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예정인 경북영광학교 교실건물. 현재 폐허처럼 변해 있다. ⓒ박종태

최근 경북영광학교 학부모회가 열악한 교육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며, 경북교육청에 진정서를 제기 하는 등 개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추운 컨테이너 교실과 좁은 지하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는 학부모들의 절규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지난 14일 경북영광학교를 찾아가봤다.

특수학교(정신지체) 경북영광학교는 영천시 북안면 도천리에 자리 잡았고, 임시로 지난 2009년 5월 3km 떨어진 폐교 명주초등학교로 옮기게 됐다. 2008년과 2009년 경북교육청으로부터 총 41억원을 지원 받아 학교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해서다.

현재 학생들은 공사를 준비 중인 학교의 기숙사 및 지하식당을 이용하고, 명주초등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문제는 기숙사, 식당, 환경 등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지만 공사의 진척은 없고 언제 완료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존 학교의 교실은 합판으로 가려져 있었고, 직업재활 건물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학생들 60여명이 생활하는 기숙사 및 식당은 시설이 너무나 열악했다.

기숙사 1층 4개의 방은 남학생이, 2층 4개의 방은 여학생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세면대는 고장이나 있었고, 화장실 한곳은 출입문이 비닐로 막아져 있었다. 샤워장은 난방이 전혀 되지 않아 춥고, 협소해 보였으며 세면대 수도꼭지에 샤워기를 달아 사용하고 있었다. 신종플루 소독기 또한 고장이나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지하에 있는 식당은 휠체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중복장애학생들이 다니기에는 경사가 가파르고, 공간이 좁았다. 여기에 경북영광학교가 기존의 학교 옆에서 운영 중인 장애인시설 ‘팔레스’ 원생을 포함한 총 252명의 학생, 교직원 124명이 교대로 식사를 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임시로 옮긴 명주초등학교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설치돼 있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 마련됐지만 장애학생들은 추위, 더위, 열악한 환경을 견디면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일부 신종플루 소독기와 정수기는 고장이 난 채로 방치돼 있었다.

특히 학생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3km 떨어진 기숙사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 하고 있었다. 더욱이 휠체어 이용 학생은 휠체어리프트 차량이 없어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컨테이너 박스로 둘러싸인 운동장은 눈이 오고 비가 오면, 물이 고이고 질퍽거려 장애학생들이 다니기 매우 불편해 보였다.

이와 관련 경북영광학교 교감은 “지금 학교 신축하려고 석면을 철거 하는 과정이고, 곧 공사를 시작한다”면서 “휠체어 학생은 보온도시락으로 배달해 이곳(명주초등학교)에서 식사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중복장애(정신지체 및 지체장애) 학생들이 점심시간 버스를 타고 오고 가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여 도시락 배달 의향을 물었더니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을 찾아가 만난 교육감 및 담당장학사는 이 같은 현실을 자세히 알고 있다고 하면서, 교육감도 현장을 방문했다고 말했다.하지만 담당장학사는 관리·감독 잘못에 대해 시인하지 않고, 오히려 학부모 및 학교의 잘못만을 지적했다.

담당장학사는 “학부모들이 공사를 하면 장애 학생들 위험하니 다른 곳 지금 폐교 학교로 이전을 요청, 5000만원을 들여 컨테이너 공사를 하여 수업을 하도록 했다”면서 “교장이 학교 신축 설계 과정에서 ‘예산을 더 달라, 방향이 나쁘다, 건물 모양이 안좋다’라고 해 공사가 늦어졌다. 곧 학생들 방학이 되면 공사가 진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북영광학교 학부모들은 “무지개예술단 정기공연, 종합예술제 개최 등 학생들을 앞세워 학교를 알리는 것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 학교의 열악한 시설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교장의 용퇴”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여기에 “학교 운영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자유게시판에 학교문제에 대해 올리면 폐쇄 및 접근 차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경북도교육감이 영광학교를 방문해 둘러본 뒤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학부모회 김하용 회장은 임시 이전과 관련 “교장이 학부모들에게 부탁을 해 그렇게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예정인 경북영광학교 재활건물은 창고로 변해 있다. ⓒ박종태

기숙사 및 식당으로 올라가는 길이 너무 가팔라서 휠체어 및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너무 불편하다. ⓒ박종태

고장이 난 세면대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박종태

비닐커튼으로 출입문을 만든 화장실 모습. ⓒ박종태

욕조도 없고 비좁으며, 난방이 전혀 안 되는 샤워실. ⓒ박종태

기숙사 식당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너무 가파르고 좁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덮개를 군데군데 설치했지만 휠체어 및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의 이동은 힘들다. ⓒ박종태

컨테이너박스를 이어 붙여서 만든 교실 모습. ⓒ박종태

신종플루 손소독기 및 정수기가 고장이 난 채로 방치돼 있다. 먼지가 쌓여 있는 것을 보서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박종태

운동장은 질퍽거리고, 학생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학교버스 3대에 나누어 타고 3km 떨어진 기숙사의 자하식당으로 이동해야 한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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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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