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호(doomul) 기자

KBS(한국방송공사)는 공영방송으로서 차별과 편견없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장애인 뉴스앵커를 선발한다. 지난 2011년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다. 현재 KBS는 25일부터 장애인 앵커를 채용하기 위한 원서를 공개 접수 중이며 28일로 마감된다.

KBS는 지난 2011년에도 장애인 뉴스앵커 모집을 통해 1급 시각장애인 이창훈(27)씨를 채용한 바 있다. 5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내 첫 장애인 앵커라는 영광도 잠시 이씨는 3달간의 집중 교육을 통해 앵커로서의 자질과 시각장애인으로 느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했다.

KBS 측도 이씨가 원활한 뉴스진행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선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인 이씨를 위해 뉴스 원고를 점자로 출력할 수 있는 점자프린터와 특수한 보조공학기기인 점자단말기(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보조공학기기로 워드나 텍스트파일을 점자로 변환해 출력해주며 일정관리, 전자메일 확인, 인터넷 검색, 문서작성등의 기능이 탑재된 보조공학기기로 대당 가격이 약 500만 원 하는 고가기기이다)을 지원했으며 이창훈 앵커를 돕기 위한 별도 보조 인력도 배치했다.

라디오가 아닌 텔레비전 뉴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이씨의 시선 처리 등을 교정해 주기 위해 선배 아나운서들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 드디어 2011년 11월 7일 국내에서 최초로 시각장애인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가 송출되었다. KBS 1TV 뉴스12에서 <이창훈의 생활뉴스>라는 타이틀로 이창훈 앵커가 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선을 보인 것이다. 그동안 1년 4개월간의 뉴스 진행을 한 이씨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KBS의 한 간부는 "장애인 앵커와 비장애인 앵커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이 앵커 기용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고, 이씨는 그동안의 활동을 인정받아 '세계생명사랑국제상'의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2월 1일자 <연합뉴스>는 세계생명사랑국제상을 주관하는 대만 주대관 문교기금회(Chou Ta-kuan Cultural & Educational Foundation)는 "이창훈씨가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앵커로 활동하면서 장애인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큰 감동과 용기를 준 점 등을 높이 샀다"고 수상 소식을 전했다.

KBS의 이창훈 앵커 기용은 그동안 벽으로 여겨지던 방송에서 일반 프로그램이 아닌 뉴스 진행이라는 분야까지 시각장애인이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장애계에서도 대단히 고무적인 평을 받아 왔다. 이와 관련해 2011년 8월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국 방송 처음으로 장애인 앵커를 채용한 KBS(한국방송공사)에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KBS 이미지 홍보를 위한 1회성 앵커?

그러나 어쩌면 앞으로 KBS에서 이씨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 장애인 앵커를 모집한다는 KBS의 모집대상이 바로 이창훈 앵커의 계약만료로 인한 후임자를 모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이 장애인 앵커가 기용되면 이창훈 앵커는 자리를 내줘야 한다.

보도국에서 이번 장애인 앵커 채용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기자는 "이창훈 앵커는 처음부터 1년 계약이었다. 다만 작년 KBS의 파업 등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6개월간 이씨의 계약이 연장된 것이었으며 이번 장애인 앵커 채용은 이씨의 계약 만료로 인한 다음 번 앵커를 모집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즉, 이번 KBS의 장애인 앵커 공모는 정규직 채용이 아닌 계약직으로 그것도 단지 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는 프리랜서직을 모집하는 것이다. 이창훈 앵커도 같은 방법으로 기용되었다. KBS의 장애인 뉴스앵커 공모 요강을 보면 '처우 : 방송출연자로서 계약 기간 동안 공사 방송제작비지급규정에 정한 소정의 출연료 지급'으로 명시되어 있다.

KBS가 2011년 이창훈 앵커를 채용하면서 "2009년 영국 민영방송에서 안면 변형 장애인을 1주일간 뉴스 진행자로 기용한 적은 있다. 그러나 시각 장애인이 뉴스의 고정 코너를 진행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이창훈씨에 이어 현재 모집하고 있는 2기 장애인 앵커 역시 어쩌면 공사의 이미지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가는 이유이다.

이런 KBS에 대하여 지난 2월 22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성명서를 통해 "이창훈 앵커는 단순히 우리나라 최초의 지상파 TV뉴스의 첫 앵커라는 의미 이상의 상징성이 있다"며 "장애인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는데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다"고 밝히고 이런 기회를 만든 KBS에 대하여 "장애계는 KBS의 이러한 노력에 지난해 장애계 지도자들이 KBS사장까지 직접 만나 장애인의 방송접근권 보장과 장애인 앵커 기용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대해 감사패까지 전달한 바 있다. 이는 KBS가 앞으로도 장애인 등 사회소외계층을 위해 더 많은 역할과 사회적 의무를 지속적으로 다해 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며 장애인 앵커 채용에 대해 장애계의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2기 앵커 모집이 추가 모집이 아닌 이씨의 하차를 염두에 둔 점이라는 사실에 "최초의 장애인 뉴스앵커가 KBS의 이미지 홍보를 위한 일회성 앵커는 아니냐는 오해가 일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KBS가 이창훈씨를 비롯한 제2, 제3의 장애인 앵커들이 실질적인 방송인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KBS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이창훈 앵커 기용은 공영방송으로서의 KBS의 이미지 홍보 효과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창훈 앵커는 이제 어느 정도 혼자 활동할 수 있는 능력과 커리어를 쌓았다고 평가되었다. 이번 이씨의 계약 만료로 인한 2기 모집은 더 많은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창훈 앵커는 "아직 KBS로부터 계약만료와 관련해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1년 6개월간의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KBS에 대하여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장애인 앵커라는 점 때문에 많은 매스컴에 관심도 받았고 그래서 더욱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2기, 3기 장애인 앵커는 아무래도 관심의 폭이 자신보다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향후 활동이 어려워 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1년간에 계약으로 그칠 것이 아니고 장애인 앵커와 KBS가 함께 성장하는 틀이 마련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KBS는 이창훈 앵커가 오늘날 훌륭한 방송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여 지원을 했다. 편견과 차별을 없애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번 KBS의 장애인 앵커 공모는 매우 환영할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KBS의 이런 노력이 보다 좋은 결실을 얻으려면 1년간의 계약으로 그칠 것이 아니고 이렇게 성장한 방송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진정으로 편견과 차별이 없는 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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