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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 ‘누드’, 그리고 ‘섹스볼란티어’

‘무성’ 편견에 파문…‘성적욕망’ 담론 이끌어내

[창간 10주년 특집] 키워드로 되돌아본 10년-④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12-05 16:52:28
영화 <섹스 볼란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의 한 장면. 예리가 천길에게 떡볶이를 먹여주는 활동보조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영화 <섹스 볼란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의 한 장면. 예리가 천길에게 떡볶이를 먹여주는 활동보조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장애인 대표언론 에이블뉴스가 10살이 됐다. 지난 2002년 12월 창간된 에이블뉴스는 발 빠르고, 심층적인 보도로 480만 장애인들의 든든한 언론으로 자리 잡았다.

에이블뉴스가 장애인과 마주한지 10년, 그동안 장애계에서는 장애인 성도우미를 다룬 영화 섹스볼란티어, 장애인 누드로 오랫동안 무성(無性)으로 치부됐던 장애인 성이 비로소 세상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본지는 매년 실시한 ‘올해의 장애인계 키워드’ 중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장애인 성’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이 급습한 모텔방 현장. 남성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과 여대생, 천주교 신부가 체포된다. 일반적인 성매매로 보자면 장애인은 손님, 여대생은 창녀, 신부는 포주인 셈이지만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성매매가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성 자원봉사를 한 것뿐’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한다.》

2년 전 개봉한 문제작 ‘섹스 볼란티어’로 알려진 ‘섹스자원봉사’. 스스로 성욕을 해결할 수 없는 일부 중증장애인에게 성욕해소를 무료로 지원해 준다는, 지극히 마이너적인 단어임에도 2005년 키워드 6위, 영화가 개봉되던 2010년 10위권 내를 차지한 만큼 논란은 뜨거웠다.

'섹스자원봉사'란 말은 2005년 일본의 가와이 가오이가 쓴 '섹스 자원봉사'라는 책이 번역 소개되면서 처음 언급된 단어다. 이후 '섹스 자원봉사자'란 말은 ‘섹스 도우미’, ‘성 도우미’ 란 단어로 쓰여지고 있다.

파격적인 소재로 영화가 개봉되자, 동요된건 장애인 뿐만이 아니었다. 인터넷으로 무료개봉한 지 4주 만에 42만명이 관람했을 정도로 일반 대중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지난해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을 공개한지 3일 만에 서버 폭주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성 도우미’란 다소 파격적인 소재. 여론은 ‘장애인 성문제의 대안이냐, 아니냐’, ‘성매매가 맞다, 아니다’라는 뜨거웠지만, 장애인들이 영화를 통해 외치고 싶던 숨겨진 1cm는 따로 있었다.

장애인도, ‘성적욕구’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성을 바라보는 대중의 의식은 군사독재시절을 보는 듯 하다. 먹고 자는 것과 같이 섹스도 기본적인 욕구임에도, 장애인의 경우 세상에 끄집어내서는 안 되는 남사스러운(?) 문제로 이차적인 문제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남성도 여성도 아닌 무성적인 존재로 여겨지며, 현실 속 자연스레 장애인들의 성적 권리는 사회의 무관심과 편견에 가리워진 채 성폭행의 대상이나 노리개 감으로 행해지기도 한다.

장애인 여중생 성폭행’, ‘아버지가 장애인 딸에게 짐승 짓’…外 올해 에이블뉴스 기사 제목으로만 ‘성폭행’을 검색해봐도, 60개가 훌쩍 넘을 정도다.

“친구들은 이성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고 하는데 저에게는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저도 이성을 사귀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고 섹스도 즐기고 싶은데..”(지체장애인 A씨)

장애인도 똑같이 사랑을 하고 싶고, 성적욕구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어둠속에 숨겨진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기 위한 한 중증장애인의 시도도 있었다. 2004년 에이블뉴스 박지주 칼럼니스트로부터 첫 공개되며 그해 키워드 10위권 순위를 장식한 중증장애인이선희씨의 누드사진이 그 것이다.

현실의 벽에 용기 낸 중증장애여성

무성(無性)으로 투영당하는 성적 소외감을 느끼는 현실의 벽을 벗어던지듯, 중증여성장애인인 선희씨는 용감하게 알몸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누드라는 자극적 소재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이 촬영했다는 의외성이 대중의 호기심을 증폭시켰지만, 일각에서는 ‘상업적 목적이냐’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런 격양된 여론속에서도 상당수는 장애인 누드 사진을 보면서 장애인도 성욕을 가진 한 인간이라는 원초적인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화두였다.

장애인푸른아우성 조윤숙 대표는 "누드사진이 성적인 욕구와 연결고리가 미비했던 것 같다. 단순히 개인차원에서 드러내는 정도였지, 장애인 전체의 성적욕구를 대변하는 아이콘이 되지 못한게 아쉬웠다"면서도 "상당한 용기를 내서 누드사진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사회에 장애인 누드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것 자체가 한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표는 "어려서부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과 교육은 국가가 해줘야 할 공적 부분이고, 성인이 되서는 개인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 따로 있다. 한때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더라도 자신의 권리와 정체성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감수성을 드러낼 수 있는 운동, 꾸준한 스터디와 교육을 통해 '장애인도 성적욕구를 가지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여성 이전에 성적욕망을 가진 여자”라는 그녀의 작은 외침과 성 봉사를 통해서라도 해결하고 싶은 그들의 성적 욕구. 언제든 또 '性'을 들고 나타날 제2의,제3의 이선희를 우리는 기다린다.이들이 던지는 ‘은밀한’ 메시지를 즐겁게 받아들일 대중의 인식 또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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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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