직도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너무나도 화가 난다”면서 “당신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가족, 동지들을 보면서 끝까지 싸워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애해방열사 단 박김영희 대표는 “고인이 외롭게 죽어가야 했던 현실이 바로 내일의 우리가 될 수도 있다”면서 “비록 고인은 떠나고 없지만 왜 의문사로 돌아가야 했는지 누가 죽게 했는지 우리에겐 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면서 “의문사를 꼭 밝혀내도록 하자”고 촉구했다.

이씨의 유품 앞에서 추모굿을 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장례식에 참석한 장애인이 헌화를 한 뒤 묵념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헌화를 하기 위해 흰 국화를 받아들고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장애인의 모습. ⓒ에이블뉴스

20일 오전 보신각에서 열린 이씨의 장례식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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