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시내 산노미야에서 북서쪽으로 7km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베 행복촌.

일본 최대 종합복지타운으로 알려진 이 곳에 12일 도착한 ‘2014 장애인단체 활동가대회’ 참가가들은 저마다 “꽃동네와 다를 바 없는 곳”이라는 실망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참가‧사회복귀를 지원하는 동시에 모든 시민과 교류해 상호 이해관계를 깊게 하는 종합복지지역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와는 대비된다는 것.

그럼에도 ‘벤치마킹하겠다’며 우리나라 복지 전문가들이 행복촌을 계속적 찾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베 행복촌 신구 자원봉사자와 간단한 질의 응답중인 활동가대회 참가자들.ⓒ에이블뉴스

■‘무장애’ 돋보이는 행복촌=행복촌은 미야자키 다즈오 전 고베시장이 구상하고 추진했던 프로젝트였다. 미야자키 전 시장은 부시장을 역임하던 1955년 북유럽을 시찰하면서 행복촌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30년이라는 긴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1987년 문을 열었다. 총 사업비 우리돈 4000억원이 투여된 것.

미야자키 전 시장이 행복촌을 구상했던 50년대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지 않았다고 한다. 국가가 나서서 장애인은 시설에서 생활하도록 했으며, 장애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던 시기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공간’을 꿈꿨던 미야자키 시장의 프로젝트는 당시로써는 굉장히 신선하고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이 한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미야자키 시장의 의지가 낳은 결과였다.

무엇보다 행복촌은 장애인과 노인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환경을 갖췄다. 실제로 행복촌에는 장애인들이 가지 못하는 공간이 전혀 없다. 무장벽을 넘어 유니버설디자인까지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특히 행복촌이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복지시설과 휴양시설이 잘 결합돼 있다는 점이 아닐까.

행복촌은 도시공원과 복지시설이 결합된 독특한 공간이다. 총 205ha(62만평) 규모로 굉장히 방대하다. 이 중 22.5%에 해당하는 46.1ha는 복지시설이, 나머지 77.5%는 도시공원이 차지하고 있다.

도시공원에는 호텔 수준의 숙소, 온천, 캠프시설, 산책로 등 다양한 레저시설이 들어서 있고, 테니스장, 양궁장, 볼링장, 말타기 공원, 골프장 등 다양한 스포츠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시민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복지시설은 노인과 장애인시설이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복지시설의 유형은 신체장애인 생활시설, 노인성 치매 질환 전문 병원, 신체장애인 공동작업시설, 지적장애인 작업시설, 지적장애인 통원시설, 노인홈·치료센터, 중증심신장애인 교육센터, 사회복귀병원, 노인보건시설 등 총 10가지다.

버스 창문을 통해 확인해야만 했던 시설들, 도봉사랑길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우해중 소장과 김효선 활동보조인.ⓒ에이블뉴스

■“사회통합 맞냐” 실망만 남은 활동가들=그러나 이날 활동가들이 느낀 점은 달랐다. “큰 복지관이 아니냐, 지적장애인들을 격리시켜둔 곳이 아니냐”란 실망감을 쏟아낸 것. 시내와는 멀리 떨어진 공간 속 편의시설만 잘 갖춰져 있을 뿐, 진정한 사회통합을 찾기는 힘들었다.

심지어 행복촌을 둘러보던 한 활동가는 이를 두고 “사파리 투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버스로 둘러보는 사파리의 겉모습은 좋아보이지만, 정작 그 동물들이 행복한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지 않냐는 설명이다.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현정 국장은 “고립된 곳이다. 꽃동네나 큰 복지관과 다를바 없는 곳이 아니냐. 거리도 너무 많이 떨어져있고 사회통합이 아닌 그저 격리시켜둔 곳에 불과하단 느낌만을 받았다”며 “장애인들을 사회 속에 넣어야 진정 통합이지, 이런 방식으로 격리시켜두는 것은 우리가 벤치마킹할 곳이 못된다”고 지적했다.

도봉사랑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우해중 소장은 “자원봉사자가 말하기를 지적장애인들이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적응할 수 있는 경험을 준다는데 실제적으로 나가 살수 없는 곳이다. 평생 격리인 것 아니냐”며 “우리나라와 다를 바가 없다. 격리라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우 소장의 활동보조인으로 동행한 김효선 국장도 “물고기를 낚는 법을 알려줘야 하는데 물고기를 잡아주는 꼴이다. 일본의 배려마인드는 선진국이지만 시설의 모습을 보면 아직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더욱이 행복촌을 견학한 활동가들은 행복촌 주요 인사가 아닌 자원봉사자의 안내로 짧은 버스 투어와 질의응답의 시간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사회통합이 목적이라는 공간 속에서도 장애인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저 버스 밖으로 걸어가는 고령자의 모습만을 잠깐 감상했을 뿐, 그들과 접촉할수도, 이야기해볼 기회가 전무한 것.

또 행복촌에서 배포한 프린트물에서도 문제는 발견됐다. 한국어로 번역된 프린트물은 무려 10년전인 2004년 10월에 작성된 것이라고 적혀있다. 벤치마킹을 위해 한국에서 견학을 많이 오지만 그동안의 업데이트는 한번도 이뤄진적 없다.

해냄복지회 박정엽 실장은 “프린트물도 너무 옛날 것이고, 시설보면서 우리나라와 비교를 해보려고 했지만 하나도 못 봤다. 연수자체에 문제 있는 것 같다”며 “행복촌은 편의시설이 잘 돼있는 재활과정정도 밖에 안되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짧은 버스투어와 자원봉사자의 설명으로 끝맺은 행복촌의 연수 일정. ‘과연 그곳에 있는 장애인들은 진정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을까’의 대한 답은 활동가들의 영원한 의문으로 남겨야 했던 아쉬운 순간이었다.

고베 행복촌의 시설들이 자세히 나와있는 지도.ⓒ에이블뉴스

행복촌으로 들어서고 있는 휠체어 이용장애인 참가자.ⓒ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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