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치러진 파주남매 1주기 추모제에서 장애인이 헌화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어른들의 어두운 제도와 무거운 침묵으로 너의 속은 까맣게 그을려…하늘 끝 포근한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

2012년 10월29일, 오후6시경 경기도 파주시에서 부모가 일하러 간 사이 일어난 집안의 화재. 그 안에는 뇌병변 1급 장애 남동생 박지훈(11)군과 누나 박지우(13)양이 있었다. 화재는 20분만에 진화가 됐으나, 불길을 피하지 못한 남매는 유독가스에 질식해 병원에 실려갔다.

고 김주영 활동가를 화마(火魔)로 떠나 보낸 지 겨우 3일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남매는 병원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사투를 벌였지만, 결국 사건 발생 9일 만인 11월7일 누나 지우는 부모의 손을 놓았다. 지훈군 또한 12월15일 누나를 따라 하늘로 떠나갔다. 세상에 꽃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어린아이들이었다.

연달아 발생한 화재사망 사건에 장애계는 다시금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정부가 장애아동을 위한 지역사회 돌봄지원체계가 잘 갖춰져 있었더라면,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됐더라면…'.

하지만 지우양이 떠난 지 1년이 지난 현재, 세상의 변화는 없었다. 올해 제정하겠다던 발달장애인법은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장애아동 및 발달장애인 돌봄지원체계는 여전히 부실하기만 하다.

장애아동의 경우 중증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연 320시간 정도의 돌보미 파견 서비스가 있으나 전국가구평균소득 100%이하라는 소득기준 적용으로 지원대상이 총 3천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방학기간이나 부모의 입원 등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돌봐줄 공적인 지원체계가 매우 부실한 것이 현실이다.

만6세 이후의 장애아동의 경우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장애1급과 2급으로 서비스 대상자가 한정되어 있어, 대다수의 장애아동이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

2013년 11월7일, 지우양이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 보건복지부 앞에는 장애인부모, 장애인 등이 모여 조촐한 1주기 추모제가 치러졌다. 이날 지우양과 지훈군의 어머니는 몸이 안 좋아 참석하지 못했기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계속 되는 부모들의 추모발언에 참석자들은 저마다 눈물을 훔쳤으며, 복지부를 향해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울부 짖기도 했다.

왼쪽부터 추모발언 중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공동대표, 한국장애인부모회 최경혜 서울지부장.ⓒ에이블뉴스

발달장애 아들과 추모제에 참석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는 “1년전 지우가 세상을 떠났는데 변한게 없다. 서비스가 없어서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떠났는데 여전히 한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며 “복지부에게 발달장애인법을 제정해달라고 수십번 요구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손놓고 잇다.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제발 활동보조 24시간, 발달장애인법에 대해 귀를 기울여 달라”고 피력했다.

한국장애인부모회 서울지부 최경혜 지부장은 “같은 장애인을 키우는 부모로써 1년이 지난 지금 지우에게 안겨줄 게 없어서 부끄럽다.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는 장애인 아이를 두고 돈을 벌러 집을 떠나야 하는 사회다. 우리 아이도 지우, 지훈이처럼 혼자 남아 벼랑끝에서 울부짖게 될지도 모르겠다”며 “오늘 23살 지적장애 딸 아이를 80세 암투병을 하는 시어머니에게 맡겨두고 왔다. 2주기때는 지우에게 꼭 선물을 안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는 “지우, 지훈이 1년이 되는 날이다.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다보니 사실 잘 몰랐다. 아직 우리는 파주남매를 보내지 못했다”며 “농성장에 있는 영정사진을 분위기가 달라지니까 치우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삶이 달라지면 그때 치울 것이다. 더욱 힘내서 투쟁할 수 있었음 좋겠다”고 말했다.

7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치러진 파주남매 1주기 추모제에서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들.ⓒ에이블뉴스

7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치러진 파주남매 1주기 추모제에서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들.ⓒ에이블뉴스

7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치러진 파주남매 1주기 추모제에서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들.ⓒ에이블뉴스

추모제 시작 전 진혼굿으로 파주남매의 넋을 기리고있다.ⓒ에이블뉴스

7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치러진 파주남매 1주기 추모제에서 장애인이 헌화하고 있다.ⓒ에이블뉴스

7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치러진 파주남매 1주기 추모제.ⓒ에이블뉴스

발달장애 소녀가 헌화를 준비중이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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