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4개 단체는 21일 이룸센터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현재 장애등급제 폐지가 기정 사실화 됐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의 장애인종합판정체계 개편을 위한 과정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장애계의 지적이 쏟아졌다. 반면, 복지부는 이렇다할 대답 없는 소극적인 자세 뿐이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4개 단체는 21일 이룸센터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대안 토론회’를 개최, 장애인종합판정체계 개편 방향에 대한 각 장애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장애등급제라는 이름은 폐지가 기정 사실화된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모든 후보자가 대선공약으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약속했으며, 정부는 제3차 ‘장애종합판정체계개편 추진단’을 통해 오는 2016년 등급제 폐지 이후 종합장애판정도구를 개발 중에 있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고 곧 모의적용에 들어갈 예정인 ‘종합장애판정도구’에 관한 연구내용의 발표와 이에 관한 활발한 의견수렴이 기대되는 상황임에도 복지부 측은 진행 과정은 커녕, 장애계와의 소통을 닫아놓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매년 기획단을 구성, 회의를 진행해 왔고 올해가 3번째다.

먼저 2010년 11월 2일 제1차 기획단 ‘장애인서비스 지원체계 개편 기획단’을 구성했다. 총 41명의 위원 중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15명으로 장애등급제의 문제를 최초로 공론화했다는 면에서 큰 의의를 가졌지만 끝은 심히 미약했다.

복지부는 ‘장애인등록 및 판정제도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후 정책토론회를 진행하고 분과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2011년 8월 제5차 회의를 끝으로 기획단 자체가 중단됐고, 2012년 6월 연구용역 보고서가 나왔음에도 회의도, 정책토론회도 없었기 때문.

이어 박근혜정부 출범직후 지난해 마련된 ‘장애판정체계개편기획단’은 13명의 위원 중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4명 뿐이었다.

제2차 기획단 논의의 대부분은 정부가 발표한 장애등급 단순화 안에 찬반과 감면 할인제도 적용방안 등에 집중됐다. 이 결과 단순화 없이 폐지, 감면할인제도 적용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는 합의문을 작성했다.

하지만 합의문 이후 어떠한 경과도, 합의 사항 속 ‘단일 감면율 적용방안 검토’에 대해서는 현재 알려진 바가 없다.

올해부터 종합장애판정도구를 위해 구성된 추진단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의학적평가, 근로능력평가, 복지욕구사정 등 3개분과 총 24명의 위원 중 장애계 인사는 4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개발중인 도구에 대한 경과, 의견수렴에 대해서 장애계와의 소통이 부족한 현실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에이블뉴스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추진단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부분들이 ‘독재자 형태’라고 표현하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먼저 복지욕구사정 분과. 박 대표는 “기존의 활동보조 인정조사표를 기반으로 장애인의 욕구와 생활환경 등을 총괄적으로 파악하려는데 이 하나의 설문지와 시험지로 결정할 것인지, 장애등록이 전제될 필요가 있는지, 예산계획 등이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구체적 연계 서비스와 예산계획 논의도 없이 종합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의학적 평가 분과과 관련해서도 “소위 손상률이라 불리는 KAMS한국장애평가기준 도입안을 논의중이지만 이는 기존 장애등급 기준에 비해 사회적 불이익 개념이 포함됐다고는 하지만 현행 장애등급제 문제점을 그대로 승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현재 추진단 논의 과정에서 장애인연금 판정체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인데 토론회 참여하는 것조차도 제한적이며, 장애인 참여부터 소통방식이 철저하게 비민주적이다. 마치 독재자 형태”라며 “그 결과물을 장애인계가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표는 “문제는 결정적으로 예산계획과 타 부처와의 연계다. 등급제 폐지는 소득보장, 고용지원, 감면할인 등의 문제가 있는데 과연 폐지에 대해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고용관련 추진단에는 고용노동부가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논의할 수 있는가. 범정부 차원의 장애등급제 대안 논의기구를 구성해 장애인단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관계부처가 포함, 예산 계획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이동석 연구원.ⓒ에이블뉴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이동석 연구원도 “현재 논의기구 형식으로는 타부처와의 연계성도 없고 장애인들의 염원을 반영할 수도 없다”며 “조금 늦게 가더라도 현재 논의기구를 해체하고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등 관련 부처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장애인 단체 및 장애인들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사자들의 참여로 인해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제한을 하고 싶을 것”이라며 “당사자들의 참여가 제한된 정채기 아무리 좋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냐. 전문가들만 모여서 만든 정책보다 장애계 목소리가 반영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추진단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원종필 사무총장도 토론회 플로어에서 “기획단 멤버가 총 25분정도 되는데 그중 장애인단체는 4명 뿐이다. 당초 위원을 위촉할 때 장애인단체의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의 목소리를 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당사자 목소리가 적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추진단내 장애인 당사자 확대를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 사무총장은 “현재 추진단에서 도구들이 어느정도 나왔다. 계획상에는 공청회가 나와있긴 하지만 장애인단체의 의견이 필요하다. 현재 나와있는 도구들에 대해 모의적용 이전에 의견 수렴이 분명 필요하다”며 “회의에서도 자료를 가져오지 못해서 장애인단체와 구체적 논의도 못하고 있다. 복지부가 나서서 의견을 수렴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소속의 한 회원도 “장애 각 유형별로 필요한 욕구가 다르다. 내부와 외부 장애의 필요성은 분명 차이가 있다”며 “추진단을 구성할 때 그런 부분들도 감안해주길 바란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이영재 서기관.ⓒ에이블뉴스

이 같은 지적에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이영재 서기관은 이렇다할 속시원한 대답 없는 틀에 박힌 답변만을 내놨다.

“장애판정개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느냐, 장애인단체 참여시키지 않느냐 큰 불만이라는 것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개편이 복지부만의 노력으론 안 되는 것도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장애판정개편에 있어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의 여러 부처와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고 협의할 예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서기관은 “지난해 말 장애등급제를 없애는 부분은 합의했지만 개편이후 작업에 대해서 복지부가 어떤 설계를 할지, 의견을 정리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논의하다 보니까 시간이 걸렸다”며 “소통부족에 있어서는 실무자로서 송구한 부분이다. 지금으로썬 A냐 B냐 말하기는 힘들고 속도를 맞춰서 공론의 장을 넓혀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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