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래 장애인복지관(우측 가로로 된 건물) 조감도. ⓒ박종태

오는 6월 1일 개관을 앞둔 경기도 의왕시 ‘희망나래 장애인복지관(이하 복지관)’이 장애인들의 이용이 불편한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설계돼 지어졌다는 관련자들의 말이 나와 빈축을 사고 있다.

더욱이 복지관을 방문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한 결과, 장애인들의 이용 편의가 고려돼 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종합사회복지관 설계’를 뒷받침 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의왕시로부터 수탁 받아 운영하게 될 복지관은 왕곡동 590-1(의왕IC 옆)에 지하 1층∼지상 5층, 2468.4㎡ 규모로 지어졌다. 또한 40여명의 직원들이 상담 및 의료재활, 사회재활, 직업재활, 지역복지, 주간보호 등 지역 장애인들 욕구조사 결과에 따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종합적인 재활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점검을 위해 찾았을 때 장애인들에게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관이라고는 믿기 지 않을 정도로 형편이 없었고, 설계가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이에 따라 복지관 관련자들에게 설계와 관련된 통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고, 의왕시청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종합사회복지관으로의 설계’에 무게를 뒀다.

인수 준비를 하고 있는 한 직원은 통화에서 “복지관 건물을 보니 장애인복지관이 아닌 종합사회복지관으로 건물이 지어 진 것 같다”면서 “복지관 안내문에도 종합사회복지관으로 붙어 있었다”고 밝혔다.

건설업체 관계자도 “처음부터 장애인복지관이 아닌 종합사회복지관으로 됐다”고 확인해 줬다.

반면 의왕시청 장애인계 팀장은 “처음부터 장애인복지관을 염두에 두고 설계, 공사를 했다”고 말했다.

편의시설 점검 결과를 살펴보면 5층은 옥상이고, 지하 1층은 기계실이다. 실질적으로 1층에서 4층까지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

2층∼4층의 장애인화장실은 남녀로 구분돼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구조가 복잡했다. 손잡이가 설치된 용변기에 가려면 미닫이문 2개를 열어야하고, 2개인 세면대 중 1개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공간도 좁아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이용 장애인의 불편이 뻔해 보였다.

용변기가 있는 내부에는 비상호출버튼, 센서, 손 또는 발로 눌러 사용할 수 있는 세정장치가 없었다. 용변기 양 옆에 설치된 손잡이 중 T자형 손잡이는 짧았다.

1층의 경우에도 장애인화장실은 남녀로 구분돼 있었다. 공통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출입문이 미닫이문으로 손이 불편한 장애인의 사용이 힘들고, 용변기 옆에 설치된 가동식 손잡이와 세면대 손잡이가 가깝게 있어 휠체어장애인들의 용변기 접근이 어렵다. 비상호출버튼, 센서, 손 또는 발로 눌러 사용할 수 있는 세정장치도 없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장애인복지관 건물에 비장애인 공중화장실을 남녀로 구분해 크게 설치한 점이다. 이는 전형적인 종합사회복지관 건물구조다.

특히 1∼4층의 각 실의 출입문은 미닫이나 여닫이로 설치돼 있어 중증장애인들의 사용이 불편했다. 여닫이문의 경우 중증장애인들이 손잡이를 돌려서 사용하지 못한다.

복지관의 화재 대피시설은 4층부터 미끄럼을 타고, 층마다 내려오도록 설치돼 있어 중증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또한 2층의 배란다는 턱이 있어 휠체어장애인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이 밖에도 절단장애인들 및 중증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목욕탕 및 ‘수 치료실’이 없었다.

한편 12일 의왕시 관계자와 함께 복지관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점검한 의왕시편의시설지원센터 조현주 팀장도 문제점에 대해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다만, 남녀로 구분돼 설치된 비장애인 공중화장실에 대해서는 ‘비장애인 직원이 많아 필요하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의왕시 장애인복지팀 유경종 팀장은 비장애인 공중화장실에 대해서는 조 팀장과 같은 입장을 밝히며, “문제가 있는 곳은 고치겠다”고 말했다.

복지관의 화재 대피시설은 4층부터 미끄럼을 타고, 층마다 내려오도록 설치돼 있다. ⓒ박종태

복지관의 화재 대피시설은 4층부터 미끄럼을 타고, 층마다 내려오도록 설치돼 있다. ⓒ박종태

2층∼4층의 장애인화장실은 남녀로 구분돼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구조가 복잡했다. 손잡이가 설치된 용변기에 가려면 미닫이문 2개를 열어야하고, 2개인 세면대 중 1개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박종태

비장애인 여자화장실 모습. ⓒ박종태

일부 각실 출입문은 여닫이 문으로, 손이 불편한 휠체어장애인은 사용할 수 없다. ⓒ박종태

1층 남자장애인화장실은 용변기 옆에 설치된 가동식 손잡이와 세면대 손잡이가 가깝게 있어 휠체어장애인들의 용변기 접근이 어렵다. ⓒ박종태

비상시 탈출을 돕는 2층의 배란다는 턱이 있어 휠체어장애인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박종태

1층 여자장애인화장실 세면대에 목발 이용 장애인들 위한 손잡이가 없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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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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