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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통증장애에 관심 없는 게 문제”

10년간 장애인정 요구에도…‘검토’란 말 뿐 "답답하다"

[인터뷰]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우회 이용우 회장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3-04-05 16:09:22
두 눈이 가리워진 채 하루에도 수십, 수백차례 누군가 전기적 자극으로 몸을 감전시킨다면 견딜 수 있을까? 작은 자극에도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하루종일 주사를 맞는다면 어떨까? 하지만 모두 리얼(real)이다. 우리나라 1만여명의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질환자들은 하루하루를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CRPS는 지난 1993년 세계통증학회 권위자들이 모여 새롭게 이름 붙인 병으로, 만성통증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꼽히며, 외상 후 특정부위에 만성적으로 극심한 통증이 계속되는 질환이다.

최근 들어 CRPS는 유명해졌다. 탤런트 신동욱씨가 한 방송을 통해 질환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이후, 포털사이트 뉴스기사는 물론, 방송사까지 CRPS라는 질환에 대해 집중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정부 측에 10년간 이 같은 통증질환을 장애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이가 있다. 바로 300여명의 CRPS 환우들과 소통하고 있는 한국복합부위통증증후군환우회 이용우 회장(44). 5일 그가 거주하고 있는 고양시 화정 자택에 방문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어제도 응급실행…환우들에겐 일상”=이 회장은 11년째 통증과 함께하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 2000년, 2001년, 2002년에 걸쳐 발생한 경미한 교통사고였다. 운전 중인 자동차가 급정거해 손목이 꺾인 작은 사고들이었지만, 그 후 상상하지도 못 할 통증이 찾아왔다. 파란만장하던 그의 삶은 송두리째 뿌리 뽑히고 만 것.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한 병원에서는 이를 ‘염좌’로 진단내리기도 했다. 그의 병은 ‘CRPS’, 국내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질환. 이 회장은 확실한 답을 찾기위해 짐을 싸들고 미국으로 향했다. 그렇게 찾아간 UCLA대학병원에서는 이 회장에게 CRPS 확진과 함께 장애판정을 내렸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는 척박했어요. 현재까지도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죠. 미국에서는 통증이 장애로 인정되기 때문에 활동보조도 받을 수 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당시 비급여라 1800만원을 들여서 척수자극기(SCS)를 심었어요. 잔 통증은 잡아주지만, 약간의 도움을 받는 것 정도가 끝이예요.”

인터뷰가 있었던 전 날(4월4일) 새벽에도 이 회장은 갑작스런 통증으로 응급실으로 향해 7시간 주사를 맞아야만 했다.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통증에 케타민(Ketamine, 마취약의 일종)을 투여하지만, 주사를 맞는 날에는 하루 이틀 몸 가누기가 힘이 들고, 기억상실의 부작용까지 있다.통증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는 질환자들의 선택이다.

“화정에 살고 있는데, 한국에는 서울성모병원과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밖에 통증환자가 찾아갈 병원이 없어요. 갑작스럽게 쇼크가 오면 급하게 병원에 가야하는데, 너무 거리가 머니까…. 암을 다루는 국립암센터처럼 통증도 국립통증센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국민의 25%가 통증을 갖고 있다는데, 전문적인 센터도 필요한 부분이죠.”

■‘검토’란 말만 반복하는 정부= 반면, 정부는 여전히 통증장애에 대해 무심하다. 10년간 끊임없이 비공식적으로 이를 장애로 인정해달라고 건의를 하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는 ‘검토’란 말 뿐이었다. 최근에도 2차례 담당자들을 만나 이를 건의했지만 여전히 그 태도는 변화가 없다.

“복지부에 비공식적으로 ‘관련학회에 통증연구용역을 줘라’고 요구했지만, ‘검토하겠다’라는 말 뿐이예요. 지난 하반기에도 통증세미나를 열었지만, 이후 변화된 부분이나, 복지부에서 별다른 답이 없어요. 그날도 복지부 관계자가 참석해서 쩔쩔매다 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부가 관심을 안 보이니, 이게 제도적으로 반영이 되겠어요?(웃음).”

지난해 11월 법무법인 서로가 주최한 ‘통증 법률 세미나’에서는 만성통증을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참석한 복지부 관계자도 “종합적으로 정부에서 연구용역이나 의학계에서 연구를 통해 장애인정을 받기위한 방법을 도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후 관련 학회인 대한통증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적도 없을뿐더러, 통증장애에 대한 별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

“대한통증학회에서는 미국의 통증장애 가이드라인을 참고로 해서 한국형 가이드라인 초안을 완성해나가고 있는 단계에요. 의학계에서는 여러 측면으로 통증장애에 대한 연구를 해나가고 있어요. 곧 미국과 연대를 추진해서 적극적으로 정부에 압박을 넣을 예정이예요.”

■“장애인정, 정부의 인식부터 바뀌어야”=CRPS라는 질환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를 이해할 수 없을 거 같았다. 조심스레 어떠냐고 묻자, “손이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을 정도”라며, 통증으로 인해 자살까지 이르는 질환자들도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국립통증센터가 생긴다면, 통증과 재활, 그리고 정신치료까지 병행되야 해요. 지금도 환우회 측으로 전화 와서 죽고 싶다고 토로하는 환우들이 많아요. 통증으로 인해 삶의 질이 바뀌고 활동도 못하고 사람사는 게 아니죠. 팔이 잘리면 장애인정을 받지만 팔이 있어도 사용할 수 없어 쓸모없는데…장애를 인정받는 날이 올까요.”

하지만 희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 무료 진료 정책을 발표하며, 희귀질환인 통증질환자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치료비나 약비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전망. 하지만 그가 10년째 주장하고 있는 장애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은 아직 ‘깜깜’하다.

“외국인 신분으로 미국에서 장애로 인정받기까지 참 힘들었어요. 관련 자료들을 모두 챙겨서 2시간동안 진료를 받았거든요. 한국에서는 최초일 거예요. 미국에서 받은 것처럼 한국에서도 장애로 인정을 받기 위해 바쁘게 생활하고 있어요. 곧 미국에 가서 장애로 인정받기 위해 논의를 또 진행할 예정이구요. 무엇보다 정부가 통증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객관적 기준이 없다라는 말 대신에 적극적으로 전문가들을 만나고, 연구를 진행을 하고 하는 게 제도 개선의 첫 단계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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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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