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에 들어간 한국언어재활사협회 고도흥 이사장(좌)와 김영무 비상대책위원장.ⓒ한국언어재활사협회

언어재활사 국가자격시험에 비전문가인 의사가 시험위원으로 참가한다는 이유로 언어재활사협회가 국가고시를 전면 거부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한국언어재활사협회는 지난 20일 오후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이 같이 결정하고, 언어재활사 국가자격에 의사들의 참여가 배제된 전문성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싸움의 시작은 지난해부터다. 언어재활사 국가자격의 법제화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지난해 8월5일 시행이 됐으나, 법률상 하자가 있어 현재 복지부에 언어재활사 특례시험에 관한 자문위원회가 구성돼 논의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복지부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에 5월말 이전까지 언어재활사 2급 국가자격시험을 실시하도록 요청했으며, 국시원도 5월25일에 제1차 2급 정시국가자격시험 실시를 예고했다.

문제는 9인의 시험위원회에 비전문인 의사2명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협회로서는 언어재활사와 의사가 엄연한 차이가 있음에도 국시에 참여하는 게 결코 달갑지 않았다. 언어치료학의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이에 협회는 국가시험에 의사 참여 거부 의사를 밝히며 직·간접적인 경로로 이의를 제기했다.

거부 이유는 ▲언어재활사는 의사의 치료행위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 ▲의학도들은 언어재활을 수학하지 않았다는 점 ▲의사와 언어재활사의 업무영역이 엄연히 구분된다는 점 ▲언어장애인은 환자가 아니라 장애인으로 장애인서비스로 전환돼야 한다는 점 ▲언어재활학과 교수들로도 시험출제가 충분하다는 점 ▲의사들에 의해 시험이 주도되면 언어재활사가 언어치료사에서 명칭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점 ▲독립적 학문과 전문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 등이다.

협회는 “의사는 음성 또는 언어와 관련한 질환에 관해 일차적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전문가인 반면, 언어재활사의 경우 의사에 의한 의료행위를 마쳤거나 순수한 기능적, 언어적 장애가 있을 경우에 언어재활을 목적으로 개입한다”며 “의대를 다니는 의학도들은 단 1시간도 언어치료학을 배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직접 배우지 않은 의사가 출제한 시험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며 “적지 않은 언어치료학 전공교수들은 말-언어에 관련한 해부생리학에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언어치료학의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진 의사는 거의 없다”며 의사들의 참여를 거부했다.

이의가 지속되자 복지부에서도 국시원과 중재에 나섰다. 이후 복지부 관계자로부터 “향후 시험과정에 의사들의 참여가 일체 배제됐다”는 국시원 사무총장과의 합의사항을 구두통보 받았다. 협회도 1년간의 앙금을 긁어냈다. 접수 및 시험일자 등 일정을 존중해 2500여명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국가시험에 응시하기로 결정한 것.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사무총장과의 합의와는 달리, 국시원 원장은 이 같은 합의 사항을 전혀 모르고 있던 것.

협회 관계자는 “12일 국시원 원장이 그런 합의는 금시초문이고 지킬 이유가 없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이의를 제시하더라도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것도 확인받았다”며 “이후 국장, 과장급의 사람들이 찾아와 ‘오해다’, ‘원하는 게 뭔가’라는 것들을 물어왔지만 직접 합의가 없는 한 거부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일까지는 타협을 놓고 대화를 기다리고 있다. 수요일이후에 타협이 없다면 응시료 반환청구운동에 들어가는 등 강경하게 나갈 계획”이라며 “언어재활사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단식농성도 무기한으로 계속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사항을 복지부에 문의해본 결과, 합의는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며, 향후 협회와 국시원 간 합의를 원만히 조율해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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