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순씨의 53년 인생 첫 대선투표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기표소에서 소신껏 지지하는 대선 후보에 기표도장을 찍은 뒤 투표함에 직접 용지를 넣으며, 끝이 났다. ⓒ에이블뉴스

“53년 인생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해봤어요. 제발 장애인들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길 기도합니다.”

2012년 12월 19일 18대 대통령 선거일, 매서운 추위로 온몸을 얼어붙게 하는 추위지만, 전정순(53세, 뇌병변1급)씨는 너무나 설레기만 하다. 53년 인생 처음으로 제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날이기 때문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선거전부터 남들보다 유난히 더 꼼꼼히 공약을 살피고, 토론도 꼬박꼬박 챙겨봤다.

전씨는 “아무래도 장애인이다 보니까 장애인과 관련한 복지 공약을 위주로 후보들을 살폈다. 최근 故 김주영 활동가와 파주장애남매 죽음들로 인해 후보들도 활동보조 24시간을 보장해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며 “활동보조 부분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하루 평균 7시간의 활동보조시간으로 턱 없이 부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50년의 인생을 집에서만 갇혀 살다가 작년 3월, 장애인야학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자립생활을 만났다. 집에서만 웅크리던 그녀의 새 삶이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학교도 다니지 못했기에 전 씨는 야학을 통해 학교 공부는 물론, 철학수업까지 빠짐없이 수업을 경청하고 있다. 활동보조시간이 많이 주어진다면 공부뿐만 아니라, 그동안 못해봤던 외출과 여행도 마음껏 다녀보고 싶은 것이 그녀의 소망이다.

특히 무엇보다 활동보조인이 없는 밤 시간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활동보조인이 보통 오후 5시30분이면 퇴근을 하기 때문에 7시에 시작하는 야학 수업 장소에만 미리 데려다주고, 야학을 마친 전 씨는 혼자 집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전씨는 “활동보조 시간이 부족해서 화재로 돌아가신 김 활동가의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다”며 “밤에 화장실을 혼자 가지 못하기 때문에 가장 곤란하다. 화재라도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다”라고 토로했다.

올해 첫 총선선거를 치루고, 두 번째 투표장을 방문한 전 씨는 표정이 밝았다. 인천 계양구 계산4동 제1투표소인 계산중학교에서 만난 전 씨는 투표 안내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아 비장애인들과 나란히 줄을 서서 기표도 했다.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직접 사인을 하고, 기표도장도 전 씨 스스로 하려고 노력했다.

투표함에 용지를 넣고 투표소를 빠져나온 전씨는 “순식간에 끝나버려서 얼떨떨하다. 소신껏 잘 선택한 것 같다”며 “처음 대통령 선거였지만, 앞으로는 계속 꾸준히 내 참정권을 지켜 꼬박꼬박 선거에 참여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전씨는 “이번 선거로 내가 원하는 대통령이 되든 안되든, 장애인의 심정을 잘 이해해주는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란다”며 “장애인은 경제적인 면부터 시작해서 모든 곳에서 소외받고 있다. 정책들을 많이 세워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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