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 등록장애인 중 1%가 채 되지 않는 소수장애인들이 있다. 심장장애, 호흡기장애, 간장애, 안면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장애 등. 이들은 제도권 내 복지서비스 대상은 되지만 실질적인 지원 미흡은 물론, 요구조차 정책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현실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2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내부 및 소수장애인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윤석권 회원, 경기복지재단 양희택 박사.ⓒ에이블뉴스

■“사회생활 꿈도 못 꾼다” 화상장애인=‘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던 지난 1978년 12월. 당시 초등학교 3학년 때 화재로 인해 화상장애인이 된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윤석권 회원은 “참으로 끔찍한 경험”이라고 털어놨다.

화염이 이글거리는 두 평 남짓한 방 안에서 정신을 잃었던 윤씨. 어머니의 울부짖음과 동생의 고통스러운 비명, 죄책감으로 시달리는 아버지의 자학 아픔은 오랫동안 그를 고통스럽게 했다.

윤씨는 “사고 당시의 기억, 화상을 치료하는 과정 끔찍했다. 치료 후 추하게 일그러진 피부를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도 고통 스럽긴 그지 없었다”며 “화상손상과 치료 과정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런 경험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것 조차 흔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단순 외모가 아닌 달라짐으로 인한 사회적 경험,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심리적으로 위축하게 한다. 실제로 화상을 심하게 입은 사람은 저조차도 쳐다보기가 쉽지 않다”며 “사회생활 한다는 것도 어렵고 기회가 주어진다해도 사회생활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윤씨는 의료적 지원에서 “현재 안면장애판정기준이 2.3.4급인데 안면부 60%이상 화상을입어야 4급이 된다.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며 “건보적용에 대해서도 한번 수술해서는 개선되지 않으니 횟수에 제한 없이 건보가 적용되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복지재단 양희택 박사는 "안면장애인은 의료적인 접근 뿐 아니라 화상 등으로 인한 대안관계의 어려움 등으로 사회생활은 물론 일상생활까지도 제한을 당한다"며 "신체적 의료적 기능과는 별개로 사회적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고 이후 정신적 심리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뇌전증협회 환우회 장석원 공동대표.ⓒ에이블뉴스

■“공부 아닌 차별 배운다” 뇌전증장애인=한국뇌전증협회 환우회 장석원 공동대표는 질병에 대한 고통보다 사회적 차별의 고통이 더 심하다고 털어놨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가 일시적 이상을 일으켜 과도한 흥분 상태를 나타냄으로써 의식의 소실, 발작, 행동의 변화 등과 같은 경련 증상들이 반복적,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하며, 잠재적으로 뇌에 생길 수 있는 모든 병이 원인이 된다. 지난해 기준 7271명으로 등록장애인의 0.29%정도.

하지만 이들 상당수가 장애인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받는 혜택보다 불이익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것. 이유는 사회적 편견이었다.

장 공동대표는 “대전뇌전증학회가 2012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뇌전증 환자 10명 중 3명은 본인의 질환으로 인해 사회적 낙인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고, 뇌전증 환자와 같이 어울리게 하겠는가 등의 질문에 선진국은 5%가 반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60% 이상이 반대했다”며 “질병으로 인해 해고가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 인신공격 등 차별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장 공동대표는 최근 뇌전증을 갖고 있는 초등학생 당사자 어머니의 사연을 설명하며 착잡함을 토로했다.

장 공동대표는 “어느날 초등학교 아이가 쓰러진 이후 다음날부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짝이 바뀌고 책걸상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짝아이가 너무 무섭다고 했고, 책걸상이 위험했다는 것이 연유였다. 학생은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데 차별을 배우고 있었다. 40여년 전 제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에 장 공동대표는 ▲중증난치성질환자 뇌전증수술 비급여 확대 ▲뇌전증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 설립 및 처우 개선 ▲고용환경 개선 ▲인권향상 및 사회인식 개선 등을 제언했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정영만 회장, 한국신장장애인협회 김지완 부회장.ⓒ에이블뉴스

■아이스버킷 챌린지, 근육병에도 관심 필요=한국근육장애인협회 정영만 회장은 최근 루게릭병을 후원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대해 “비슷한 유형인 근육병에 대해서도 이슈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 회장은 “근육병은 모든 일상생활을 타인에게 의존할 수 없으며 말기에는 심장근육과 호흡근육까지 침범해 사망까지 이르게 될 정도로 위험하다”며 “호흡기가 빠져서 바로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100%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인공호흡기를 착용해야 하는 근육장애인은 블랙아웃이 되면 너무나 두렵다. 전기가 나가면 보조전력이 필요한데 배터리 지원이 되지 않는다. 전원이 꺼져버리면 수동으로 하던지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전기가 끊어지면 끔찍한 피해를 당하게 된다. 보조배터리 지원 및 구입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정 회장은 “전적으로 타인에 의지해야 하는 근육장애인에 대해서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이 필요하다. 독거 특례가 되지 않아 일부러 집을 나가서 목숨걸고 독립생활을 하는 회원들이 많다”며 “시간이 있어도 활동보조인들이 회피해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활동보조 회피 방지를 위해 서비스 단가도 상향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유 아닌 일생 동안 치료”, 신장장애=신장의 기능 부전으로 인해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신장장애. 한국신장장애인협회 김지완 부회장은 “치유가 아닌 일생을 통해 치료해나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침묵의 병’으로 불리며,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됐을 때는 이미 만성화돼 있으며, 투석이나 신장이식 외에는 치료가 불가능하므로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는 것. 이는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변화에 따른 문제가 발생해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투석 신장장애인들은 장기간의 투석 및 합병증 치료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데 일주일에 2~3일씩 투석을 받아야 생명유지가 가능하므로 정상적인 근로가 힘들다”며 “가족내 위상이 약화되면서 불화 및 가족해체 위기의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한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수질검사의 형식적 평가기준에 신장장애인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혈액투석환자는 일주일에 3회, 회당 4시간씩 투석치료를 받고 있다. 투석용수는 생명수임과 동시에 엄격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위험요소가 된다”며 “현재 국내 710개의 인공신장실중 주기적으로 수질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기관이 17곳이며,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며 “혈액투석환자의 생명이 걸린 혈액투석용수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 및 위생 관리감독지침에 준해 세부 규정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최기전 사무관은 주최측과의 일정 착오로 인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토론회 전 인사말만 마치고 자리를 떠야 했다. 이에 토론자들과 방청석에서는 “정작 들어야 하는 건 복지부인데”, “안타깝다” 등의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28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내부 및 소수장애인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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