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흰건물 신관병동, 우측 구관 병동 창문에 쇠창살이 없다. ⓒ박종태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 조항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의 정신적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사결정 능력을 박탈하고, 타인에 의해 강제 입원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신의료기관에서의 비인권적인 감금, 강제약물 투여, 폭력 등에 대한 면죄부가 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최근에는 ‘강제입원으로 인생이 파탄 났다’면서 198명이 국가인권위에 집단진정을 제기했고, 정신보건법 중 강제입원 조항의 위헌 여부를 묻기 위해 헌법 재판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신장애로 입원한 환자들의 인권을 존중,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정신요양병원이 있어 주목된다.

한국가톨릭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운영하고 있는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1990년 9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서이천로 320번지 15만여㎡에 개원했다. 당시 감금과 감시, 격리로 대변되던 정신병원들과 달리 쇠창살을 없애는 등 인권적인 부분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일부 사람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철창과 같은 강제장치 없이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일이라며 우려했던 것.

하지만 수도회는 가장 가난한 자로서 정신장애로 고통 받는 이들을 그리스도처럼 대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환자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단 한 대의 감시카메라도 설치하지 않았다. 감시 장비가 없기 때문에 안전한 장비들을 고안, 사각지대의 위험요소들을 제거해 나갔고,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해 수익 창출보다는 환자의 인권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지난 2006년 리모델링을 통해서는 출입문을 투명한 강화유리로 설치해 병동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최소화했다. 환자들이 감금된 느낌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답답함을 최소화시켜 치료 공간에 있음을 인지, 빨리 병동 생활에 적응 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2011년에는 신관건물 증축으로 가난으로 치료 받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보호병동을 열어 총 300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곳은 보호실, 안정실, 반개방형, 완전개방형 병동이 운영되고 있다. 간호사실에서 병동으로 나가는 출입문은 잠금장치를 사용, 병원 이탈을 방지하고 있으나 간호사실의 아크릴 제거로 의사소통이 자유로 와져 수시로 간호사실에 와서 요구사항을 이야기 할 수 있으며, 치료진은 즉시 환자 요구에 응하며 이야기 들어 줄 수 있어 환자의 공격성이 감소되고 안정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보호실 병동의 경우에는 자기능력이 부족한 환자에게 외부자극을 줄여 주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거나 집중 집중관찰과 집중간호가 필요한 경우에 사용되므로 간호사실 내에 있다.

환자들이 감금됐다고 느끼지 않는 등 자존심을 높여 주기 위해 청결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보호실 전면은 쇠창살 보다 안전하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나무기둥으로 되어 있다. 또한 침대는 낙상을 우려, 최소한으로 낮춰 설치했다.

보호실 병동을 제외한 3곳의 병동의 창문은 모두 강화유리에 필름이 씌워져 있어 창살 없는 안전한 창문으로 자외선 차단도 된다. 더욱이 창문을 통한 무단이탈 및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창문이 15cm만 열리도록 고정돼 있다.

특히 내부는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목재침대와 개인사물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병동 마다 온돌방도 마련해 환자의 요구나 상태에 따른 병실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여기에 각 병동에 마련된 3곳씩의 면담실에서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상담이 이뤄지고, 가족 면담도 진행한다.

휴게실은 텔레비전, 오디오, 탁구대, 실내 운동기구, 바둑판 등을 갖추고 있어 여가 생활이 가능하다.

화장실의 경우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유지하고 사고 가능성을 관찰하도록 문 하단을 20cm 정도 높게 하여 화장실 사용 여부는 알 수 있지만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했다. 또한 화장실 안에 환자가 있을 때 병동 복도 입구에 파란불이 들어오게 하여 간호사의 주의를 용이하게 했는데, 환자의 화장실 출입이 드나들면서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는 야간이나 새벽시간의 관찰에 효과적이다.

프라이버시가 더욱 지켜져야 하는 장소지만 사고 가능성 또한 높은 공간이기도 한 욕실의 경우 샤워기를 천정에 부착하고, 줄을 짧게 해서 사고의 위험성을 없앴다. 이와 함께 두꺼운 거울을 설치, 샤워하면서 답답함을 없을 뿐만 아니라 샤워실 문을 잠글 수 없도록 하는 대신 커튼을 설치해서 샤워하는 모습이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특히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욕실 사용 시에도 CCTV 대신 복도에 파란불이 들어오게 해서 간호사가 자해 위험 환자에 대한 주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설립 당시 사람들이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전국에 정신병원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았다.

2006년에는 정신병원 최초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했고, 2010년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인권 교육기관’으로 지정됐다. 지난 20일에는 인권교육 공로를 인정받아 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정신 장애는 마음의 병이므로 의학적 치료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존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면서 “환자를 강제로 제압하고 약물주입을 하는 것은 근무하는 직원들이 편하게 근무하기 위한 것으로, 환자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원들이 힘들고 고생이 되더라도 인권적으로 대할 수 있는 병원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많은 곳에서 병원 견학을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전경. ⓒ박종태

출입문은 나무로된 강화유리문이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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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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