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박물관 전경. ⓒ박종태

부산 영도구 동삼동 혁신도시 내 부지 4만 5000㎡에 지하1층, 지상4층 규모로 지어진 국립해양박물관이 지난 9일 개관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해양문화, 해양역사·인물, 항해선박, 해양생물, 해양체험, 해양산업, 해양영토, 해양과학 등 해양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해양박물관이다.

외관은 바다의 물방울을 형상화한 역삼각형으로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 해양도시 부산의 새로운 랜드 마크로 각광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관은 상설전시관 8개, 기획전시관 1개, 어린이박물관, 해양도서관, 수족관, 대강당, 4D영상관으로 구성됐다. 또한 수집, 수증, 이관을 통해 확보된 전시용 유물은 1만여점이나 된다.

최근 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협조를 받아 국립해양박물관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했다. 이날 점검에는 시각장애인과 휠체어장애인이 함께했다.

이곳에는 건물 내부에 2대, 외벽에 2대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이중 외벽에 설치된 2대는 주차장에서 탑승이 가능한데, 2층까지 운행된다.

문제는 휠체어장애인 등을 비롯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출입문을 지나야하는데 여닫이문이기 때문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화장실은 건물 1층∼4층, 주차장에 남녀로 구분돼 비장애인화장실 입구 옆에 각각 설치됐다. 아쉬운 점은 화장실 입구에 설치된 안내판에 장애인 마크가 없어 장애인화장실이 있는 지 인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화장실 출입문은 공통적으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의 이용이 편한 터치식자동문이다.

내부 공간은 넓어 보였지만,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문제였다. 용변을 본 뒤 돌려서 나오기에는 공간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고정식 세면대 손잡이를 ‘올렸다, 내렸다’할 수 있는 가동식으로 바꾸면 그나마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용변기 뒤 등받이가 없고, 비상호출버튼과 휴지걸이는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높은 위치에 설치됐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장애인화장실 입구 벽면에 시각장애인에게 남녀 성별을 알려주는 점자표지판과 그 밑에 점자블록이 설치됐다는 점이다.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비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쪽으로 옮겨 설치해야한다.

남자화장실의 경우에는 소변기 양옆에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아 목발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넘어져 다칠 위험이 있었다.

2층 건물 입구에는 시각장애인에게 건물을 안내해 주는 ‘점자안내판’이 없었고, 내부로 들어가 시각장애인들이 손가락으로 읽기 힘든 부식형으로 설치됐다. 여기에 그 안에는 점자를 읽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성으로 안내하는 음성유도기와 직원호출버튼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1층과 2층 사이의 계단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계단손잡이에 층수를 알려주는 점자표지판도 없었다.

1층 대강당에는 장애인 관람석이 맨 뒤편에 마련돼 있고, 무대로 올라가는 경사로는 가팔라 휠체어장애인들은 홀로 이동하기가 불가능했다. 또한 4층의 4D영상관의 경우 장애인 관람석이 맨 앞에 있어 고개가 아파 관람이 힘들다.

옥상에 마련된 하늘공원도 문제였다. 이곳은 쉽게 1층과 2층으로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는 각각 1대씩 총 2대가 운행된다.

문제는 1층 엘리베이터 앞에 나무로 일부를 막고, 출입 통로를 내놨는데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가 출입하기 좁았을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경우 나무에 부딪칠 우려가 있었다.

또한 시각장애인이 1층에서 2층으로 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점자블록은 설치된 반면 손잡이에 점자표지판이 없었다. 점자표지판은 휠체어장애인 등의 이동을 위해 설치된 경사로 손잡이에 있었다.

특히 2층에는 망원경이 설치된 전망대가 있는데, 역시 계단으로 돼 있어 휠체어장애인들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국립해양박물관 2층 피크닉실은 휠체어장애인 등이 도시락을 가지고 오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이 잘 설치됐다. 하지만 곳곳의 안내표지판에 장애인이라는 법정용어 대신 장애우라고 적혀 있었다.

같이 점검한 휠체어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은 이구동성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빠른 개선을 요구했다. 또한 4D 영상관 관람료가 장애인 할인 없이 4000원인 것에 대한 불만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국립해양박물관 관계자는 “불편한 사항을 개선하겠다”고 답변한 뒤 4D 영상관 관람료와 관련 “개인에게 임대해 준 것으로 장애인 할인이 없다. 추후 할인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1층 출입문은 휠체어장애인 등이 출입하기 힘든 여닫이문이다. ⓒ박종태

국립해양박물관 장애인화장실 입구 벽면에는 시각장애인에게 성별을 알려주는 점자표지판과 그 밑에 점자블록이 설치됐다. 이것은 비장애인화장실 입구 벽면과 그 밑으로 옮겨야 한다. ⓒ박종태

장애인화장실 내부에는 공통적으로 용변기 등받이가 없고, 비상호출버튼과 휴지걸이가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높은 위치에 설치됐다. 그리고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가 들어갔다 되돌아 나오기에는 공간이 협소했다. ⓒ박종태

남성비장애인화장실 소변기에는 손잡이가 없어 목발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사용하다가 넘어져 다칠 위험이 있다. ⓒ박종태

대강강 단상 경사로가 너무 가파르다. ⓒ박종태

4D상영관에는 장애인 관람석이 맨 앞에 마련돼 있다. ⓒ박종태

국립해양박물관 1층과 2층 사이 계단에는 점자블록과 손잡이에 점자표지판도이 미설치됐다. ⓒ박종태

옥상에 마련된 하늘공원의 전망대는 계단이 있어 휠체어장애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박종태

하늘정원의 또 다른 계단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됐지만, 손잡이에 점자표지판이 설치돼 있지 않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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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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