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중저상버스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장애계의 반대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중저상버스 도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이동편의증진법)이 시행된 지 8년째를 맞이했지만, 전국적으로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14.5%에 불과하다. 저상버스 도입 책임이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 154곳 중 100여 곳에서도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없는 실정.

그러나 이러한 현실 속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예산 논리에 의해 중저상버스 도입 정책이 다시 밀실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중저상버스는 2005년 이미 교통약자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권을 보장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돼 폐지된 바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22일 극소수 장애인단체만을 불러 언론에는 공개도 하지 않은 채 중저상버스 체험 행사를 개최했으며, 올해 최근 ‘저장버스 표준모델 개선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하는 등 중저상버스에 대한 검토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

전장연은 “중저상버스는 결코 장애인 등의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수단이 될 수 없다. 중저상버스는 리프트를 장착하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승하차가 가능하다고는 하나, 기존의 일반버스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계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교통약자에게는 자유롭고 안전한 접근권을 전혀 제공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상버스는 수동으로 전환 가능한 자동식 경사로를 개발해 설치하거나, 이동식 경사로를 비치하거나, 혹은 현재 특별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차량의 일부가 그러한 것처럼 수동식 경사로를 설치함으로써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접근권을 항상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면서도 “중저상버스는 리프트에 결함이 발생할 경우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승하차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저상버스가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수단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도 명확하지만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중저상버스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 돈과 예산의 논리 밖에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저상버스를 납품하고 있는 자일대우버스(주)에 문의한 결과 2014년 1월 기준으로 일반버스는 1억1960만원, 중저상버스는 1억8300만원(리프트 설치비용 2800만원 포함), 저상버스는 2억1500만원이다. 저상버스와 중저상버스의 실제 가격 차이가 3200만원 가량 정도인 것으로 확인된 것.

전장연은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계속해서 기만적으로 중저상버스의 도입을 추진한다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장애인과 모든 교통약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10여년전 이동편의증진법의 제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투쟁을 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강력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도 중저상버스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한국장총은 10일 성명서를 통해 “중저상버스의 리프트의 작동시간이 저상버스보다 현격히 느려 승하차 시간이 상당히 지연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중저상버스의 리프트 작동시간은 일분일초가 바쁜 출퇴근 시간에 버스의 운행시간을 지연시키고 교통체증을 유발해 승객들의 민원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장애인은 출퇴근을 방해하는 사회집단으로 오해를 발생시킴으로 국가적으로 추진 중인 장애인의 인식개선 사업의 효과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중저상버스가 ‘교통약자이동서비스 제공 기능 보유’하고 있다고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도입추진 중인 중저상버스는 균형감각을 완벽하게 지니고 있는 일부 휠체어 장애인들에게 약간의 이동권을 높일 가능성은 있으나 그 이외의 교통약에게는 전혀 안전한 이동권을 제공하지 못하는 모델”이라며 “오히려 ‘교통약자이동서비스 제공 기능 보유’가 아닌 ‘교통약자이동서비스 무력화’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래 저상버스를 보급하는 것을 중저상버스로 대체 도입하는 것은 이동권의 확대를 바라는 교통약자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맹목적으로 목표만을 달성하려는 서울시와 국토해양부는 반성해야 한다.분명하게 중저상버스의 도입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장애물없는생활연대 배융호 사무총장도 개인 SNS를 통해 중저상버스에 논의에 대해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를 잘 도입하다가 느닷없이 10년전 논의를 다시 꺼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강력히 비난했다.

배 사무총장은 중저상버스에 대한 문제점을 ▲계단이 존재해 위험 ▲휠체어리프트 설치함으로써 장애인 불편 과중 ▲유니버설 디자인에도 반대되는 정책 ▲계단없는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국제적 추세와도 반대되는 후퇴된 정책이라는 점을 꼽았다.

배 사무총장은 “10년전 저상버스 도입운동을 할 때 당시 건설교통부는 저상버스의 비용을 문제삼으며 버스에 휠체어리프트 설치를 제안했지만 연대는 단호히 거부했다”며 “그런데 최근 국토교통부가 일부 지자체의 요구를 받아드리려 하고 있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이동권마저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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