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못한 거 알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전부다 사기였지만 12만원을 더 준다는데 어찌 안 넘어가겠습니까?”

김 모 씨는 필자를 찾아와서 자신의 욕심과 사기꾼에 대해 울면서 하소연했다.

김 모 씨는 진작 필자를 찾아오고 싶었지만 자신의 잘못이 죄가 되어 섣불리 나서지 못했는데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서 (돈)못 받을 셈치고 경찰서에 고소를 했다고 했다. 그런데 경찰서에서는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여기는 것 같다며 더 억울해했다.

능소화. ⓒ청야

현재 장애는 법적으로 15가지 유형이 1~6급으로 구분되어 있다. 1.지체장애(절단, 관절, 기능, 변형 등), 2.뇌병변장애, 3.시각장애, 4.청각장애, 5.언어장애, 6.지적장애, 7.정신장애, 8.자폐성장애, 9.신장장애, 10.심장장애, 11.호흡기장애, 12.간장애, 13.안면장애, 14.장루․요루장애, 15.간질장애.

그동안 장애수당을 받던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 만18세 이상의 장애 1~2급 그리고 중복장애 3급에게는 2010년 7월부터 월 15만 원의 장애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3~6급 장애인에게는 기존에 받던 대로 장애수당 3만 원이 나온다.

따라서 1~2급 및 중복 3급의 장애인은 12만 원을 더 받게 된 것이다. 재산이나 소득에 따라 9만 원에서 15만원까지 차등지급이 되고 있는 차상위는 예외다. 문제의 발단은 12만 원에서 시작되었으니까.

3급 장애인들은 1~2급 그리고 중복 3급의 장애인들이 부러웠다. 그들은 월 15만 원의 장애인연금을 받고 있는데 자기네들은 3만 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한 달에 15만 원이라 1년이면 180만원이다. 지난 가을부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 모 씨가 살고 있는 동네 통장이자 장애인인 A 씨가 3급 장애인들에게 접근했다.

“60만원만 주면 2급으로 만들어 주겠습니다.”

60만원을 주고 월 15만원씩을 받을 수 있다면, 넉 달만 지나면 본전을 뽑을 테니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3급 장애인들은 2급이 되어 장애인연금을 15만원씩 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없는 돈에 빚을 내어 A 씨에게 60만원씩을 건넸다.

당장이라도 장애2급이 되어 장애인연금 15만 원을 더 받는 줄 알았는데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도 장애등급은 바뀌지 않았다. 그제야 사람들은 속았다고 생각했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땅을 치고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은 것 같았다.

불구속으로 송치되었다는 안내문. ⓒ이복남

사람들은 아우성을 쳤다. 등급을 못 올려 줄 바에 받은 돈이라도 내놓으라고 했다. A씨는 정말로 장애진단서를 위조하여 등급을 올려 줄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등급을 올려 준다고 하면서 돈이나 받아먹을 심산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받은 돈을 돌려주겠다며 차용증을 썼다.

그러나 차용증에 적힌 날짜가 한참이나 지났건만 돈을 줄 기미는 없어 보였다. 사람들은 고소를 한다고 난리를 쳤지만 A 씨는 '벌금 내면 그만이니 배 째라'고 하는 모양이다.

사실 A 씨에게 장애등급을 바꿔 줄 것을 요구하며 돈을 준 사람이 몇 명인지는 잘 모른다. 장애인들이 A 씨를 찾아와서 빨리 등급을 바꿔 주든지 아니면 준 돈이라도 돌려달라고 하는 바람에 김 모 씨도 몇몇 사람은 알게 되었던 것이다.

필자도 김 모 씨의 이야기를 듣고 관계자에게 문의를 해 보니 가능하면 피해자들이 연대를 하라고 했지만, 연대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장애등급 바꾸기는 이미 물 건너 같지만 그래도 돈이라도 받고 싶은데 연대로 고소를 한다면 돈도 못 받을 까봐 걱정이었던 것이다.

“A 씨가 자기도 한쪽 눈이 나빠서 6급 장애인인데, 서울에 높은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3급 장애인으로 바꿨다고 했습니다.”

세상에나!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으면 장애 6급을 3급으로 바꿀 수도 있을까. 필자는 너무 어이가 없어 김모씨가 살고 있는 주민센터에 전화를 했다. A 씨가 무슨 장애 몇 급인지 확인을 부탁했으나 처음에는 개인 정보라 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A 씨가 통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장애인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 같다고 했더니 A 씨의 장애를 확인해 주었다.

A 씨는 정신장애 3급이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A 씨가 정신장애 3급이라면 왜 자신의 장애는 2급으로 바꾸지 않았을까. 정신장애 3급이라면 2년마다 재판정을 받아야 될 텐데 재판정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A 씨는 차량도 운전한다고 했는데…….

현재 A씨는 김모씨의 고소로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넘어간 상태다. 필자는 A 씨의 정신장애 3급, 통장이라는 직위, 운전면허 등이 정당한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서도 ‘가짜 장애인’ 신고는 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라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아무튼 예전에는 장애가 발생했거나 수술 후 6개월이 지나면 담당의사가 장애등급을 판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부터 장애등록심사제도가 달라졌다. 장애인등록을 위해서는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장애진단서, 검사결과지, 진료기록지 등을 발급 받아 국민연금공단으로 보내야 된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심사 후 등급을 판정하여 다시 주민센터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장애인의 등급이 하락하거나 탈락되어 등급외 판정을 받기도 한다. 장애등급기준이 바뀐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심사가 좀 더 철저하고 엄격해졌다고나 할까.

진료기록을 통해서는 발생원인, 치료경과, 장애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외래진료나 입·퇴원의 경과기록도 알 수가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3급 장애인을 2급으로 만들기 위해 장애진단서, 검사결과지, 진료기록지 등을 전부 위조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장애진단서에는 의사의 면허 번호가 기재되는데 의사 면허의 취소는 물론이고 형사 입건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어느 의사가 허위진단서를 발급하겠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장애등급을 올릴 수 있다고 믿고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할거나.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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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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