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고 오지석씨 장례식에서 오열하는 송점순씨.ⓒ에이블뉴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에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가슴을 치며 한탄했다.

그 일이 있은지 5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합동 분향소 옆에서 또 한명의 자식을 잃은 홀어머니가 목 놓아 울었다.

바로 지난 1일 호흡기에 이상이 생겨 47일만에 세상을 떠난 고 오지석씨의 어머니 송점순(58세)씨다. 5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치러진 오지석씨의 장례식에 참석한 송씨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일행의 품에 안겨 통곡했다.

송씨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근육병을 갖게 된 지석씨가 걷지 못하고 자주 넘어지자 그 길로 학교를 중퇴시켰다. 근육병의 치료로 인해 가정이 너무 힘겨웠다. 결국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위해 남편과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 집에서만 지석씨의 간병, 치료에만 매달려온 송씨였다.

그러나 지석씨가 의식불명에 빠졌을 때 송씨는 집 앞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이어서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 지석씨가 송씨와 함께 살고있다는 이유로 독거 특례적용에서 제외, 활동지원서비스가 월 278시간에 불과했던 것. 그런 송씨는 먼저간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고개를 떨궜다.

송씨는 “제가 부족해서 아들을 너무 빨리 보낸 것 같아 미안하다. 지석이가 근육병을 갖고 힘들게 살아왔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자주 넘어져서 초등학교 졸업도 못 시켜서 너무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며 “사는 것이 힘들어도 아들을 품에 안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무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씨는 “장애인분들이 활동보조서비스를 위해 투쟁했기에 지난 3년동안 지석이가 인간답게 살수있었다. 팬미팅도 가고, 원하는 친구도 만나러 다녀서 너무 감사하다”며 “2년전 친구 정석이가 죽었을 때 너무 가슴아파했던 지석이었는데 똑같이 가게 돼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지석이의 빛나던 3년을 기억해달라”고 울먹이던 송씨는 눈을 감은 지석씨를 향해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한 엄마를 용서해달라. 사랑한다 아들.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너무 사랑해”라는 말을 남긴 채 오열했다.

고 오지석씨의 친구 이범구씨.ⓒ에이블뉴스

지석씨를 잃은 친구의 슬픔도 절절했다.

같은 근육병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범구씨는 지석씨를 종종 SNS, 메신저 등을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누며 그렇게 지내왔다. 몸이 안 좋은 상황에도 열심히 활동을 하던 지석씨의 모습을 내심 부러워하던 그 였다.

이씨는 “지석이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친구다. 친구사이라면 만나서 놀러도 가고, 식사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근육병이라서 외출조차 힘들다. 함께 만나서 식사한 적도 없지만 누구보다 마음을 나눠왔다”며 “인공호흡기를 달고 세상에 나온다는 것이 힘든 일임에도 지석이는 두려움에 벗어나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근육병의 현실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지석이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소중한 친구 지석이를 잊지말고 기억해달라”며 “지석이를 알게되서 너무 고맙고, 너무 보고싶다”라는 말을 남겼다.

한편,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사각지대 피해자 고 오지석동지 장례위원회는 장례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과의 사죄와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장례식 모습.ⓒ에이블뉴스

고 오지석씨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애인들.ⓒ에이블뉴스

고 오지석씨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애인들.ⓒ에이블뉴스

무용가 이삼헌씨가 추모 춤공연을 펼치고 있다.ⓒ에이블뉴스

장례식 후 행진하는 모습.ⓒ에이블뉴스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 도중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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