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 조건 ‘교통’. 이동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운영이 10년이 지난 현재, 긴 대기시간, 차량대수 등으로 이용자들의 향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시가 증차를 통해 대기시간을 줄이겠다는 개선 의지에도 장애계의 시선은 냉담했다.

서울시는 4일 서울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애인콜택시 청책워크샵’에서 ‘2012 장애인콜택시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자리에 참석한 장애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시는 지난 2003년 장애인콜택시를 도입한 이래, 현재 1,2급 지체, 뇌병변 및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대상으로 차량 330대, 콜센터 1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탑승건수는 지난 2003년 502건에서 현재 4배 가량 오른 2229건으로 장애인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반면 2012년 교통약자편의시설 만족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콜택시 이용 만족도는 60% 내외 수준이며, 불만사항은 72.6%인 ‘대기시간이 길다’는 지적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운영규모 확대 및 서비스 개선이 필요한 시점.

2012 장애인콜택시 운영계획을 발표하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보행자전거과 임동국 과장.ⓒ에이블뉴스

■장애인콜택시 개선 계획 내용은?=서울시 도시교통본부 보행자전거과 임동국 과장은 장애인콜택시 실질적으로 이용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규모 확대, 대기시간 단축, 만족도 향상, 제도개선 등 4가지 목표의 운영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올 초 박원순 시장이 ‘2014년 시정운영계획’을 발표한대로 2014년까지 600대를 도입, 운영규모 확대를 통해 대기시간을 단축한다. 현재 시의 장애인콜택시 대수는 330대로,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 기준대수인 409대에 109대가 부족한 상황.

시는 오는 10월 360대, 12월 400대, 2014년 600대까지 연차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현재 30분대의 대기시간을 2014년까지 20분대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해피콜제도 시행한다. 해피콜제는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여 불편 사항을 청취한다는 취지로, 고객이 장애인콜택시 이용 후, 즉시 전화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수준을 점검한다.

휠체어 탑승설비가 불필요한 장애인을 위해 사업자간의 업무협약을 통해 일반택시를 장애인콜택시로도 활용한다. 내년부터 장애인콜택시용 일반택시를 50대를 시범 운영, 2014년에는 100대 이상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용대상 규정을 장애급수에서 휠체어 탑승설비가 필요한 장애인으로 전환하는 ‘이용심사제’ 도입을 추진한다. 장애급수에 따른 경직된 현재의 이용대상 규정을 휠체어탑승설비 차량이 필요한 장애인과 필요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구분해 실질적으로 보행상 장애로 불편을 겪고 있는 장애인에게 이동편의 제공을 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장애인등급심사제도에 심사항목을 추가해, 대상자와 기간 판정을 장애인등록카드에 표시, 별도의 ‘특별교통수단 이용심사 위원회’를 구성해 3단계에 걸쳐 이용대상을 심사하는 방식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이밖에도 운영개선 계획에는 운전원 증원, 장애인단체 등 이해당사자의 운영참여를 위한 청책워크샵 개최, 적정요금 검토 등이 담겨졌다.

■‘뿔난’ 장애계…개선 현안 ‘산적’=이 같은 시의 계획에 장애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단순 증차만으로는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홍구 집행위원장은 시가 조사한 평균 대기시간 31분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장애인들의 이용상황과는 달랐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박 집행위원장이 속한 서울 장차연에서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200명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기시간이 2시간 이상인 사람이 43%로 가장 많았고, 2시간 이내 28%, 1시간 30분 이내 18%, 30분 이내는 0%로 조사돼 이용자들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대기시간은 배에 이르렀다.

박 위원장은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목적은 직장이다. 저상버스도 못타고 다른 것도 부를 수 없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의 불만은 더욱 많아질 수 밖에 없다”며 “2014년까지 600대 도입은 당연히 지켜줘야 하는 사항이고, 예약시간제 확대, 심야시간에 차량 대수를 늘리는 방안들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캐나다의 경우 둘 이상의 휠체어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도록 대형차량이 제공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각자 이동해야 한다. 여럿이서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택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차량대수만이 아닌 다른 부분까지 신경써주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도 장애인콜택시 법정대수는 시급하게 채워줘야 함은 물론이고, 대기시간에 대한 배차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함을 언급했다.

이 사무차장은 “장애인콜택시 법정대수는 법을 지켜서 시급하게 채워줘야 하는 부분은 당연하다. 하지만 법정대수를 채운다고 해도 지금 운영되는 대기 시스템으로서는 긴 대기시간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장애인들이 오랜 시간 대기하지 않게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배차 프로그램을 고민해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립생활대학 전정식 학장은 언어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콜택시 앱 개발을 제언했다. 전 학장은 “언어장애인이 문자로 접수하려면 장애특성, 목적지 등을 세세히 기록해야 하는데 차라리 말로하는게 편할 정도인 수준이다. 고유번호를 등록하면 장애특성이 등록돼 있어, 세세하게 입력할 필요없이 편리하게 접수가 되는 장콜앱이 개발되길 바란다”면서 “시가 발표한 30분대의 대기시간은 말도 안된다. 조사할때는 가급적으로 민관합동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장애물없는 생활환경 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전 학장이 제언한 어플에 대해 “고려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공감하며, 야간 운행대수 문제에 대해서 지적했다.

배 사무총장은 “야간운행대수가 신청자가 적다는 이유로 10대로 줄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용해보면 낮에 했던 신청자들이 밀린 상태다. 10시에 신청한 사람이 12시에 연결되고, 12시 사람은 2시로 넘어가는 식으로 주간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야간까지 문제가 생길수 있다”며 야간운행대수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주장했다.

이어 배 사무총장은 “캐나다와 같이 다인승 시스템을 적용해 같은 목적지에 사람들을 계속 태울수 있도록 하면 운영비가 상당히 줄어든다. 같은 노선에 있는 사람을 컴퓨터가 바로바로 연결해서 다인승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도 모색해볼 만 하다”면서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의 운전자 교육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날 청책워크샵에서는 차종 다변화, 치료나 특수이용 목적 우선순위 적용, 장애인콜택시 안전성 확보, 버스 전용차로 이용 등 다양한 의견이 모아졌다.

이 같은 장애계 의견에 서울시 윤준병 도시교통본부장은 “좋은 말씀 잘 들었고, 청책 워크샵을 해보니까 실제 업무를 할때 간과했던 부분 인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주셨던 내용을 개별적으로 잘 정리하고 정책대안 고민해서 장애인분들이 느끼는 어려움, 접근성 등을 잘 파악해 운영계획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4일 서울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애인콜택시 청책워크샵’에서 ‘2012 장애인콜택시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자리에 참석한 장애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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