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층 규모의 부산장애인구강진료센터. ⓒ박종태

부산·울산·경남 거주 장애인들의 치과진료에 나설 ‘부산장애인구강진료센터(이하 센터)’가 지난 24일 주차장에서 허남식 부산시장, 지역 장애인단체장 등 내·외빈이 자리한 가운데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다.

부산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센터는 사업비 30억원이 투입돼 부산시 서구 부민동2가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지어졌다. 또한 진료에 필요한 각종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간호사, 치위생사, 사회복지사 등의 전문 인력을 확보했다.

진료비는 의료급여대상 장애인은 본인부담 진료비 총액의 50%,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은 본인부담 진료비 총액의 20%가 지원된다.

이 같은 센터의 개소에 그 동안 치과 진료에 어려움을 겪었던 지역 장애인들은 반기고 있다. 하지만 개소식에 참석해 부산시각장애인복지관 김진태 관장, 한국장애인자립협회 이혜영 회장과 함께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한 결과 과연 장애인들을 위한 ‘장애인구강진료센터’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센터는 지하 1층 기계실, 2·3층 장애인 치과진료실, 4·5층 회의실 및 행정사무실, 6·7층 의사 기숙사가 배치돼 있다. 입구 주차장에는 1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주차장을 살펴보면 장애인들의 방문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마련된 장애인전용주차장은 1곳에 불과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선 안의 긴 배수로 위에는 수동휠체어 등 크기가 작은 휠체어 앞바퀴가 끼이는 것을 막고, 시각장애인들의 보행 안전을 위해 덮개가 덮여 있었던 반면 선 밖에 드문드문 있는 사각형의 배수로는 덮개가 없었다. 휠체어장애인, 시각장애인이 이동 불편을 초래하고 자칫 넘어질 우려까지 있는 것.

건물 입구에 설치된 ‘안내 점자촉지도’도 문제였다. 시각장애인들이 손가락으로 만져도 점자를 전혀 읽지 못하는 ‘부식형’이기 때문이다. 계단에는 시각장애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부산시각장애인복지관 김진태 관장은 “손가락 끝으로 만져도 전혀 읽지 못 한다”고 지적한 뒤 계단 초입에 설치된 ‘핸드레일 점자촉지판’과 관련 “올라가는 것과 내려가는 것을 알려주는 화살표 표시가 없기 때문에 불편하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2·3층 각 실 출입구 벽면에 시각장애인들에게 실과명을 알려주기 위해 설치한 점자촉지판 또한 문제가 있었다. 출입문을 여는 곳이 아닌 다른 벽면에 설치돼 있어 시각장애인이 터치식자동문 버튼 또는 미닫이문 손잡이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출입문 벽면이 좁아 실과명 점자촉지판을 붙이기 어려우면, 시각장애인이 인지할 수 있는 화살표로 설치하면 된다.

특히 2·3층에는 비장애인화장실이 없고, 장애인화장실만 있다. 먼저 입구에는 점자블록 및 남녀 구분 안내 점자촉지판이 잘 설치돼 있었고, 출입문은 사용이 편한 터치식 자동문이었다. 내부의 공간도 넓었다.

하지만 남녀장애인화장실은 공통적으로 용변기 뒤에 설치된 자동 물 내림 센서가 변기뚜껑에 가려 작동이 안됐다. 변기뚜껑 철거 후 등받이를 설치해야 한다.

비상호출버튼은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힘든 위치에 설치됐고, 터치식자동문 버튼은 나가는 입구가 아닌 용변기 옆에 설치돼 있어 편리한 사용을 저해했다. 세면대 손잡이 설치는 양호한 반면 손만 대면 물이 자동으로 나오는 감응장치가 아니어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의 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남녀장애인화장실 용변기 뒤쪽에는 창문이 있는데, 썬팅이 안돼 있어 뒤쪽 건물에서 보인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엘리베이터와 계단의 거리가 가까워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후진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계단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

한국장애인자립협회 이혜영 회장은 “장애인화장실 등의 불편 사항의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엘리베이터와 계단의 거리가 가까워 사고 위험이 있어, 계단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차단봉을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센터 담당자는 “장애인단체에서 사전점검을 받았다”면서도 “장애인들의 불편한 사항을 빨리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지난 24일 개소식에 참석한 허남식 부산시장의 축사 모습. ⓒ박종태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제막식을 하고 있다. ⓒ박종태

부산장애인구강진료센터 주차장에는 장애인전용주차장이 1곳 밖에 마련돼 있지 않다. ⓒ박종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선 밖의 배수로에 덮개가 덮여 있지 않아 휠체어 앞바퀴가 빠져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박종태

부산시각장애인복지관 김진태 관장이 건물 입구 벽면에 설치된 부식형 '건물 안내 점자촉지도'를 손가락으로 만져 읽고 있다. 하지만 김 관장은 전혀 읽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종태

장애인화장실 내부에는 용변기에 설치된 자동 물 내림 센서가 변기뚜껑에 가려 작동이 안됐고, 창문은 선팅이 안돼 있어 뒤쪽 건물에서 보인다. ⓒ박종태

장애인화장실 내부 세면대 손잡이는 양호하게 설치된 반면, 수도꼭지는 손만대면 물이 나오는 감응장치가 아니어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사용하기 매우 불편하다. ⓒ박종태

한국장애인자립협회 이혜영 회장이 장애인화장실을 점검하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박종태

2·3층 각 실 출입구 벽면에 시각장애인들에게 실과명을 알려주기 위해 설치한 점자촉지판은 출입문을 여는 곳이 아닌 다른 벽면에 설치돼 있어 시각장애인이 터치식자동문 버튼 또는 미닫이문 손잡이를 찾을 수 없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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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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