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아이는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건 두렵지 않은데 내가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라는 걸 주변 사람들이 아는 것이 스트레스'라고 말합니다. 6년 후 조두순이 출감하는 것도 두려워하고요. 피해 아동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제가 할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2008년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였던 나영이(가명·여·당시 8세)의 아버지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아동학대 없는 세상을 위한 기자간담회'에 참석, 딸의 근황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에는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원 지적장애인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지원단체 관계자, 2011년 어머니로부터 성적압박에 시달리다 어머니를 살해한 지모(당시 18세)군의 아버지 등 아동학대 및 성폭력 피해자 혹은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 자리는 아동학대 사건을 다뤄 온 이명숙 변호사,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이 함께 쓴 '우리는 모두 아이였습니다'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나영이 아버지는 "피해자 보호에 관한 각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는 관심이 미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모르는 사람처럼 딸의 근황이나 사건에 대해 묻는데, 잊었던 사건이 떠올라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도가니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김민선 광주 장애인가정상담소 소장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여전하다"며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해 정신병동 입퇴원을 반복하거나 가출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가해자는 처벌받고 출소하면 끝이지만 피해자들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고통받는 걸 생각하면 울분이 터진다"며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을 해온 이명숙 변호사는 사건을 다루는 지자체와 법원, 검찰의 태도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각 분야 전문가, 관계기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지군 사건을 언급하며 "오랫동안 아동학대에 시달리던 아이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에서는 미국·호주의 예처럼 정당방위가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화정 관장은 "아동학대특례법의 시행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일은 엄청나게 늘었는데도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라며 인력과 예산 증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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