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결의대회에 모인 장애인들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제한하는 장애등급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등급제가 송국현을 죽였다.”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송국현동지 장례준비위원회,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19일 보신각 앞에서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송국현동지 추모결의대회’를 열고, 장애등급에 따른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신청자격 제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꿈꾸던 중 집안에 홀로 있다가 발생한 화재로 생을 마감한 故 송국현(53세, 중복장애3급)씨도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피해자였다는 것.

송 씨는 지난 2월 국민연금공단에 장애등급 재심사를 요구했다.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신청자격인 1~2급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경미한 도움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변화가 없었다.

송 씨는 지난 13일 오전 11시경 서울 성동구 자신의 집에서 홀로 있던 중 발생한 화재로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어 대치동에 위치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지만, 17일 오전 6시 40분경 상태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왼쪽부터) 박명애 상임공동대표, 박김영희 사무국장, 송경동 시인이 발언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 자리에서 전장연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눈앞에 불길을 보고서도 활동보조인이 없어 피하지 못했다. 언제까지 장애인이 장애등급제에 따라 (활동지원서비스를) 제한받으며 살아야 될지 모르겠다”고 애통해 했다.

이어 “언제 다시 벌어질 지도 모르는 이러한 일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활동지원제도 신청자격 기준을 조속히 없애는 등) 장애등급제가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도 “시설에서 나와 평범한 삶을 꿈꿔왔는데 홀로 있다가 발생한 화재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을 생각하면 많이 슬프다”면서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는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 고인이 편안히 눈 감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 정확한 책임을 묻고, 대책 마련이 이뤄질 때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동 시인은 추모시를 통해 “또 한 분의 장애인이 우리 곁을 떠났다. 방문은 활짝 열려있었지만 걸을 수 없고 말할 수 없어 침대 밖이 모두 망망대해였다”면서 “모든 장애인들이 안전을 영원히 보호받는 세상을 위해 우리함께 싸우자. 끝까지 싸우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이날 추모결의대회에는 검은색복장을 하거나 옷에 검정 리본을 달아 조의를 표한 장애인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결의대회를 마친 뒤 촛불추모제가 있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까지 거리행진을 벌이며, 다시는 이 같은 일리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9일 보신각 앞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송국현동지 추모결의대회’전경. ⓒ에이블뉴스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가 송국현을 죽였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송국현동지 추모결의대회’에 모인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추모결의대회에 참가한 장애인이 헌화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이 헌화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헌화를 마친 장애인이 故송국현씨 영정사진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추모결의대회를 마친 사람들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일렬로 길게 이동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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