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결산]-④장애인이동권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끝나간다. 특히 6‧4 지방선거, 2년째 접어든 박근혜정부의 정책 중 올해 장애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무엇이었을까?

에이블뉴스가 인터넷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2014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전개한다. 그 네 번째는 아직 끝나지 않은 숙제 장애인이동권.

올 한해도 이동할 권리 대한 장애인들의 요구는 이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장애인도 일반 시민들처럼 마음 놓고 버스, 택시, 지하철을 타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온 몸에 사슬을 묶고 버스에 기어서 오르는 장애인이동권 투쟁을 통해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됐지만 올해도 장애인들은 변함없이 거리로 나와야 했다.

에이블뉴스가 실시한 ‘2014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 설문조사 속 장애인이동권 문제를 들여다본다.

지난 9월 2일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시외버스에 탑승하지 못하자 계단을 기어 오르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올해 장애인이동권 투쟁 어땠나?=사실 장애인들의 이동할 권리 보장에 대한 요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온 몸에 사슬을 묶고 기어서 버스에 오르는 투쟁을 통해 제정된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그러나 부족한 시내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 엘리베이터가 마련돼 있지 않는 역사, 아직 한 대도 도입되지 않은 저상형 고속버스 등 또 다시 거리에서 투쟁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특히 올해는 고속버스 등 시외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장애인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그 시작은 설 명절을 앞둔 1월 27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부터 시작됐다.

저상형 고속버스가 없어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 50여명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가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동할 권리를 촉구하고 나선 것.

이 자리에 모인 장애인들은 “장애인도 버스 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는 구호를 외치며 미리 예매해 둔 표 10장을 들고 버스타기를 시도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버스는 임시 승강장을 열어 비장애인 승객들만을 태운 채 유유히 빠져나갔다.

떠나가는 버스를 쫓아도 가보고, 태워달라고 외쳐도 봤지만 유유히 떠나버리는 버스를 바라보며 이날 장애인들은 고속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참담한 마음을 토로해야 했다.

420공투단이 지난 4월 20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희망의 고속버스 타기를 진행하던 중 경찰과 충돌을 빚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이 같은 움직임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 다시 한 번 거세게 일어났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과 경찰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희망의 고속버스 타기를 놓고 충돌을 벌인 것.

이날 고속버스 타기에는 300여명이 참여했다 앞서 420공투단은 대전, 마산 부산, 포항, 안성 등 경부선 각지로 출발하는 버스 20대에 총 200좌석을 예매했었다.

그러나 현장에는 이미 경찰 12개 중대 900여명이 배치됐고, 버스터미널 내에서 단체로 이동하는 과정이 불법 집회라며 해산을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계속 버스 탑승을 시도하는 420공투단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은 해산명령에도 420공투단이 흩어지지 않자 최루액을 사용했다.

다른 날도 아닌 장애인의 날. 장애인에게 최루액을 사용했다는 사실에 장애인단체 뿐만 아니라 정치권, 네티즌의 비난이 빗발쳤다.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최고위원은 다음날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경찰의 최루액 발사는 ‘폭압적인 공권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최동익 의원도 22일 연석회의에서 “몰지각한 인권유린적인 행동을 했다.”고 질타했다.

네티즌들도 “어제 장애인의 날 집회과정에서 있었던 경찰의 최루액 분사 사건도 참 아프고 슬프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건가”, “미리 끊어놓은 고속버스 표로 고속버스에 승차하려 하자 경찰은 최루액을 뿌리며 제지했다. 대한민국이 미쳤다” 등 최루액 발포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개선되지 않는 현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고 있는 장애인들의 요구는 추석 명절을 앞둔 9월 5일과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앞두고도 계속됐다.

매번 고향에도, 산소에도 못가는 답답한 마음에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모여 차례를 지내는가 하면 12월 1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을 촉구하며 터미널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은 일반 시민들은 당연히 누리기에 따로 권리라고 말하지 않는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끊임없이 밖으로 나와 불편한 현실을 이야기 했다.

특히 참다 참다 못한 장애인들이 이동권소송공동연대를 구성해 3월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 8곳을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구제청구’, ‘법률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총 5차례에 걸쳐 진행된 소송은 지난 17일 최종 변론을 끝으로 내년 1월 30일 판결만을 앞두고 있다.

저상버스에 승차하고 있는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모습. ⓒ에이블뉴스DB

■아직도 멀기만 한 ‘장애인이동권’=2001년 1월 오이도역 장애인 추락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이동권 운동이 가속화된 이래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등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우리사회의 장애인들은 아직도 당연하게 누려야 할 이동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시내저상버스의 도입대수는 턱없이 부족하고,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탑승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탑승까지의 시간도 오래 걸려 장애인과 비장애인 승객들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3년도 교통약자 이용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내저상버스 보급률은 2013년 말 총 5,338대 운행 중으로 전국 시내버스 3만 2,552대의 16.4%만 보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목적지까지로 이용이 편리한 장애인콜택시도 도입대수가 부족해 1~2시간 정도는 기다려야만 한다. 그마저도 시외이동은 하지 않는 탓에 자가용이나 특장차량이 아니면 시내권역 밖으로의 이동이 어렵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광화문역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 내려오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장애인들이 비교적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지하철 또한 역사 내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멀리 있는 지하철역을 이용하거나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만 밖을 나갈 수 있다.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들이 느끼기에 여전히 위험하고, 불편하며, 느리고, 부담스런 시선을 받아야만 해 장애인들이 꺼리는 이동수단이다.

장애인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차별 받은 장애인 이동권 현실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지지부진에 답답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들이 이동할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 해결돼야 할 숙제들이 풀리지 않은 채 산적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적정수준의 시내저상버스 및 장애인콜택시 도입, 안전하고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 시내·시외버스에 저상버스 도입 등을 위한 투쟁은 사그러 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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