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이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의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들도 설 명절에 고속버스 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7일 오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제2매표소 앞에서 장애인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국회를 향해 고속·시외버스 등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촉구했다.

현재 고속버스, 시외버스, 광역버스, 마을버스, 농어촌버스, 공항버스 등에 저상버스가 없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

가령 자가용이 없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춘천에서 원주를 가려고 할 때 시외버스를 타면 약 1시간이 걸리지만, 이용할 수 없다.

때문에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춘천에서 열차를 타고 청량리역으로 와서 다시 원주행 기차표를 끊어 탑승하면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기차역이 없는 지역이라면 시간을 떠나 아예 이동이 불가능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등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들 또한 고속·시외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참담한 마음을 토로했다.

박길연(사진 좌)씨와 김명학(사진 우)씨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에서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민들레장애인야학 박길연(여, 51세, 지체장애1급) 교장은 “부모님이 계신 경남 남해에 2~3년 전에 내려가 보고 못 내려가 봤다”면서 “부모님 연세도 많으셔서 자식들을 보고 싶어 하시는데 맘대로 내려갈 수 없어 속상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한 번은 너무 가고 싶어서 아는 지인의 트럭을 빌려서 타고 내려갔다. 그렇게라도 내려갈 수 있을 때는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당연한 권리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김명학(남, 57세, 뇌변변장애 1급)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기차노선이 없는 전북 부안까지는 혼자서 이동이 어렵다”며 “자가용을 빌려서 타고 가거나 그러지 못 할 경우 고향에 내려가길 포기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 씨는 또한 “2년째 못가고 있는 고향에 이번 설 명절에 내려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장애인도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탈 수 있도록 편의가 개선돼서 내 맘대로 고향에 갈 수도 있고, 가고 싶은 곳도 맘대로 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특히 기자회견 뒤에는 세종정부청사로 향하는 고속버스 표 10장을 끊은 뒤 휠체어장애인 등이 탑승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탑승하기 힘든 상황에 분노한 박길연 교장은 노끈을 이용해 고속버스와 자신의 몸을 묶었고, 또 다른 장애인은 탑승하려던 중 승강장에 대기해 있던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기도 했다.

결국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만 버스회사 직원들에 도움을 받아 고속버스에 오를 수 있었지만,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은 없었다.

박 대표는 운전석 옆에서 버스표를 들어 보이며 “장애인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을 이용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관련법을 개정하고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과 예산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시행된 지 8년이 됐지만 아직도 장애인들은 고속·시외버스 등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여기에 많은 고속버스가 있는데 ‘그림의 떡’이다. 자유롭게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원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버스표를 들고 승강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운전기사와 버스회사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탑승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비좁은 버스 안에서 쇠사슬로 몸을 붂고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박길연 씨가 공간 부족으로 탑승이 어려운 고속버스에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기자회견에 참석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장애인이 장애인의 접근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이 장애인 이동을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들이 탑승을 위해 다른 승강장으로 이동하려고하자 경찰과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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