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지하. ‘하하하’ 호탕한 웃음에 뒤이은 함성과 박수 소리가 시시각각 울려 퍼졌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가 주관한 토크콘서트 ‘장애계 서울시의회를 만나다’에 참석한 60여명이 장애인과 이상호 서울시의원을 비롯한 총 8명의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유쾌함에 만들어낸 소리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장애인의 정치 참여를 통한 서울시의 변화와 성과를 공유하고, 오는 12월 대선에서의 장애 정책 활성화를 위한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정치’와 ‘정책’이 결합하면 경색되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날 토크콘서트는 참석자들에게 ‘웃다가 배꼽 빠진 날’을 만들어 줬다. 그 만큼 시의원과 장애인들의 사이가 가까워 졌다는 의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사회를 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자립생활대학 전정식 학장이 장애인당사자인 이상호 의원을 희생(?) 삼는 등 위트 있는 진행이 한 몫했다.

전 학장은 ‘나랑 비슷한 급(?)’,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는 분’, ‘이상호 장애인’ 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고, 꽈당 넘어지며 ‘장애 특성 상 다리에 감각이 없고…’, ‘장애에 프라이드(자신감)가 생겼어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몸 개그도 되고…’ ‘108번의 번뇌(108배를 잘못 말하며)’ 등의 말로 토론회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다.

시의원들은 장애계와 친숙한 이 의원과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협박의 달인’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어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러면서도 이 의원을 통해 장애인들의 현실과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하나하나씩 알아가고 있고, 앞으로 조금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특히 정세환 의원은 참석한 장애인들에게 “지금까지는 유권자로서 ‘우리한테 이것 좀 주세요’이 개념의 역할을 했다면 지금부터는 ‘특혜가 아니라 비장애인처럼 동등하게 살 게 해달라’는 당당한 유권자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 장애인의 힘을 보여 달라”며 정치참여를 독려했다.

조규영 의원도 “대선에서 장애인 정책을 어떻게 관철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장애인들이 신념과 의지를 갖고 다양한 사람들과 (정책 제시를 위한) 관계를 형성을 하고, (장애계에서도) 꾸준히 공유하는 가에 따라 (장애인의 정책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명희 의원은 “장애에 대한 아픔, 불편함은 비장애인이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장애인당사자 개개인마다 갖고 있는 아픔도 다르다”며 “장애인 부모가 지적장애 자녀의 자궁적출 수술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굉장히 충격이었는데, (이러한 현실이)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당사자의 목소리로 세상에 폭로하고 고발하기 위해 스스로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태희 의원은 “사회복지 자격증이 있지만, 실무를 경험하지 않아 무늬만 사회복지사였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시 의원들이 이상호 의원을 통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현재 이 의원이 장애인의 현실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주고 있고, 흔히 현장에서 쓰고 있는 단어인 ‘장애인당사자’라는 말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리에 참석한 장애인들은 하나 같이 두 시간 가량 진행된 토크 콘서트를 마친 뒤 ‘재미있다’ 라는 말을 반복하며 이룸센터를 벗어났다.

김미진(여·34세·뇌병변장애 2급) 씨는 “너무 재밌었다.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시의원이라고 하면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는데, 이번 계기로 유머러스하고, 허점도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당당한 국민으로, 시민으로서 대선뿐만 아니라 여러 정치적인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서울시의회 8명의 시의원들. ⓒ에이블뉴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한명희 의원. 이날 한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이상호 의원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에이블뉴스

이날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서윤기 의원은 다른 의원들과 다르게 수첩과 펜을 챙겨와 '역시 모범생' 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에이블뉴스

서윤기 의원이 비밀스러운 이상호 의원에 대한 얘기를 하자 이상호 의원 당황해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많은 장애인들. ⓒ에이블뉴스

토크콘서트가 끝난 뒤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찍는 기념사진. 많은 청중들이 참여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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