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봉2동에 있는 서울북부지방법원 12층 건물. ⓒ박종태

대한민국 사법사상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란 타이틀을 얻은 최영(32세, 사법연수원 41기)씨가 근무하게 되는 곳은 서울북부지방법원이다.

서울북부지법은 도봉구, 노원구, 동대문구, 중랑구, 강북구 등 5개 구를 관할한다. 특히 지난 2010년 5월 노원구 공릉동에서 36년 만에 도봉구 도봉동으로 이전, 21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새 건물로 7층∼12층 청사동, 1층∼7층 법정동, 지하1층∼지상5층의 민원동으로 나뉜다.

그렇다면 서울북부지법은 시각장애인 판사를 맞을 준비가 됐는지 궁금하다. 지난 20일 직접 방문해 불편함 없이 근무할 수 있는지 점검해 봤다.

먼저 청사동 9층∼12층에 마련돼 있는 판사실에서 법정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반면 각 층에 마련된 화장실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최영 판사가 근무하게 될 층이 정해지면 남성화장실 앞에 점자촉지판과 그 밑에 점자유도블록, 입구 모서리에 보호대를 설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 판사가 지하1층 주차장에서 판사실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좌측(구내식당 방향)과 우측에 각각 2대씩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한다. 문제는 우측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이동하는 데에는 큰 불편이 없어 보였지만 좌측 구내식당 방향은 그렇지 않았다.

좌측 방향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데 출입문 앞에 점자유도블록이 없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서도 엘리베이터 버튼 밑에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아 이용에 제한을 받았다.

특히 지하 구내식당의 이용도 힘들어 보였다. 구내식당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동출입문, 여닫이문을 차례대로 통과해야하는데 모두 앞에 점자유도블록이 없었다.

서울북부지법 정문 및 민원동 출입구 앞에 설치된 점자유도블록도 개선이 필요했다. 미끄러운 노란색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록으로, 눈과 비가 오면 더욱더 넘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통과해야하는 출입문 앞과 엘리베이터 앞에 점자유도블록이 없었다. 계단에도 노란색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돼 있었다.

이에 따라 점검을 같이한 서울북부지법 공보담당 판사는 시설 담당자에게 “최영 판사가 근무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빠짐없이 체크해 시설을 보완할 것”을 지시했다.

시설 담당자도 “최영 판사가 근무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보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란색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록이 규격 외 제품이라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처음에 공사한 업체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그냥 설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북부지법 후문에서 5분 거리인 도봉역 방향의 인도에는 점자유도블록이 잘 설치돼 있었다.

서울북부지법 정문 출입구에는 미끄러운 노란색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돼 있다. ⓒ박종태

서울북부지법 정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출입문 앞에는 점자유도블록이 없다. ⓒ박종태

서울북북지법 1층 계단에도 미끄러운 노란색 스테인리스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다. ⓒ박종태

지하주차장에서 구내식당으로 들어가려면 자동문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앞에 점자유도블록이 없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도 점자유도블록이 없다. ⓒ박종태

판사실이 있는 9층부터 12층에는 남성화장실에 점자촉지판, 그 밑에 점자유도블록이 없고 입구 모서리에 보호대도 없다. ⓒ박종태

서울북부지법 후문에서 5분 거리인 도봉역 방향의 인도에는 점자유도블록이 잘 설치돼 있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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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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