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추락사고 당사자 한명수씨가 사고 책임을 회피한 서울메트로와 시에 공식사과를 촉구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지난 1월 을지로3가역에서 추락사고로 중상을 입은 장애인에 대해 서울메트로와 서울시가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서울장차연)은 20일 지하철 을지로3가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 추락사고 책임을 회피한 서울메트로와 시에 공식사과를 촉구했다.

이는 앞서 지난 1월12일 지하철 3호선 을지로3가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던 뇌성마비 1급 한명수씨가 환승통로 계단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는 사고로부터 시작된다.

한씨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해 환승하던 중 인파가 몰리고 주위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사로와 계단으로 나눠진 환승통로에서 경사로를 보지 못하고 계단으로 떨어져 턱뼈에 금이 가고 휠체어가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한씨가 추락해 중상을 입은 사고 당시 현장.인파가 몰리는 환승통로로 자칫 장애인들이 굴러떨어질 상황에 노출돼있다.ⓒ에이블뉴스

당시 사고 현장은 장애인이 경사로와 계단을 구분할 수 있는 어떠한 안내표시도 없던 상황이었고, 누구나 같은 사고를 겪을 수 있는 ‘위험지역’이었다는 것.

사고 후 역무원의 신고로 응급실에 가는 상황에서도 피해자는 역무원의 동반 없이 병원에 가야 했으며, 입원실이 없어 진료만 받고 집에 돌아온 후, 병원에 입원해 턱뼈고정을 위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씨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식사도 2개여 월을 미음으로만 때웠으며, 취업을 하지 못한 중증장애인으로서 병원비, 간병비 등 300여만원에 이르는 돈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같은 사고에 서울장차연은 시설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사고임을 인지하고, 시와 메트로를 향해 피해보상, 공식사과,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으나, 이들에게 돌아온 답은 기존 규정만 운운하는 미온적인 답변에 불과했다는 것.

서울메트로는 공문을 통해 ▲사고장소는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편의시설의 구조, 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에 의거 적합하게 설치됐음 ▲도의적으로 안타까움과 위로를 표하나 공사 귀책사고로 발생한 것은 아님 ▲피해보상은 100만원까지 지급 ▲경사로 인근에 안내사인을 설치하고 경사로 전면 설치 및 위치 변경은 추후 검토 등을 밝혔다.

이에 서울장차연은 “을지로 3가만이 아닌 동대문역사공원역 등 계단의 높이가 수 미터에 이르러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메트로와 시는 하루빨리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속한 실태조사와 구조개선은 물론, 이에 앞서 피해자에 대해 전면적인 피해보상이 수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장차연 박홍구 공동대표는 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함에 있어, 위험천만한 실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한씨의 사고가 있던 당시 장소에서 이뤄졌던 기자회견 동안에도 지하철 환승통로는 이용객들로 들어차 장애인이 경사로를 이용하기란 ‘낭떠러지’를 걷는 것과 같았다.

박 공동대표는 “출퇴근 시간이 아닌 오후시간에도 을지로3가역 환승통로는 너무나 복잡하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밀려나와 장애인은 어디서부터 경사로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며 “항상 위험성이 노출되고 있지만 달라지는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공동대표는 “환승통로에 왜 반만 경사로로 이뤄져 있는지 모르겠다. 서울메트로는 경사로가 있으면 비장애인이 넘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만 설치했다고는 하지만 장애인들은 실질적으로 이용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사고 당사자에게 먼저 진심으로 사과하고 치료비에 대한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고 당사자인 한씨가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해 부당함을 역설했다. 한씨는 “지난 1월 환승통로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며 “어처구니 없는 이번 사고에 대해 서울메트로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황인준 사무국장은 “한씨가 우리센터에 방문하려고 하다가 사고가 나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사람이 많아서 계단을 못봐서 떨어질뻔한 적이 여러번이 있다”며 “경사로 표시판이 제대로 있으면 사고도 안난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지하철을 편하게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고이후, 서울메트로는 사고현장 경사로 위쪽에 조그맣게 ‘계단주의’라고 표지판을 달았지만, 직접 살펴본 결과 장애인들이 위험성을 감지하기 힘들어 보였다. 이에 서울장차연은 시와 서울메트로를 상대로 법적인 대응을 준비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진행중인 서울장차연.오후시간에도 인파로 인해 환승통로가 복잡했다.ⓒ에이블뉴스

사고 후 설치된 경고 표지판. 너무 위쪽에 붙어있어 장애인들이 위험을 감지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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