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채선당’ 사건과 ‘국물녀’ 사건이 인터넷에서 이슈화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임산부 편에서 채선당을 욕하거나, 화상 입은 아이의 부모편이 되어 국물녀를 욕했었다. 사태의 본질은 오간 데 없고 처음 누가 어떻게 주장했는가에 따라서 논란의 향방이 나뉘었던 것이다.

지하철 부정승차 관련기사 ⓒ네이버 뉴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면서 여론은 냄비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각자가 나름대로 한 편을 골라 상대를 욕하고 헐뜯었던 것이다. 자기 입장에서 보느냐, 남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인데 그 논란은 CCTV로 인해 사건이 일단락되었지만 만약 CCTV가 없었다면 어쩔 뻔 했겠는가.

이 같은 이중 잣대는 장애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지하철에서는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24일까지 한 달간 부정승차자에 대한 일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적발되면 실제 승차한 운임의 30배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1993년 4월 20일부터 장애인은 지하철이 공짜이므로 장애인과 부정승차는 아무 상관이 없다. 장애인은 언제라도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가 있는데 부정승차자하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과 부정승차는 빼 놓을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부정승차자의 유형을 보면 출입구를 뛰어 넘거나 아래로 기어 다니는 등 아예 승차권 없이 탑승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그 외 어린이와 청소년의 할인권과 어르신과 장애인의 우대권 등도 부정사용 되고 있다.

장애인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가 있지만 1~3급은 장애인과 동행하는 보호자, 그리고 4~6급은 본인만 무료이다. 하지만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복지교통카드를 배우자나 부모자식 또는 친구나 친인척이 사용하여 부정사용으로 적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하철 부산역 엘리베이터 입구 ⓒ이복남

부산지하철 복지교통카드 앞면 ⓒ이복남

사실 장애인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복지교통카드 앞면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다. 그러나 카드 뒷면에는 카드번호가 있어 복지교통카드를 사용하면 지하철 직원들은 카드 번호로 누가 사용하는지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부정승차자를 가려 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장애인 복지교통카드를 부정으로 사용하다 적발이 되면 장애인 본인에게 연락을 한다는데, 대부분의 장애인은 복지교통카드를 잃어 버렸다고 한단다.

부산교통공사(사장 배태수) 영업팀에서는 실제로 장애인 복지교통카드를 분실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복지교통카드를 분실했다면 분실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무임승차권은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장애인에게 발행하는 복지교통카드, 국가유공자에게 발행하는 국가유공자카드, 그리고 65세 어르신에게 발행하는 어르신교통카드 등 3종이 발행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처음에는 부산은행에서 무료로 발급해 주지만 두 번째 부터는 1,900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만약 장애인이 복지교통카드를 잃어버렸다면 즉시 분실신고를 해야 하고, 비장애인이 복지교통카드를 주워서 사용했다면 점유이탈물횡령죄(占有離脫物橫領罪)로 처벌 받게 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돈을 주워서 임의로 사용했다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된다.

*형법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 ①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그러나 장애인의 배우자 형제자매 등이 복지교통카드를 부정으로 사용했을 경우 30배의 부과금을 물어야 함은 물론이고 1년간은 복지교통카드를 사용할 수가 없게 된다.

부산 지하철 부정승객 단속현황 ⓒ부산교통공사 제공

지방에 사는 장애인들이 서울이나 부산 등으로 출퇴근을 할 때 복지교통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의 복지교통카드가 전국적으로 호환은 되지 못하므로 그 지역 사람이 아니라면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1회용 우대권을 발급 받아야 된다.

부산교통공사에서는 부정승차자로 적발이 되더라도 그 자리에서 30배의 부과금을 못 받을 경우 나중에 내게 하는데 그래도 안 내면 독촉장을 발송하고, 정 안되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단다.

그런데 지하철 부정승차자는 30배이므로 3만 원 정도를 내면 되지만 기차는 10배라서 기차운임이 5만원이라면 50만원의 부과금을 물어야 된다.

예전에는 차표 없이 몰래 기차를 탔다가 역무원이 차표검사를 할 때면 화장실 등에 숨기도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기차에서는 더 이상 차표검사를 하지 않는다. 그러자 기차에서는 차표검사를 하지 않는다면서 장애인의 부모자식 또는 지인들이 장애인복지카드로 할인된 승차권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 필자가 운영하는 상담실에도 지하철 또는 열차 부정승차에 대한 문의가 온다. 아버지나 형제자매의 복지교통카드를 알게 또는 모르게 사용하다가 적발이 된 경우인데 내담자는 발을 동동 구르지만 그럴 때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한 번은 동생이 서울로 여행을 가는데 형이 장애인 반액 열차표를 끊어주었다가 동생이 부정승차자로 적발이 되기도 했다. 1~3급 장애인이 동행할 때만 반액이 된다는 것을 차표검사 안 한다고 선심(?) 쓴 결과였지만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열차 승무원이 차표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다만 옛날처럼 표에다 펀치로 구멍을 내는 방법을 안 쓸 뿐 승무원들이 휴대용단말기인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를 들고 다니면서 체크를 하고 있다. 어떤 좌석이 장애인표인데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수상하다면 장애인복지카드를 보자고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장애인이 아니라면 10배의 부과금을 내야 한다.

부산역 지하철 우대권 발급기 ⓒ이복남

물론 지하철이나 기차에서 모든 승무원이 부정승차자를 다 찾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부산교통공사에서는 인력부족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부정승차자로 적발이 되는 사람들의 생각이 참 아이러니하다.

부정승차 즉 위법을 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적인 잣대로 자기만 억울하다고 하는데 한 번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시라. 내가 만약 승무원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만약 이를 지켜보는 장애인이라면 뭐라고 하겠는가 말이다.

우리에게는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장애인등록을 하게 되면 약간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약간의 복지혜택을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장애인들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장애인차량을 보장구로 보기 때문에 1~3급 장애인에게는 개별소비세를 비롯하여 등록세 취득세 자동차세 등을 감면하는데 장애인하고 같이 살지도 않으면서 세금감면만 받는 얌체 같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장애인은 지하철이 무료인데 부모형제나 친지 등에게 복지교통카드를 빌려주어 무료로 타게 하는 것이 과연 장애인복지를 위한 것일까.

아무리 좋은 법이나 제도가 만들어져도 그 법을 어기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그 법을 악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만 잡으면 될 것을 위법자나 가짜들이 많다고 해서 아예 법이나 제도를 없애거나 변경하고 있으니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부정승차자가 많다보니 지하철에서도 복지교통카드에 이름과 생년월일을 기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단다. 그리고 학생이나 장애인, 노인우대용 교통카드를 이용할 때 불이 켜지는 경광등의 색깔을 달리하는 등 부정승차자를 적발하고 있단다. 이밖에도 상습적인 부정승차를 예방하기 위해 각 개찰구의 CCTV 녹화화면을 분석해 집중적으로 부정승차자를 적발할 계획이란다.

부과금에 억울해하는 사람들의 볼멘소리 중에 부정승차자의 부과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려달라는 것이 많았다. 지하철의 30배 부과금은 지하철 수익금으로 처리되어 시민의 발이 되는 지하철 개선에 쓰인단다. 열차에는 물어보지 못했는데 부과금은 따로 적립하여 장애인 장학금 등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도 같다.

장애인 여러분! 지하철이나 열차에 부정승차 하지 맙시다. 부정승차가 아니라 복지교통카드나 장애인복지카드를 남에게 빌려주지 맙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지 맙시다.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아니라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합시다. 제발 작은 이익 때문에 큰 것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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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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