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장애등급제를 두고 의료적인 접근과 사회환경적인 접근이 함께 고려된 장애평가기준이 제시됐지만, 이는 현행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학계의 의견이 대립됐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이경석 신경의학과 교수는 3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2014년 한국장애인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장애 평가의 역사 의료모형의 역할과 한계’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이경석 신경의학과 교수.ⓒ에이블뉴스

■한계 드러낸 의료적 모델=이날 이 교수는 우리나라 장애평가를 두고, 장애평가기준, 장애평가자격으로 나눠 차례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현행 장애인복지법의 장애평가기준을 두고, ‘장애유형에 따른 차별’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실제로 아무리 큰 장애가 있더라도 그 장애가 15개 유형에 속하지 않으면 장애로 인정되지 않는다. 장애가 생기더라도 법정 장애를 골라서 생겨야 할 상황이니 말이 안되 는 맹점인데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장애평가 기준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필요할 뿐 아니라 사회여건에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그 기준이 개선돼야 한다. 평가 방법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평가자격의 문제를 두고도 의과대학 정규 교과과정으로 장애평가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의과대학 정규 교과과정으로 장애유무나 그 정도를 평가하는 교육이 전혀 없다. 장애평가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사람이 의사면허를 발급 받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교육 또한 200쪽이 안 되는 소책자 배포로 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장애유형별로 특정 전문의를 지정한 것도 문제다. 직접 환자를 진료했던 의사도 해당 전문의가 없으면 장애를 평가할 수 없으며 특정 전문의라고 해도 그 전문의가 장애평가 요령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수 없다”며 “국가차원의 장애평가 연수교육 제공, 연수교육 이수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호 보완된 평가 방식 제시=이에 이 교수는 장애인복지법에 제시된 의학적 기준에 맞춘 장애평가 기준을, 사회모형과 의료모형이 상호 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가 제안한 방법은 경제여건의 경우 재산과 수입 등을 이용해 단계를 나누고, 사회여건은 도시와 농촌 또는 가족관계 등을 이용해 단계를 나눈다.

이 같은 사회경제적 단계에 따라 신체장애율에 특정 가산율을 적용해 복지장애율을 구한다. 이후 산출된 복지장애율에 따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는 것.

즉, 신체장애율에 사회경제적 단계에 따라 특정 가산율을 적용, 복지장애율을 구하고 이에 따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의사는 신체장애율만 평가하며, 사회여건이나 경제여건은 각각 해당 관청의 자료를 활용한다”며 “의사가 산출한 신체장애율에 해당 가산율을 적용하면 단순히 의료적 모형에 의한 장애 평가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요인과 환경을 고려한 복지평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에이블뉴스

■"현행과 다를 바 없어" 지적=반면, 대구대학교 조한진 교수는 의료적인 접근과 사회환경적인 접근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부분은 찬성했지만, 여전히 의료적인 접근이 핵심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활동보조서비스의 경우에는 의료적인 접근이나 기증적 제한 접근이 핵심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장애인연금과 같은 소득보장 정책의 경우에는 개인소득이 핵심 기준이 되야한다”며 “신체장애율의 경우도 장애유무의 평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활동보조서비스의 경우에 혹 손상률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장애인연금의 경우에는 장애인이라는 조건이 만족된다면 개인소득 수준에 따라 연금을 차등해 주면 된다는 설명.

이는 손상률이 낮은 장애인이라도 개인 소득의 수준이 낮을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조 교수는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장애의 정도를 굳이 평가하지 않거나 기껏해야 장애의 경중을 구분하는 정도로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별 문제없이 제공하고 있다”며 “모든 나라에서 서비스의 제공 목적에서 장애의 정도를 비율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현행의 등급을 일정한 손상률로 대체하려한다면 현행 등급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0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2014년 한국장애인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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