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한 시각장애로 국민연금공단에 장애연금을 신청했지만 수급권 미해당처분을 받은 전종헌씨. ⓒ에이블뉴스

2010년부터 갑자기 시력이 나빠진 전종헌(55세, 시각 3급)씨. 현재는 한 쪽 시력이 실명되고 나머지 한쪽도 사물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다. 마침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어 최근 장애연금 급여를 신청하러 갔지만 거부당했다.

국민연금법상 장애연금은 ‘가입 중 생긴 질병’으로 장애를 입어야 수급권자가 될 수 있는데 망막색소변색증은 유전질환이어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천천히 시력을 잃는 유전질환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6년 “국민연금 가입 당시에 망막색소변소변성증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그 후 시력이 급격히 저하됨을 느끼기 시작한 시기에 그 질병이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의 장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례에도 불구하고 ‘수급 자격 없다’는 처분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26일 오후 2시 서울시복지재단 별관 교육관에서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의 장애연금수급권을 통해 본 ‘장애연금 제도의 개선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배진수 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이날 공익법센터 배진수 변호사는 “진종헌씨가 시력이 급격히 저하된 2010년 이전에는 소득활동 및 일생생활의 영위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면서 “대법원 판결과 같이 질병이 의학적·객관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정도로 나타난 2010년경을 발생시기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1992년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2000년 5월 31일부터 2000년 8월 1일까지의 기간을 제외하고 계속적으로 국민연금 가입을 유지하고 있는 진 씨의 경우 사업장에 근무하며 국민연금을 납부해 왔던 시기에 질병이 발생했으므로 수급자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

배 변호사는 “장애연금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장애상태나 질병발생 시기를 실질적으로 살피지 않은 위법한 처리”라면서 “장애연금을 거부한다면 장애연금 신청자들은 불복과정이라는 어려움을 거치게 되고, 사회적비용도 낭비되는 결과를 갖게 된다. 후속조치를 통해서 장애연금 운영방법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배 변호사는 “현재로써 가장 필요한 것은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것”이라면서 “진 씨와 같이 유전적·진행성 질병의 경우 질병발생 규정을 명확히 넣어서 혼란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연금에서 장애의 원인이 되는 질병이나 부상이 가입 중에 발생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은 가입자가 가입 전에 질병이나 부상을 가졌음에도 장애연금을 수령하기 위해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망막색소변성증과 같이 질병인자가 잠재돼 있다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진행성 질병에 대해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배 변호사는 “유전성·진행성 질병으로 인한 장애의 경우에는 그 질병이 급격히 악화된 때를 의학적·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경우, 그 때를 질병의 발생시기로 본다는 규정을 넣어 질병발생시기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유전적·진행성 질병의 경우 장애연금 수급만을 목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구)국민연금법 상 ‘초진일 현재 가입기간이 1년 이상’일 것을 요구하는 한정해서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무원들이 행정처분을 할 때 법령이나 판례보다는 가까이 두고 보는 것이 내부지침이라는 점을 고려해 즉, 국민연금장애심사규정 상 초진일 판단기준을 수정할 필요성이 있음도 역설했다.

현재 국민연금장애심사규정의 분류별 장애판정기준에 의하면 ‘유전적 요인에 의한 안과질병의 초진일은 그 질병에 대해 진단을 받은 날 또는 0.3이하의 시력저하나 전형적인 시야장애로 처음 의사가 진찰을 받은 날로 인정한다. 단,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는 그 중 우선하는 날을 초진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 변호사는 “초진일을 ‘질병에 대해 진단을 받은 날’이라고 한다면 최초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날을 질병의 발생시기로 봐 대법원의 판단과 다른 처분이 반복될 것”이라면서 “유전적·진행성 질병의 경우 악화된 때를 증명할 수 있는 경우를 진단일로 본다고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배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이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한 장애연급수급권 신청자들에 대한 질병발생시기의 판단 기준으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 장치를 면밀히 보강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공익법센터는 토론회와 함께 현장에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장애연급 신청을 거부당한 사례를 상담, 접수하고, 서울시 복지재단 내 소송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이나 제도개선이 공익적으로 필요하다 판단되면 공익소송을 지원할 예정이다.

26일 열린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주최로 열린 '장애연금 제도의 개선과제 토론회'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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