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찰들 사이로 고 송국현씨의 사진이 보인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이 홀로 방에 있다가 화마로 숨을 거둔 고 송국현씨의 1주기가 돌아왔지만 여전히 나아진 것이 없다며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은 17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장애인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애등급 희생자 고 송국현 1주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중복장애(뇌병변장애 5급, 언어장애 3급)였던 그는 지난해 4월 13일 자신의 집에서 홀로 있던 중 발생한 화재로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화상전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4일 만인 17일에 숨을 거뒀다.

당시 장애계에서는 송씨가 1~2급 장애인에게만 주어지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았다면 화마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장애등급에 따른 신청자격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을 보장의 목소리도 높였다.

하지만 오는 6월부터 활동지원제도 신청자격이 3급으로까지 확대됐을 뿐, 신청자격 폐지는 요원한 상황이며, 장애등급제 폐지와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보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420공투단에 따르면 장애등급제 폐지의 대안으로 장애종합판정도구가 개발됐지만 다른 정부부처와 협의 없이 복지부만 관여했다. 정부의 입장에 반대하는 장애인단체의 참여가 배제됐으며 내용 면에서도 기존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변경됐을 뿐 핵심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책은 담겨있지 않다.

활동지원서비스도 최중증독거장애인의 경우 지원되는 최대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은 약 12시간에 불과하고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급여 서비스로 전환돼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또한 중앙정부가 사회보장기본법 제 26조 2항에 따라 지자체의 활동지원서비스 추가지원을 가로막는 등 장애인의 생존권은 위협당하고 있다.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이영석 장애인위원장 권한대행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정의당 이영석 장애인위원장 권한대행은 “송국현 동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이 됐다. 우리는 송국현 동지를 애도하며 장애등급제도 폐지를 외치고 비장애인과 같은 권리를 갖고 싶다고 부르짖었으나 바뀐 것은 없었다”면서도 “끝까지 싸워서 철옹성 같은 박근혜 정부를 이겨야 한다. 우리 정의당이 장애인들과 함께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은 “송국현 동지는 30년 가까이 시설에서 살다가 50살이 넘어 시설에서 나왔다. 한글을 배워 의사전달을 하고 싶어 했고 결혼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송국현 동지는 장애 3등급이라는 이유로 활동지원서비스를 지원 받지 못했고 결국 화마에 휩싸여 숨졌다”면서 “장애인이 개죽음을 당하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앞당기도록 투쟁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장을 찾은 국무총리실 민정민원비서관실 구준서 비서관에게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이완구 국무총리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19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면담 요청서 안에는 ▲장애등급제 폐지 및 대안 논의 위한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기구 설치 ▲장애종합판정도구 전면 실시 즉각 유보 및 장애종합판정체계 재논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가 이완구 국무총리 면담 요청서를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장을 방문한 민정민원비서실 구준서 비서관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17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과 활동가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17일 열린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전경. 참석한 장애인들의 표정이 굳어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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