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들이 지하철 1호선 용산역 승강장에서 선로로 추락, 전치 32주의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시각장애인 최모씨(27세, 시각장애1급)와 관련 코레일·용산역의 공식사과 및 즉각적인 피해보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 10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용산역 장애인추락사고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용산공대위)’는 18일 오후 2시 용산역 2층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코레일과 용산역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코레일과 용산역이 사고 발생 후 3개월이 되도록 아직 아무런 공식적 사과도, 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
최 씨는 지난 9월 20일 용산가족공원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가하고자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용산역으로 이동했고, 승강장에서 계단을 찾던 도중 오전 10시 45분께 맞은 편 승강장(4번 승강장 5-1지점)에서 선로로 추락했다. 이후 3분 정도 선로에서 나오지 못하다가 역에 도착하는 급행 전동차에 치여 머리뼈, 목, 어깨, 갈비뼈 등에 중상을 입었다.
전치 32주의 중상으로 ‘하반신 마비 가능성이 높다’는 판정까지 받은 상태이며,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치료비 부담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대책위는 “사고가 발생한 4번 승강장은 점자블록과 스크린도어가 미비한 곳으로 시각장애인 등에게 위험이 항시 존재하는 구조이며, 선로에 추락한 상황에서도 무려 3분여라는 시간동안 용산역에서는 사고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면서 “코레일과 용산역에게 사고의 근본적 책임과 사고 직후의 대응 과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최 씨의 고통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고, 병원비가 없어 재활치료조차 제 때에 받지 못하는 지경에 놓여 있다”며 코레일과 용산역에게 공개사과, 피해자에게 즉각적인 피해 보상,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 씨의 어머니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코레일이 치료비 등 보상에 나서지 않고 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한 상황이며,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면서 “아들에게 하반신 마비가 온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코레일이 빨리 지불보증을 해달라”고 떨린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 김준형 회장(시각장애1급)은 “시각장애에 하반신 마비까지 오면 휠체어까지 타야 하는데 평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면서 “상황이 이러한데 코레일과 용산역은 사과한마디 없다. 즉각 나와 사과하고 요구를 받아 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김남연 회장 또한 “코레일의 행태에 울분이 치솟는다”며 사과 촉구의 목소리를 보탰다.
용산공대위 강윤택 집행위원장 등 5명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코레일·용산역 관계자들에게 오는 26일 코레일 사장 면담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전달하고, 사전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코레일 관계자가 법적인 과실이 있을 때만 공식 사과하고, 보상은 보험회사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자 대책위 관계자들은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최 씨는 장애인단체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 19일 서울서부지법에 코레일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및 차별구제청구’ 소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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