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관 앞 계단에 점자유도블록이 없다. ⓒ박종태

한국방송 사상 최초로 장애인 앵커를 선발한 공영방송 KBS가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에는 여전히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S는 최근 ‘장애인 뉴스앵커 공개 모집’을 통해 이창훈씨(27세, 시각장애1급)를 선발했다. 이 씨는 5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에 따라 KBS는 지난 10일 보건복지부로부터 감사패를 전달 받았다. 이유는 한국방송 역사 최초로 장애인 앵커를 채용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그렇지만 KBS는 여의도 본관의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을 ‘나 몰라라’하고 있다. 지난 4월 본관의 정현·서현관 외부 점검결과 장애인들의 이동 편의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4개월이 흐른 지난 12일 재차 방문해서 다시 점검해 봤지만, 정현관 앞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을 뿐 현재에도 나아진 것은 없었다.

정현관 앞 계단에는 점자유도블록이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고, 새로 설치된 경사로의 경우 손잡이가 끝가는 밑에 점자유도블록이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부딪칠 위험이 있었다. 또한 견학홀 출입문 앞 점자유도블록은 여전히 카페트로 덮여 있어 시각장애인들의 이동을 방해했다.

지난 4월 점검에서 정현관 출입구에 놓여 있던 부식형 ‘KBS 안내점자촉지도’는 치워져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건물 내부 위치를 알 수 없었다. 부식형이 아닌 반구형으로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는데, 아예 없애 버린 것이다.

부식형은 기계로 찍어 내 점자의 모서리가 직각으로 어지고, 점자 상부가 다른 그림이나 점자와 같이 평평해 시각장애인이 일부점자를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 있으며 손끝이 아프다. 반면 반구형은 스테인리스 강판에 직접 타공하는 방식으로, 일반 점역책자의 점자와 같아 손으로 읽기 편하다.

서현관 현관에 설치된 부식형 ‘KBS 안내점자촉지도’ 또한 안에 설치된 음성유도기에는 ‘제3라디오 스튜디오 안내 멘트’가 쏙 빠져 있고, 제3라디오 스튜디오의 위치가 표기돼 있지 않은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이 밖에도 서현관 출입문 앞까지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돼 있었지만, 4월이나 지금이나 문이 굳게 잠겨 있는 것은 똑 같았다.

한편 이날 점검에서는 서현관 로비에 마련돼 있는 남여장애인화장실도 둘러봤다.

남녀장애인화장실은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설치돼 있다. 출입구부터 문제가 나타났다. 앞에 의자와 칸막이가 있어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이용 장애인이 들어가기에는 힘들었다.

남자장애인화장실의 경우 출입문은 여닫이문으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없고, 문고리 잠금장치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내부는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는 아예 들어 갈수 없었다. 또한 용변기에는 비데가 설치돼 있었지만 물이 자동 내림 센서, 손과 발로 눌러 사용할 수 있는 세정장치, 용변기 뒤 등받이, 비상호출버튼이 설치도 있지 않았다.

여자장애인화장실은 직접 점검이 힘들어 청소하시는 분의 말을 들었다. 이분은 남자장애인화장실과 똑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KBS 시설직원은 “건물이 오래돼 그렇다”면서 “반구형 안내점자촉지도 설치는 권장 사항이 아닐뿐더러, 다시 설치하려면 예산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관 출입문 앞에도 점자유도블록이 없다. ⓒ박종태

견학홀 출입문 앞 점자유도블록이 카페트로 덮여 있다. ⓒ박종태

정현관 앞에 새로 설치된 경사로의 경우 손잡이 끝나는 밑에 점자유도블록이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부딪칠 위험 있다. ⓒ박종태

서현관 출입구까지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돼 있지만, 문이 굳게 잠겨져 있다. ⓒ박종태

서현관 현관에 설치된 부식형 ‘KBS 안내점자촉지도’. 시각장애인이 손가락으로 읽히 힘들다. ⓒ박종태

서현관 로비 남녀장애인화장실은 비장애인화장실 안에 설치돼 있다. 출입구 앞에 의자와 칸막이가 있어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이용 장애인이 들어가기 힘들다. ⓒ박종태

서현관 로비 남자장애인화장실의 출입문은 여닫이문으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없다.

서현관 로비에 마련된 남자장애인화장실은 내부가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가 들어 갈 수 없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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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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