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을 앞두고,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장애등급제 폐지·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는 장애인들 모습.ⓒ에이블뉴스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11시 공식행사를 앞두고 두 시간전인 9시부터 관람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팡파르가 울리고, 연예인들의 화려한 식전행사가 펼쳐지는 가운데, 관람객들의 얼굴은 상기된 채, 발걸음도 더욱 빨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 앞에는 관람객들 이외에도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위해 도로에서, 피켓을 들고, 확성기를 들고,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는 소수자들의 함성도 함께 어우러져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국회의사당과 불과 몇 백미터 떨어진 이룸센터 앞에도 한숨은 들려왔다. 장애인들의 공간이라 불리우는 이룸센터. 멀찍이서 대통령 취임식을 바라보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의 모습엔 씁쓸함이 가득했다.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냐는 물음에 그는 “너무 식상한 질문이다. 하하”라고 웃으며 반문했다.

이 회장은 “일단 박근혜 정부의 공약은 좋다. 긴급제도 검토 등 여러 가지 신경쓴 점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 없이 허울만 좋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공약이니까 지키겠다고 하니 기대는 해보겠으나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당사자의 의견 수렴과정이 중요한데, 앞서 MB정부는 의견 수렴과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행정 편의적으로 제도를 만들었다”면서 “앞선 정부와 달리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일말의 기대는 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룸센터 앞에는 장애인단체가 박근혜 새 정부에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기 위한 기자회견도 함께 열렸다.

가장 먼저 장소에 도착한 사람은 활동보조시간이 부족해 홀로 멀리 대구에서 올라온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명애 대표.

취임식의 모습이 씁쓸하다는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명애 대표.ⓒ에이블뉴스

2살 때 소아마비로 장애인이 된 후, 58년간 장애인으로 살아온 박 대표도 또래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앞선 정부에서도 장애인공약을 내세웠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다. 복지를 한다고 이야기 했지만 다 깡통복지에 불과했다”며 “박 대통령 공약에는 맞춤형 복지라는 말이 있다. 사각지대에 있는 소수자 장애인들이 염원을 담아낸 정말 복지다운 복지를 해나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추운날씨에 마스크로 얼굴을 모두 가리고 온 근육장애인 김진우(39)씨도 “지금 부양의무제 폐지와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박 정부에서는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정확하게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답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현재 활동보조 210시간을 받는데 너무나 부족하다. 거기에다가 5월말까지 재수급을 받아야해서 불안해죽겠다. 박 정부가 이러한 모든 것들을 수렴해서 장애인들이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 쪽에서는 원할한 취임식 행사를 위한 안내판넬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던 시각장애인 A씨는 “국회의사당역에 있는 취임식 안내판넬이 시각장애인 유도블럭에 올려져 있었다. 화가나서 내가 치웠다”면서 “아직도 정부에게 장애인은 그 정도 인권 밖에 되지 않는다. 취임식을 위한 몇 백억의 세금을 장애인에게 준다면 몇 천, 몇 만명에게 돌아갈 돈인데, 아깝다. 참.”이라고 씁쓸함을 표현했다.

한편 그 시각, 국회 앞 방송사 중계방송으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모습에는 ‘과연 잘 이끌어낼 수 있을까’란 기대와 함께 두 손을 꼬옥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이 종종 띄었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여성이나 장애인 또는 그 누구라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정부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주는 사회를 만들겠다”라는 방송사의 중계방송으로 전해지자 모두 환호했다.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시민 김세준씨는 “새 정부가 출범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 박근혜 정부가 이번에 복지를 강조한 만큼,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겠냐”며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잘 사는 나라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장애등급제 및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 10여명은 이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정부의 국정목표인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자립을 지원하는 복지체계 구축’이 장애인의 행복을 위해 맞춰지기 위해 “장애등급제 및 부양의무제”가 반드시 폐지되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멀리 국회가 보인다.ⓒ에이블뉴스

중계방송을 통해 취임식을 지켜보는 시민들.ⓒ에이블뉴스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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