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규식 소장이 휠체어를 타고 버스에 탑승하지 못하자 계단을 기어오르고 있다. ⓒ에이블뉴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다 돼 가는데도 여전히 장애인들은 이동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 장애인도 한 사람의 국민이자 시민으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이용해 고향에 가고, 여행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며칠 뒤면 민족 대 명절 추석이 찾아온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많은 사람들이 분주한 버스터미널을 찾겠지만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동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일 오후 2시 서울남부버스터미널에서 개최한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에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30여명이 시외버스를 이용해 서산·태안, 예산, 양지, 천안, 청주 등 6곳으로 이동하려 했다.

이들 중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결국 시외버스에 탑승하지 못했다. 13번 승강장에서 3시에 출발하는 서산·태안행 버스를 타기 위해 표를 들고 기다리던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버스에 오르려고 했지만, 휠체어 앞바퀴만 올라간 채로 꼼짝할 수 없었다.

14번 승강장에서 3시에 예산으로 출발하는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규식 소장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 소장은 전동휠체어를 버리고 버스에 기어서 오르려고 했지만 중증의 뇌병변 장애인으로 손을 사용하는 게 어려워 탑승하지 못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은 현재 휠체어리프트를 갖춘 시외버스와 고속버스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버스에 탑승하지 못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아무런 불편 없이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하루빨리 장애인 이동권 차별이 없어지길 희망했다.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법’에 따라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차별 없이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고속·시외버스 이외에도 농어촌버스, 광역버스, 공항버스, 마을버스 등도 휠체어리프트를 장착한 차량이 없어 이동권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된 지 10여년이 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의 권리는 여전히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생색내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인도 한 사람의 국민이자 시민으로 당연히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등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이동편의증진법이 강제성을 갖도록 개정함과 동시에 장애인에게 정당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요구안을 밝히며, 국토교통부의 조속한 이행의 목소리를 높였다.

요구안에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광역버스, 농어촌버스, 고속·시외버스 접근권 보장을 위한 연구 및 내년 시범사업 추진이 담겨 있다.

마을·전세버스와 관련 장애인 차별적 법률 조항 개정, 시내버스 100% 저상버스 도입 및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국비지원 법률에 명시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 및 법률 개정안 마련, 국토교통부장관 면담 및 논의기구 설치도 들어 있다.

한편 지난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는 교통약자가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2일 서울남부버스터미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고속버스, 시외버스 장애인 접근권 보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들고 있는 피켓에 '대중' 교통을 장애인도 이용하고 싶어요. 라고 적혀있다. ⓒ에이블뉴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시외버스에 오르려고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이날 "이동편의증진법을 개정해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이 수립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이블뉴스

서울남부터미널에 정차된 버스에 '장애인도 버스타고 고향가고 싶다!'고 적힌 종이가 붙여져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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